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우리 것] 이상직 주주통신원

한국춤을 크게 나누면 궁중무용인 정재(呈才)와 민속춤으로 나눌 수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정중동(靜中動)과 동중정(動中靜), 곧 음직이는 듯 멈추고 멈춘 듯 움직이는 것이 그 깊은 세계입니다. 우리 춤은 흥겨움에 빠져들어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다가 신명이 정점에 다다르면 자신도 모르는 무아지경에 빠져 한 순간 멈춥니다.

그런가 하면 어느새 다시 격렬한 움직임의 세계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춤이 그렇게 정중동과 동중정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춤동작의 형태와 형태가 이어지는 춤이 아니라 선과 선이 연결되는 춤인 까닭이라고 말합니다.

정중동은 ‘겉으로는 숨 막힐 듯 조용한 가운데 속으로는 부단한 움직임’이 이어지며, 동중정은 ‘겉으로 강렬하게 요동치고 있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조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멈춤에서도 움직임에서도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것이 그 춤의 세계를 명확하게 읽어낼 수 있음입니다. 그래서 다른 민족의 어떤 춤 세계와도 달리 격렬한 춤 세계만 있거나 교태가 객석의 눈을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무대예술로 승화된 대표적인 민속춤으로서 살풀이나 승무, 태평무 따위에서 보면 한 장단 안에 동작이 변화하기 보다는 두 장단이나 세 장단을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멈추어 있기도 합니다. 바로 이렇게 정지된 상태에서 여백의 아름다움이 발산된 뒤, 살풀이 수건이나 승무의 장삼이 용솟음쳐 몰아치는 모습을 보면 끊임없이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우리 삶의 세계를 보는 듯합니다. 이제 을미년 우리춤을 보면서 삶의 긴장과 이완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직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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