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파지 줍는 건물주와 바쁜 백수 아들

제8차 아시아 미래 포럼 참관기 (3) 유원진 주주통신원l승인2017.12.04l수정2017.12.0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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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파지 줍는 건물주, 너무 바쁜 백수 아들

원래 그는 콩나물 공장을 하던 사람이었다. 까막눈이라서 공장도 수 십 년 전부터 그냥 무허가로 차려놓고 인근 식당과 시장에 직접 내다 팔아먹고 살았는데, 대대로 살던 그 지역 땅값이 폭등하면서 그야말로 부자 반열에 오른 사람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부지런하고 깨끗한 노인으로 호감을 가지고, 일부러 그가 오는 시간에 빈 박스 등속을 잘 정리까지 해서 내어 놓곤 했던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옆의 피자집이나 뒤의 식당이나 주변 모두들 그랬다.

 “아니 놀면 뭐하나. 그저 심심풀이로 운동 삼아 하는데 담뱃값이라도 보태면 좋지. 우리 나이에 그냥 놀면 병만 늘어. 그저 꼼지락 거려야 좋지.”

“사장님, 하루 종일 파지 모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 노인 분들이 많은데 사장님이 이러고 다니시면 그 사람들이 가져갈 게 없잖아요. 사장님한테는 운동이고 심심풀이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밥줄이라구요. 남들이 흉봐요.”

“누가 흉을 봐. 부지런하다고 흉을 본다는 말은 살다 첨 듣네. 쯧쯧 요즘 사람들이란….”

그에겐 아들만 하나 있다. 말을 들어보니 나도 보기는 여러 번 봤지만 직접 말을 나눈 적은 없고, 나이차도 많아서 이런 저런 모임에도 엮이지를 못했으리라. 들리기로는 미국 유학까지 다녀 온 재원이라고 했다. 그저 평범할 수도 있는 그의 아들이 동네 사람들 술자리에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은 그의 행보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공식적으로 백수라는 이름의 실업자이지만 만나기도 쉽지 않은 너무 바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를 쓸데없이 바쁜, 놀고먹는 놈이라고 야단을 치지만 그는 돈만 벌지 않고 있을 뿐 전혀 백수가 아니라고 항변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건물이 세 채인데 그거 관리하느라 뼈 꼴 빠져도 사람 하나 안 쓰고 아들을 부려 먹는 거라고요. 백수는 웬 …그리고 세상 일자리 없다고 난리인데 부자 아버지 둔 나까지 일자리를 꿰차고 있으면 그게 불공평 한 거지. 죽어서 건물 들고 가나 원 …”

알고 보니 그는 이미 내가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던 지역의 운동가였다. 소속 시민단체도 여럿이고 사람 필요하고 돈 들어가는 곳이면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지역일꾼이었는데, 지난 번 지방선거 때는 구 의원으로 출마를 했다고도 했다. 존경보다는 흉을 많이 잡히는 부자 아버지와는 달리 있는 집 자식 티 안내고 열심히 사는 겸손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 건물 세 채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입만도 어림잡아 월 5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수입의 주인은 운동 삼아 파지를 줍고 막걸리에 무 쪼가리를 씹는, 돈은 쓰는 것이 아니고 모으는 것이라고만 배운, 전형적인 새마을 마인드의 노인이다. 그 돈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 아들은 그 돈이 흘러야 하고 나누어야 하고 원래 주인이었던 누구에겐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달 쓰이지 않고 모이기만 하는 돈은 공동체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들은 돈은 못 벌지만 열심히 돈을 쓰고 다닌다. 제대로 쓸 수 있는가 늘 고민 하면서 …..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그는 요즘 열심히 아버지를 설득 중이라고 한다. 그가 알고 있는 이런저런 모임들 중에 아버지에게 맞는 모임을 찾아, 도대체 일하는 거 밖에는 아무 취미도 없는 아버지를 다른 세상으로 이끄는 게 첫 번째 목표이고, 건물 관리 직원을 한 둘쯤 뽑아서 자기가 시간 여유를 갖는 것이 두 번째 목표이다. 여전히 아버지는 아침마다 건물 주위를 빗질 하는 게 뿌듯한 자랑거리지만 지난달에는 게이트 볼 경기에도 나갔었다고 한다. 생전 처음 여럿이 해보는 운동이라는 걸 해보았고 뒤풀이도 가졌다고 하는데 재미있어 하는 눈치라는 게 그가 보고 있는 희망이다.

만약 아들의 희망대로 아버지가 일손을 완전히 놓고 자신 역시 하고 싶은 일 위주로 하게 되면 그 들의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변하게 될까. 연간 소득 6억이 5억쯤으로 줄게 되고 1억은 두 명의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늙은 아버지와 밖의 일로 바쁜 아들이 하던 일이니 두 명의 노동자는 그리 강도가 높지 않은 노동을 적당한 가격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 두 개가 늘면서 4명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니 가족까지 합치면 더 많은 이들이 만족할 수 있다. 단 여기에서 건물이 세 채이면서도 여전히 파지를 주우려고 하는 건물주의 문제가 남는다. 그의 욕망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 것인가? 계속 늘어가는 통장의 잔고인가 아니면 그저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혹은 자신이 아직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자아성취감인가. 아들은 이미 6억이 5억으로 줄어드는 것에 대한 가치관의 정리가 끝난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이 낙선했던, 기호 2번이던, 지지난 대선에서 내 걸었던 화두였다. 실상 많은 국민들은 그 안에 들어있는 진정한 힘에 대하여 그리 많은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으리라. 부정선거였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간절함을 유권자와 공유할 수 있었으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 이 말처럼 간결하면서도 또한 간절한 문장이 어디에 있으랴. 자본보다, 노동 그 자체보다 사람이 가장 우선순위라는 말이다. 그가 당선됐던 지난 대선에서 내 걸었던 슬로건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 강렬하면서도 절박한 6글자에 대한 간절함보다는 덜 한 무엇이었기에 내 기억에서 사라졌든가 아니면 이 문장을 그대로 연이어 썼든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생산의 3요소인 자본 토지 노동 중의, 노동 요소라는 의미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천부인권과 모두 평등한 가치를 지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의미의 바로 그 ‘사람’ 이라는 말을 그는 대선 기간 내내 강조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정말 다행히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우리의 대통령이 되어 주었다.

사람이 먼저라는 이 땅 최고지도자의 이념을 우리 공동체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면 많은 일들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건물주는 자기의 넘치는 소득을 기꺼이 사람에게 나누려 들 것이고 그 아들은 돈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단 한사람도 만족시키지 못하던 건물 세 채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먼저' 라는 선한 의지가 모자라면 법의 힘을 빌어서라도 .....(계속)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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