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 .... 한겨레 포럼

제8차 아시아 미래 포럼 참관기 (1) 유원진 주주통신원l승인2017.11.23l수정2017.11.2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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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아시아 미래 포럼 ... 지성의 향연장

지금은 활발하진 않지만 수 년 전부터 ‘진보의 미래’라는 책을 공부하고 글을 쓰는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집으로 그의 사후에 만들어진 책인데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가 말했던 진보는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가를 공부하고 토론하고 그 결과물들을 각자 글로 표현해보는 모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모임을 시작했던 그때만큼 열심히 공부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하면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던 대학입시 공부는 공부도 아니었고 대학에서의 전공 공부조차 수박 겉핥기였다고 생각된다. 어떤 일이든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할 수 있어도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을 능가할 수 없음을 진심으로 깨달은 계기이기도 하다.

포럼 참가 전날 잠자리에 들면서 느꼈던 가벼운 흥분과 설렘은 분명 그때 그 공부 모임에 나갈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말을 빌리면 아마도 그것은 그가 가상의 놀이로 표현했던 유리알 유희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었던 것이리라.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필요 없는 삶의 굴레에서 여기저기 발길에 치이며 다니다가, 만나게 될 사람들이나 듣고 토론하게 될 내용들 모두가 기대해도 좋을 만한, 재미나고 환상적인 파티에 초대된 것이다. 가볍게 설친 잠에서 깨어 유희에 대한 기대를 품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하기만 했다.

해외 순방으로 참석하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독 축사와 각계 귀빈들의 발언에 이어 기조연설과 강연들이 숨 가쁘게 펼쳐졌다. 내용들은 이미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자료집에 다 인쇄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토해내는 열정들은 나로 하여금 수업을 듣는 학생처럼 메모를 하게 만들었다. 신념에 찬 주장과, 조심스러운 그러나 확신에 찬 예측들 그리고 자연과학에 버금갈 정도로 잘 실험되고 정리되어 이론이 된 가설들은 수많은 그래프와 숫자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 지난한 작업들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과물들의 맞고 틀림을 떠나서 한 가치관과 이념 혹은 가설들이 선도하여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마치 포럼장은 세상을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엔진 같았다.

그럼에도 부족했던 2%...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일들

“하루에 3시간씩 주 5일 일하고도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와야 된다, 이 말이야 !!”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자본가들이 실업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비껴가고 이윤추구를 정당화하기 위한 바람막이 용어가 아닌가요?”

“현실적인 돈은 못 벌지만 사회 구석구석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어떤 형식이든 노동을 하는 거 아닌가? 이제는 그들에게도 국가가 나서서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도 된 거 같은데요? 결국 촛불혁명이 가능했던 것도 그들의 힘이 컸던 거 같은데 ...”

위의 이야기들은 포럼장에서가 아니라 폐회식 직후 가졌던 저녁 자리에서 지인들과 나눈 내용들이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밤새도록 토론하고 싶었던 내용들의 이야기들은 정작 시간의 제약 때문에 포럼에서는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 하였다. 포럼의 외연과 덩치만 생각하다가 깊이 있는 토론의 멍석이 제대로 깔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둘째 날 세션에서 만난 기본소득 국제네트워크 대표인 가이 스탠딩이나 국제노동기구(ILO)의 전 부총재였던 샌드라 폴라스키도 역시 할 말이나 토론하고 싶었던 내용이 많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에 비하면 오히려 대부분이 학자들이었던 국내 초청자들의 발표 내용은 그야말로 기 발표된 논문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세계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이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반대 사건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고, 그 반대의 입장에서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학자 역시 정연한 논리를 갖추지 못하고 오로지 복지개념의 설명과 주장에만 충실하였다. 진보가 없는 진보 개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주장들은 서로의 방향성을 뚜렷이 한 채 충분히 충돌하였다. 그 이론들이 결과물로 국가정책에 반영될 때까지 .... 결론은 각자의 몫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몫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지역의 일꾼을 뽑고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일들일 것이었다.

오피니언 리더.....한겨레의 책임과 위상

언론이 공정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공익에 부합해야 하는 것 까지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국가의 의제를 선도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길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이르러서는 당연함보다는 책임감을 가지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공동체에서 발생하고 논의되고 있는 사실을 넘어서 앞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사실들을 위해 한겨레가 한걸음 먼저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포럼의 위상에 걸맞게 충분히 명예롭게 보였다.

이번 포럼의 양대 기둥이었던 ‘일의 미래’와 ‘사회적 합의’는 아직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것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다. 누군가 더 적극적으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새로운 세상에 대하여 이야기 하여야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한겨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럼 한 번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고 자위하지 말고 둘째 날 열렸던 여러 세션들의 주제에 대하여 의미 있는 토론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포럼에서 얻은 이야기들이 한겨레 지면을 통하여 꾸준하고도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노출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무상급식이 무엇인지 알고 있듯이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시작한 사람들의 책임이다.

파티는 끝났지만 나 역시 한 번의 유리알 유희로 끝내지 않고 ‘일의 미래와 사회적 합의’ 에 대하여 공부하고 그 결과물들을 이 지면 뿐 아니라 여러 통로를 통해서 토론해 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학자도 아니고 용어도 낯선 문외한이지만 일반 시민의 사고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니 학문적 틀에서 자유롭고 그에 따른 상상력에서 오히려 확장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계속)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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