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기쁨에 잠기고 기대에 부풀어 흥분할 때도 있다. 누구나 매일 그렇게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기쁨과 즐거움은 잠시에 그치고, 기대는 실망과 좌절로 되돌아오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우울해야만 할 일일까?

우울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가만히 돌이켜본다. 그 우울은 기대가 어긋나서일까? 기쁨과 즐거움이 오래가지 못해서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기대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기대였던 건 아닐까? 기쁨과 즐거움의 대상이 잘못된 것이었던 건 아닐까? 그것이 권력이든 명예든, 돈이든 평판이든 간에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대상을 기쁨으로 삼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게 바로 우울증의 근본 이유는 아니었을까?

우울함의 근본 원인은 우울하지 않아도 될 이유 때문에 우울해지는 것, 바로 그것 이다. 그런데 그 근본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우울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원인을 알면 우울할 필요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오늘 하루 우울할 필요도 없고 우울하지 않아도 된다. 우울의 원인은 우리가 우울하게 여기는 그 속에 있지 않다.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으니 말이다. 우울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삶의 활력이 솟아날 수 있다. 뜻하지 않았던 삶의 의욕과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동기로 충만해 질 수 있다.

그 때가 바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새로운 나,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진정한 기대는 새로운 나와 새로운 자아에 대한 기대이다. 그 존재를 만나는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야말로 사라지지 않는 기대일 것이며, 기쁨과 즐거움 또한 그 설렘과 기대에서 용솟음치듯이 흘러나올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그 기대와 기쁨을 우리에게서 가로막거나 훼방놓을 수 없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우울하지 않아도 된다. 2018년 무술년 1월의 마지막 날 아침, 크리스 디 버그(Chris de Burgh)의 'Snow is falling'를 들으며 내린 결론이다.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부에디터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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