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손도손 사랑방] 김미경 주주통신원

‘음식물 쓰레기’란 단어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나시나요? ‘냄새 난다’ ‘더럽다’ ‘처치곤란’ 등 좋지 않은 단어들이 먼저 생각나실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가사활동 중 하나가 바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니까요. 아마 대부분의 주부가 저와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로지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아직도 음식물 쓰레기를 분류하는 방법을 모르는지, 공용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면 곰팡이가 시퍼렇게 난 썩은 음식, 마늘껍질, 옥수수껍질, 옥수수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뼈, 조개껍질, 비닐 심지어는 일반쓰레기(우산도 본 적이 있음)까지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양심에 털난 사람들이 그러는 거지요. 그런 걸 보면 저는 순간 발끈하면서 기분이 상합니다.

그런 불쾌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되도록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봄, 가을, 겨울에는 과일껍질, 야채껍질은 전부 베란다에 말렸다 버리는 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음식물쓰레기를 말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날파리가 끼거든요. 그래서 지렁이를 키우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지렁이 아파트 아시나요?(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461774.html)’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광주시 16곳의 아파트에서 지렁이 키워 음식물쓰레기 60%를 처리했다는 기사입니다.

마침 저희 동사무소에서도 음식물 퇴비화 추진사업으로 지렁이를 분양했습니다. 지금 2년째 지렁이를 키우고 있는데 저의 집 음식물 쓰레기의 50% 가량을 지렁이가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 저는 지렁이를 토분에서 키웁니다. 토분은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래층에는 지렁이가 살고 위층에는 화초가 삽니다. 지렁이는 추위나 더위에 약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실내에서 키웠으나 지금은 앞베란다로 갔습니다. 그래도 잘 자랍니다.
▲ 저는 지렁이를 토분에서 키웁니다. 토분은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래층에는 지렁이가 살고 위층에는 화초가 삽니다. 지렁이는 추위나 더위에 약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실내에서 키웠으나 지금은 앞베란다로 갔습니다. 그래도 잘 자랍니다.

이런 지렁이의 효과를 체험한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지렁이를 분양해주겠다고 하면 다들 질색을 합니다. 지렁이가 집안에서 기어 다니면 어떻하냐는 거지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렁이 밥을 주러 토분을 열면 지렁이는 모두 흙속으로 쏙 사라집니다. 사람들의 손길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집인 토분에서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 2층 화분을 들어내고 1층 화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렁이가 보이나요?

또 어떤 이들은 음식물 쓰레기가 토분에서 부패하면서 벌레가 꼬이고 냄새가 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흙 속에 넣어주고 흙으로 잘 덮어주면 여름에도 벌레가 꼬이지 않습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지렁이가 사는 흙은 아주 냄새가 구수합니다. 우거진 숲속에 누웠을 때 나는 흙냄새와 비슷합니다. 지렁이의 똥을 분변토라고 하는데 이 분변토는 유기농 비료가 되기도 하고 또 훌륭한 탈취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식물 썩는 냄새를 다 흡수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렁이를 키우는 것은 가사활동을 줄이는 것보다 좀 더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바로 지구환경을 살리는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음폐수(음식물류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발생된 수질오염물질)를 바다에 투기해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다 투입국이라는 오명도 안고 있었지요.

하지만 2013년부터 국제협약에 따라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그럼 이 음폐수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하든 버리든 가장 기본적인 것이 건조과정이라고 합니다. 이 건조과정은 전기로 이루어지는데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 중 가장 많이 드는 것이 바로 이 건조과정에 드는 전기사용료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봐도 그렇고 대한민국의 원전도 서서히 폐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조금이라도 전기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지렁이까지 키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고통도 줄게 되고 말이지요.

그동안 지렁이를 키우면서 얻은 요령 몇 가지 소개합니다.

1. 저는 위 사진과 같이 4개의 토분에다 키웁니다. 토분은 통풍이 되고 흙의 습도를 토분의 색깔로 알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2. 스티로폼 상자, 플라스틱 상자, 나무 상자에 키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렁이는 통수와 통풍이 중요하므로 바닥에 구멍을 뚫어줘야 하고 공기가 들어가도록 뚜껑에도 구멍을 뚫어 망으로 씌워줘야 합니다(뚜껑에 씌우는 망은 파리가 알을 낳지 못할 정도로 촘촘해야합니다. 잘못하면 여름에 파리가 알을 낳아서 구더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흙은 버리고 지렁이는 모두 걷어내어 딴 흙에서 살게 해주어야 합니다.

3. 지렁이가 사는 흙은 좀 축축해야합니다. 한 달에 한번 가량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흙을 뒤집어주어 전체적으로 흙이 축축함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4. 지렁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수박껍질, 포도껍질, 사과껍질 등 과일 껍질과 국수, 무른 밥 등 입니다. 이런 먹이는 넣어주면 바로 잘 먹지만 사과나 복숭아, 참외, 감자 등 조금 딱딱한 껍질은 부패하기 시작하면서 좀 흐물흐물해져야 먹습니다. 또 감자껍질을 주면 그 안의 살을 말라먹고 얇은 껍질만 남겨둡니다. 양파 껍질은 맛이 없는지 잘 먹지 않습니다.

5. 지렁이가 싫어하는 음식은 인스턴트 식품이나 귤껍질, 오렌지 껍질, 바나나껍질 등 농약이 묻어 있는 쓰레기, 염분이 들어간 음식이나 고춧가루에 버무린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입니다. 하지만 김치나 된장찌개 등 간이 있는 음식은 설거지물로 씻어 염분을 제거하고 주면 잘 먹습니다.

6. 달걀껍질은 갈아서 줍니다. 동물성 음식물(고기 등)은 그리 좋아하지 않으나 조금씩 주면 없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부패하는 과정에서 냄새가 좀 날 수 있습니다.

7. 음식물 쓰레기는 날마다 조금씩 넣어주는 것이 좋지만, 4-7일 정도 간격을 주고 넣어도 됩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넉넉히 넣어줍니다.

8. 지렁이는 꼬리를 내밀고 흙 위에 똥을 쌉니다. 이 흙은 분변토라고 아주 좋은 거름이 됩니다. 가끔 위의 흙을 걷어내어 화초나 텃밭에 거름으로 주면 됩니다.

9. 지렁이는 인간보다 진화된 동물인지,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을 파악해서 번식을 합니다. 공간이 넉넉하면 번식을 왕성하게 하고 공간이 비좁다 싶으면 더 이상 번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변 이들에게 맘껏 분양해 줄 수 있습니다.

10. 지렁이는 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분양과정은 이동이 필수적이기에 흔들림, 소음 등이 일어나게 되고 또 새 흙에서 살게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처음에는 잘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3-7일 지나서 환경이 안정이 되었다 싶으면 다시 잘 먹습니다.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11. 각 지역 천주교교구 환경사목위원회에서는 지렁이 키우기를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 서울에 사시면 02-727-2278(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에서 발간한 <남은 음식물 처리 특급 대작전! 지렁이 키우기> 책자를 구입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미경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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