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글은 유라시아평화마라톤 조직위 공동조직위원장 여인철 주주통신원이 유라시아 평화마라톤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모든 이들의 감동을 담아 불가리아 교민 김수임님 가족에게 드리는 '헌사'이다.

오늘 12월 첫날, 그동안 강명구선수를 수호천사처럼 지켜주던 불가리아의 수임,나라님 가족이 유럽의 동쪽 끝 이스탄불에서 강선수와 작별을 고해야하는 날입니다.

일지를 뒤져보니, 수임-나라님 가족은 2017. 11. 1 유라시아평화마라톤 62일째, 강선수가 아직 세르비아에서 8일째 머물던 날, 멀리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차로 6시간을 달려 세르비아 토폴라로 온 후, 강명구선수가 세르비아-불가리아를 지나 터키 11일째인 오늘 12월 1일 이스탄불까지 줄곧 강선수를 에스코트했으니 딱 한 달하고 하루를 지켰네요.

11월 1일 불가리아에서 공수되어온 각종 우리 음식과 다음날 세르비아 들판에 차려진 닭백숙 식탁, 그 다음날의 우족탕..등은 두 달을 타지에서 뛰어온 한국인에겐 오랜만에 맞이하는 고향의 맛이었을 것입니다.

11월 1일의 수임-나라님 가족의 국경을 넘어온 따뜻한 대접에 강명구선수는 그의 30번째 보내온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가슴에 온갖 치유해법이 다 있다"

"위로받은 절망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갈채 받은 고단한 육신은 다시 생기를 얻을 수 있다. 길거리에서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 악수하고 사진 찍고 인사를 나누지만 사람이 그리웠다. 한국 사람이 그리웠다.

오늘 점심은 통돼지 바비큐를 먹었다. 매일 배불리 먹고 다니지만 하얀 쌀밥에 고추장찌개가 그리웠다.

마침 묵는 호텔은 주방시설이 갖추어진 호텔이었고 금방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올랐다. 고추장찌개, 배춧속, 소고기 장조림, 고추, 오이지 등 한상 잘 차려졌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감격을 먹었고 깊은 책임감을 먹었다." -강명구, 2017. 11. 2

천사는 수임-나라님 가족이었고, 세르비아-불가리아 구간에서 "평화" 몸자보를 두른 한 꼬마의 모습으로 나타나 강명구선수를 뒤따르며 응원하고 보호했습니다. 그 꼬마 이름은 '가진'.

아픈 제비다리를 흥부네가 지극정성으로 고쳐줬듯이, 근육통으로 뛰는 게 불투명했던 때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머문 이틀 동안 강명구선수의 다리는 씻은 듯이 나아 가진네는 "통일 흥부가족"이란 별명이 붙여지고, 강선수의 뒤를 30km나 따라 뛴 가진이를 기특하게 본 강선수는 그의 글에서 10만 통일어린이 양병설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강선수가 불가리아 소피아를 지나 거리가 떨어진 험한 지형을 달릴 때는 묵을 숙소가 마땅치 않아 하루 종일 뛴 도착지에서 다시 소피아의 가진네 집으로 가서 묵고, 다음날 아침에 전날 도착장소로 차를 타고 가는 번거로움을 반복해야 했고, 차량 운전과 점심준비 그리고 에스코트하는 일을 가진네 통일흥부가족이 해냈습니다.

시쳇말로 "와...이 스토리 실화냐?" 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절절한 동포애와 통일에 대한 열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 후로 강선수가 터키 입성한 후에도 불가리아로 돌아가지 않고 터키에 남아서 차량지원과 음식준비와 에스코트에 나선 양준호, 김아영, 김은향, 세분의 수호천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가리아에서 푹 고아 차와 비행기로, 세르비아로, 터키로 공수한 닭백숙과 사골국, 우족탕 등의 우리 음식은 강명구선수의 지친 육신과 영혼을 치유한 영약(elixar)이었고, 이는 강선수에게 앞으로도 한참 남은 유라시아평화마라톤을 뛰어낼 힘을 비축하게 만든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뒤돌아보면 불가리아의 수임-나라님네 통일흥부 천사가족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강선수의 평화마라톤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가진네 가족 관련 압권은 불가리아 소피아의 가진네 집  담장에 쓰여 있는, "1905. 11. 17 을사늑약 무효" 라는 글귀였습니다.

이 글귀는 혼미한 우리의 의식을 흔들어 깨우는 죽비 같은 것으로, 전 세계 한반도인 가정과 가족에게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교훈을 늘 되새기게 만드는 주옥같은 글이며, 본보기입니다.

이런 집안이 진짜 명문가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팔고 친일해서 얻은 떼돈, 작위, 지 위, 명예 같은 헛된 것으로 세운 집안이 명문가가 아닙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가정에 귀감이 되는 가진네가 불가리아 소피아에 있었다는 걸 발견한 건 유라시아평화마라톤의 하나의 수확이란 생각입니다.

이제 오늘로 강명구 선수는 다시금 홀로 손수레(한혈마)를 밀고 마라톤 길에 나설것입니다. 그러나 가진네 식구들의 그 지극정성에 하늘도 감복해서 강명구선수의 고난의 마라톤 행군에 길이 활짝 열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간 가진네 가족이 베풀어주신 호의와 열성, 열정 그리고 동포애는 강명구선수의 유라시아평화마라톤 역사 속에 주요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거라 믿습니다.

다시 한 번 가진네 가족 모두 헌신에 깊이 감사드리고, 이 모두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휘해주신 가진이 할머니의 깊은 사랑과 동포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한달이란 긴 시간을 유라시아평화마라톤을 위해 헌신하신 가진네 가족 모두와 주위에서 같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빕니다... _()_

기록을 위해 그동안 강명구 유라시아평화마라톤에 큰 힘을 불어넣은 불가리아 가진네 식구들과, 같이하며 도움을 준 분들의 이름을 올립니다.

가진 할머니, 김수임, 수임님 남편, 김나라, 어진-가진 남매, 김철한, 양준호, 김아영, 김은향...

마지막으로 또 다른 기록,  어제 묵었던 이스탄불 호텔을 나오며 동포로서 한 달간의 진한 만남 후 떠나보내야 하는 강명구 선수에 대해 가진이 할머니께서 호텔 로비 방명록에 쓴 글을 아래에 옮깁니다.

 

- 강명구 선생님을 아시아로 보내며 -

평화 마라토너
강명구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2017년 11월 한 달
우리 가족들은
참으로 행복했고 만족스러웠고
순간순간이
기쁨으로 넘쳤습니다.
최선을 다한 우리 모두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2017년 12월 1일 이스탄불에서
흥부네 가족들 올림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여인철 주주통신원  ymog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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