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동진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한때 그의 노래를 귀에 달고 살았던 나로서는 이제 살아있는 음성으로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물흐르는 소리인 듯,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소리인 듯, 내면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인 듯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리던 노래들은 건조한 일상을 촉촉히 적셔주곤 했었다.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가 떠나간 사람과의 이별은 아프다. 장례식장을 찾은 가수 장필순도 가깝던 사람의 떠남이 아팠던지 아무말 못하고 슬픔에 겨워했다. 그 모습을 TV에서 보며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장필순은 조동진과 몇 곡의 듀엣 작업을 함께 했었다. 이제 소개할 ‘넌 어디서 와’는 듀엣으로 부른 곡 중 하나다. 노래에는 선율도 있고 가사도 담겨있다. 조동진 노래는 선율보다 가사로 듣게되는 노래들이다. 한 곡의 노래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올 때도 있고, 때로 가삿말을 따라가다 보면 사색을 해야할 때도 있다.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작은 배'.... 등이 많이 알려진 곡이지만 오늘 [온:음악산책]에서 같이 듣고 싶은 추천곡은 '넌 어디서 와' '음악은 흐르고' '저문 길을 걸으며'다.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 보았으면 한다.

 

삼가 고인을 명복을 빕니다.

추억과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 넌 어디서 와

넌 어디서 와 내 강가에 머물고

이 늦은 저녁 내 어둠을 지키려 하는지

넌 어디서 와 내 숲 속에 잠들고

이 깊고 푸른 내 슬픔을 가지려 하는지

내 멀고 또 먼 그 옛날 저쪽 영원의 시간 지나

기쁨으로 여기 왔을까 그 끝없이 조용한 곳에서

 

넌 어디서 와 내 하늘을 날으고

이 길고 긴 날 내 꿈속을 들여다보는지

내 멀고 또 먼 그 옛날 저쪽 영원의 시간 지나

기쁨으로 여기 왔을까 그 끝없이 조용한 곳에서

넌 어디서 와 : https://www.youtube.com/watch?v=P-FNmCKW12U (노래 듣기)

 

* 음악은 흐르고

음악은 물처럼 흐르고

멀리 돌아서 강물처럼 흐르고

너의 작은 어깨 너머로 보이는 저녁노을

너의 오랜 침묵 사이로 멀고 먼 여행 이야기

네가 나보다 더 아픈 가슴을 가졌을 줄 난 몰랐네

 

어둠은 창가에 쌓이고

내가 버렸었던 기억처럼 쌓이고

너의 맑은 거울 속으로 숨겨진 오랜 꿈

너의 푸른 옷깃 사이로 들리는 먼 바람소리

네가 나보다 더 어려운 날을 보냈을 줄 난 몰랐네

네가 나보다 더 아픈 가슴을 가졌을 줄 난 몰랐네

음악은 흐르고 ;  https://www.youtube.com/watch?v=wrFxON8kVY0 (음악 듣기)

 

* 저문 길을 걸으며

음~ 저문 길을 걸으며 너를 생각했었다

 

아주 오래 전 겨울 우리만 남았을 때

나는 네 여린 손을 잡고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었다

무딘 세월은 흘러 아픔만 남았을 때

나는 내 침묵의 날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었다

 

나는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가슴으로

아주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들어 너를 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너를 떠날 생각에

네가 나를 떠난 것도 나는 잊고 있었다

 

음~ 저문 길을 걸으며 너를 생각 했었다

저문 길을 걸으며 :  https://www.youtube.com/watch?v=f-tIDHK08_w (음악 듣기)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