지난 번 미국 방문 때처럼 제작자 이름 밝혔으면!

[편집자주] 이칠용 주주통신원은 평생 전통공예를 살리기 위해 헌신한 분이다. 현재 문화재청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즉 인간문화재를 지정할 때 현장 조사나 자문을 하는 문화재 전문위원이며, (사)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이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새겨 넣은 기념시계와 찻잔세트를 제작하여 지난 10일 춘추관에서 공개했습니다.

▲ 사진 출처 : 한겨레 신문
▲ 사진 출처 : 한겨레 신문

* 기사 원문 보기: 문 대통령 기념시계·찻잔 세트 나왔다. /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806315.html#csidxaa031bf8fcc86c8b79a4fc2dcbedb12

우리 공예제품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작자(혹은 회사)를 밝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지난 번 미국 방문 시엔 대통령 내외 구두는 유홍식 명장, 전태수 장인이 버선코구두 등으로 제작하였습니다. 푸른 나무 그림 재킷은 디자이너 양해일과 양이네스가 한국전통민화를 재해석하여 제작을 하였고요, 서울워싱턴 여성협회간담회에서 전.주한미대사 부인 토마스 허버트에게 즉석에서 선물한 한복장옷은, 전통 누빔장인 김해자 선생님 작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우선 김해자 전통누빔장은 엄연히 「국가무형문화재 제 107호 누비장」입니다. 헌데 구두나 의상을 제작한 분들에 비해 너무 가볍게 보도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가하면 일부 신문에 나전 손가방, 자개공예로 장식한 나전클러치 등등이 보도 되었습니다만, 이 제품에 대해서는 왜 제작자를 공개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 나전 손가방을 들고 있는 김정숙 여사(사진 출처 : 경향신문)

나전 손가방의 경우 본인이 작년 겨울 필리핀 마닐라 백화점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구입한 가방과 색깔만 다를 뿐 스타일은 같은 데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건 아닌지요?

▲ 필리핀 마닐라 백화점 전시회에서 구입한 자개 손가방

일본의 경우, 황실에서 가족들이 애용하는 백화점, 이발소, 양복점, 구두점 등은 물론 과자류, 공예품 심지어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곳까지 공개합니다. 이곳들은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브랜드와 명품점으로 자리 잡아 갑니다. 또한 자손대대로 전통을 전승, 전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나라 최고 기구인 청와대에서 사용되고, 활용되는 종이 한 장까지도 명확한 의미를 부여해준다면 업체나 장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더욱 더 열심히 잘 만들게 되겠지요. 그렇게 신용과 경력을 쌓아가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먼저 자랑하고 격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실무자들은 이렇게도 생각할 것입니다. 어느 한 업체, 장인들을 홍보해주면 부작용이 나기 때문에 곤란하다고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옛 속담이 생각납니다. 우리 전통이 다 사라져가기 전에 담당자들이나 그 윗분들이 획기적으로 생각의 전환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예전 박근혜 정부 때 중국방문 시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한 주칠함이 엉터리 공예품이라는 것을 공예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진실이 밝혀질까 쉬쉬하며 덮는 데만 급급했었지요. 우리 전통공예에서 국가가 진짜가 무엇인지 가짜가 무엇인지도 구별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 전통공예는 사망하고 말 것입니다.

* 김정숙 여사 사진 출처 기사 주소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300938001&code=910203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이칠용 주주통신원  kcaa0887@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