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학의 '쉬운 역학(易學)' 55. 아리랑과 恨(2)

김상학 주주통신원l승인2017.10.29l수정2017.11.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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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 고난의 역사를 보면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지요. 2,000여년의 유랑생활과 2차 세계대전 당시 600 백여만 명이 학살당했다지요. 그 소름 돋치는 홀로코스트의 악몽! 한을 넘어 극한(極恨)의 민족! 그런데 유대인들을 보고 ‘한 많은 민족’이라고 말하지는 않지요. 이 지점에서 우리들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야 하지요.

유대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하지요. 그들이 금융과 무기 장사의 장본인들이라네요. 우리들은 자주 유대인 교육의 우수성에 대해 말하곤 하지요.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 30% 정도가 유대인들이니까요. 이것은 분명 교육의 힘이겠지요. 그러니 전 세계 인구의 0.3% 정도밖에 되지 않는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비결 역시 '교육'이라고 단언해도 큰 무리는 아니겠지요. 유대인들은 배운다는 것이 의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네요. 유대교에서는 ‘배운다는 것’과 ‘기도를 올린다는 것’은 동일한 일이었다고 하네요. 배운다는 것은 신을 찬미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니까요.

이 교육의 힘은 그들의 민족 경서인 <구약>과 <탈무드>에서 시작한다지요. 그들은 아기 때부터 그들의 모국어인 히브리어로 경서를 읽고 진리를 공부한다지요. 진리! 모든 지식을 융합하고 창출하는 지혜의 원동력! 그들에게는 문맹(文盲)이라는 말이 없다지요. 노인이 되어서도 경서를 읽으며 진리를 공부하고 기도를 한다지요. 그들의 삶이고 생활이니까요. 우리 한국인들이 유대인처럼 살 수는 없지요. 그러나 우리의 혼란상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비교해 볼 필요는 있지요. 외국의 사례들을 예시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겠지요.

진리 공부는 인생의 고통과 고난을 승화시켜 주지요. 무수한 인생의 경험들이 삶의 지혜로 녹아나지요. 유대인들을 ‘한 많은 민족’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아픔이 마음(忄)의 끝자락에 그쳐 맺히는(艮) 응어리가 한(恨)이지요. 그러니 유대인들은 한을 진리로 풀어 승화시키는 것이지요. 개인들의 한은 민족의 한이 되지요. 민족의 한은 개인의 한이 되지요. 집단 무의식 속에서 트라우마로 작용하겠지요.

우리들에게도 이 트라우마를 근근이 해소할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농촌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행위가 있었지만 그 중에 하나가 2, 30년 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버스 속 광경이었지요. 일 년 내내 소처럼 일하다가 봄가을로 여행을 떠나는 시골 아낙들의 ‘버스 막춤’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요. 학생들의 수학여행 때에도 그러했지요. 또 일본이 만들고 한국인들이 전 세계에 전파한 ‘노래방’도 그러하지요. 이것마저도 없었다면 한국인들의 아픔과 한은 더 많은 마음의 화병과 사회문제로 드러났겠지요.

인생의 고통과 한(恨)을 녹이고 승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는 취미 활동과 예술이 있지요. 그러나 이것들은 밖에서 찾는 것이지요. 일시적이고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대상이 있는 것들은 사라지는 것들이니까요. 내 안에서 찾는 것이 바로 진리 공부와 기도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영원성으로 향해 있는 것이지요. 가슴 깊은 곳에 꽂혀 있는 비수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용해시킬 수 없는데 이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한국인들은 개인이나 민족이나 한을 가슴에 품고 살지요. 그런데 민족의 경서(텍스트)를 지참하고 진리 공부를 해 오지 않았지요. 한을 에너지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가슴에 비수처럼 꽂아 놓고 산 것이지요. 우리 어머니들, 그 어머니의 어머니들을 보면 너무나 명징(明澄)하지요. 저는 그 한(恨)의 비수가 아픈 노래가 되어 <아리랑>으로 떠돌고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아리랑>은 한과 탓과 원망의 노래이지요.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물론 아리랑을 통해 소망을 품고, 절망을 딛고 다시 뭉치고, 내일을 위해 새로 일어나자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승화가 되지 못하고 한으로 묻어 놓는 것이지요. 구약 욥기는 무죄한 이들의 고통에 대해 간구하지요.

백번 천 번 내치는 고통에서 만 번 백만 번 내쳐 달라고 기구하는 기도의 소리지요. 백번 천 번의 고통은 만 번 백만 번의 고통을 달라는 간절한 기도에 묻혀 들어가는 것이지요. 고통이 승화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내 안의 진리 곧 신, 하나님, 절대자, 창조주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지요. 내 안의 무한한 영원성에서 퍼 올리는 에너지이지요. 이런 정신적 고양 현상은 진리 공부를 통해 ‘진리’인 ‘참나’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리랑은 너무 슬프지요. 너무 한스럽지요. 너무 아리지요. 너무 쓰리지요.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조국을 떠나 러시아, 중앙 아시아 벌판에서, 만주벌판에서, 브라질, 멕시코 사탕수수 밭에서, 미국, 중국, 일본 땅에서... 해외에서 유랑했던 동포들의 아리랑 노래. 그들이 부르는 아리랑은 너무 슬프지요. 너무 한스럽지요. 이제는 더 이상 ‘한스런 아리랑’을 멈추어야 하지요.

우리에게 진리 공부는 무엇인가?
우리 한 민족에게 민족 경서는 무엇인가?

-참고 자료-

1.성기완 교수. <성기완의 노랫말 얄라셩> 아리아리, 쓰리쓰리(아리랑 해석 시도
2.신형철 교수. <격주시화> 무죄한 이들에게 고통에 대하여

[편집자 주] 공자는 <주역>을 읽은 지 3년 만에 '지천명', 즉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역은 동양학의 뿌리라고도 합니다.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란 뜻이죠. 주역은 유학에서 말하는 '삼경'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역경>인데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란 뜻에서 <주역>이라고 부릅니다.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철학 특히 주역에 대해 관심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상 호기심에 책을 들추면 너무 어려워 곧 덮어버리곤 할텐 데요. 이번 기회에 주역을 쉽게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학 주주의 '쉬운 역학(易學)'을 2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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