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칼럼] 아파트 경비원, 그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다

경비노동자 94명 ‘전원 해고'는 정당한가 김진희 주주통신원l승인2018.01.08l수정2018.01.09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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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한겨레(2017. 12. 4)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가 31일자로 경비원 94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2018년 벽두부터 세간은 이 뉴스로 시끄럽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 증가가 해고 이유다. 입주민대표회의는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용역업체에 맡기고 재고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상하다. 경비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기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해결된다는 것인가?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작성한 안내문에는 “전년 대비 2018년도 임금 인상분과 퇴직금 부담금이 6억 6000만 원 증가한다. 용역업체로 전환하면 임금 인상에 따른 퇴직금 충당 부담이 사라져 관리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라고 적혀 있었다.

해마다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마다 재고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는 아파트 자치회다. IMF 이전만 해도 아파트 경비원은 직장 근로자라기보다 노후 소일거리 업무 정도로 인식됐었다. 은퇴 후 용돈이라도 벌 요량으로 하던 일이었다. 그만큼 다른 사업장 업무보다 강도가 느슨했다는 말이고, 그래서 이들을 감시․단속적 근로자(경비원, 수위 등 감시 업무를 하는 근로자)라고 말한다. 이들 경비원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2007년이 되어서야 최저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감액 적용률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 일반 근로자들과 같은 100% 수준까지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경제 위기와 함께 명예퇴직이나 실업자 등 고용불안이 야기되면서 경비원 취직도 치열해졌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우 수요자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일자리(공급)에 비해 일자리를 구하는 노동자(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시장경제 원리상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균형 상태를 헤집고 끼어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약자 위에 군림하려는 심리, 흔히 말하는 ‘갑을 관계’다. ‘갑을 관계’는 산업화 초기인 6,70년대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던 가난했던 시절의 생산 현장에서 사업주와 공장 노동자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노동 현장 이전으로 거슬러가자면, 각종 인․허가 등 행정 규제권을 쥔 관공서 공무원들의 대민(對民), 대기업(對企業) 관계에서의 오랜 관료적 행태가 먼저였다.

노동 현장에서의 갑을 관계는 산업 호황기와 함께 완화된다. 그러다 경제 충격과 함께 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늘면서 그들은 스스로 ‘을’을 자처하며 일자리를 갈망하게 된다. 이후 이 ‘갑을’ 관계는 자본과 노동자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대기업과 하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비자와 판매직원, 심지어 학교의 교수와 제자 사이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상대를 통제할 수단을 가진 영역이면 모든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유교적 전통을 가진 우리에게 지극히 인륜적이고 개인적 영역이었다. 초창기 아파트 경비원이 노동자라고 인식되지 못한 이유 역시 산업 현장이 아닌 일종의 마을(아파트)이다 보니 스스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라는 인식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비원들 역시 이웃 아저씨 정도로 인식되곤 했었다. 그런데 지극히 사적이고 일상적인 영역인 내 동네, 내 집 앞에도 점차 이 ‘갑을’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노동 상담을 하다 보면 불법 해고를 호소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해고의 실질적 사유를 들어보면 업무 수행 능력의 부족 등 근로관계의 문제라기보다 아파트 자치회장 개인에 대해 복종을 하지 않았다거나, 주민들의 부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아 눈 밖에 났다든가 하는 자잘한 감정적 이유들이 드러나곤 한다. 경비원에 대한 자치회의 폭력, 폭언 등 반 인격적인 행태는 자주 들어온 터다.

갑을 관계라는 퇴행적 권력 형태가 우리 동네, 우리 집 앞까지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 작은 말단의 비공식 조직에서까지 ‘갑’으로 군림하려는 이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대개 그들 역시 누군가의 ‘을’로서 수모를 당한 경우가 발견된다. 즉 우리 사회의 깊숙하고도 보편화된 ‘갑을’ 관계는 개인 간 문제가 아닌, 이 사회로부터, 이 사회의 지배층으로부터 학습되어온 측면이 강하다. 경기 부양의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그들로부터 내려온 것은 부의 낙수 효과가 아닌 비열한 권력구조의 낙수 효과였던 것이다.

처음 경비 노동자는 아파트 자치회가 직접 고용했었다. 언제부턴가 경비 업무를 용역 회사에 맡기면서 경비원들은 해고되었고 용역회사에 비정규 직원으로 고용되었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닌가? 바로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하에 대기업들이 일부 업무를 무차별적 하도급 관계로 전환했던 사례들이다. 이후 중소기업에 파급되면서 우리나라는 원․하청 관계의 천국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산업 현장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위까지 깊숙이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자치회는 관리비 인상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경비 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임금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아파트 자치회의 고충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경비원 임금인상은 곧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심하게는 관리비 지불능력과도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대 당 인상액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실제 계산해보지 않았으니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대량 해고 사태가 자치회 주장처럼 경영상 사유가 아닌 또 다른 노사 간 갈등에서 비롯된 해고였다면? 경비원 근로자들을 대하는 아파트 자치회나 주민들의 인식과 태도로부터 많은 문제가 비롯되었던 상담 경험들이 문득 생각났다.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대다수가 어느 사업장엔가 고용된 근로자이며 그 가족들이듯 이들 경비원들도 그들과 같은 근로자들이다. 마치 다른 계층의 사람 대하듯 함부로 부려도 되는 대상으로 인식해선 곤란하다. 경비원을 징계하건 해고를 하건 일반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등 법체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번 경비원 해고 사례는 단순한 해고를 넘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해고된 경비원 노동자들 중 일부만이 용역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재고용되어 같은 아파트에서 그대로 일하게 될 것이다. 아파트가 경비원을 해고하고 용역 회사에 맡긴 이유는 분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비원들 인건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유. 이제 용역회사가 할 일도 분명해진다. 용역비에 추가 임금 인상분이 제대로 반영될 리 없으니 그들은 94명 중 일부는 재고용하지 않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해고의 정당성 등 법적 문제가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들 대부분은 평생 노동하면서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아니면 개인사업자로서 노동자에 준하는 고용주로 살아가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초등 교육에서부터 근로기준법, 노동과 노사관계의 의미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노동을 통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노동 관련법의 취지와 내용을 이해해야 함도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하루빨리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노동권리가 무엇인지도 인식해야 한다. 노사관계는 ‘갑을’ 관계 속에서가 아닌 정당한 법체계 하에서의 관계이고 협상과 타협의 과정을 통해 성숙해가야 하는 관계임을 체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진희 주주통신원  kimjh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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