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어느날이 떠오른다. 집에서 티브이(TV)로 ‘88서울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있었다. 벨소리가 울려서 나가보니 한 청년이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한겨레신문 한 부 봐주시겠습니까?” 순간 ‘아차!’ 했다. <한겨레>가 창간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아직 다른 신문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간주주인데 말이다. 샐러리맨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니 깜빡했다. 바로 구독신청서에 사인하고 청년에게 격려의 말도 해주었다.

사촌 처남이 <한겨레> 창간 당시 교열부장으로 합류했기 때문에 새신문 창간의 진행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연유로 한달치 월급을 통째로 새신문 만드는 데 보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지난 10년간의 북한 적대정책으로 생긴 큰 얼음장벽이 최근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북한 예술단·응원단 참여 무드로 녹아내리고 있다. 30년 전 올림픽은 남한만의 반쪽 올림픽이었다. 그때 <한겨레>가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오늘 북한이 참가하는 온전한 민족의 축제로 평창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한겨레>는 30년 전 올림픽 개막식날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찾아온다. 나와 올림픽, <한겨레>의 인연은 이렇게 30년을 묶어준다.

▲ 사진 : 이동구 에디터

북향민(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코칭 일에 봉사하고 있는 나에게 <한겨레>가 자랑스런 이유는, 무엇보다 냉전 시대였던 창간 당시부터 민족의 화해와 교류를 위해 애써왔다는 점 때문이다. 1989년 리영희 당시 <한겨레> 논설고문이 방북취재 기획으로 옥고를 치른 일과 그로부터 5년 뒤인 1994년 9월 정연주 당시 워싱턴특파원의 평양 취재 이야기는 잊을 수 없는 사례다.

그런데 최근 한 기관이 ‘통일’에 대한 의식 조사를 했는데 국민 10명 중 9명이 통일을 하지 않거나 미루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고, 통일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의견도 과반수를 넘었다고 한다. 평창겨울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는 것이 올림픽 성공과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10명 중 4명이나 되었다. 통일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단면이다. 우려스럽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진정성 없는 구호가 아닌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통일운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와중에 강명구 <한겨레> 주주가 지난해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간 16개국 1만6000㎞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거의 매일 40여 km를 달리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유라시아의 여러 나라를 거쳐 지금은 카스피해 연안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달리고 있다(<한겨레:온> 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 그는 3년 전에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가슴에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를 단독 횡단했다.

최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부당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럴수록 <한겨레>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 창의적이고 끈질긴 노력으로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통일 문제는 쉽게 다루기 어려운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다. 그러나 누가 말하겠는가. 서른 살 한겨레가 해주길 바란다. 그 결과물은 온전히 우리 후손들의 몫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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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2월 1일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30281.html

편집 : 심창식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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