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란 청주는 충청북도의 도청소재지였지만 겨울방학만 되면 논을 얼려 만든 썰매장이 곳곳에 개장되는 사실상 ‘시골스러운’ 도시였다. 그런데 이러한 어린 시절 추억을 나누다 보면 서울도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80년대 강남에서 자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골에서 자란 친구들의 유년시절과 많이 다르지 않다.

나 : “엄마가 오빠랑 논에 데려다주고 썰매장이라는 거야. 너희는 모르겠지만 시골은 이런 재미가 있었다고. 논에서 썰매도 타고 스케이트도 타고. 그러다 덜 얼은 빙판에 빠지기도 하고.”
서울 토박이 1 : “네가 몰라서 하는 말인데,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강남도 CGV 자리나 그 건너편 뒤로는 논밭이 많아서 겨울철에 스케이트장이 열렸어.”
나 : “에이~설마!”
서울 토박이 2 : “맞다. 맞아. 그 당시에 여기(강남역 주변)도 논밭이 꽤 많았지.”

정말 ‘설마’하는 마음에 찾아보니 당시 동아일보 자료에서 비슷한 기사를 찾을 수 있다.

강남이나 강북 공한지에 겨울이면 수십 개의 사설 스케이트장이 들어서 멀리 찾아갈 필요도 없다. 이들 스케이트장은 1천 원에서 1천5백 원 정도다. 스케이트 한 벌 값은 국산 2만 5천 원, 외제 5만 원 선이다.(1984년 12월 8일 동아일보 11면 기사 ‘운동으로 겨울을 이기자’ 중에서)

▲ 운동으로 겨울을 이기자 동아일보 기사 1984년 12월8일

아이와 함께 이런 추억들을 만들기 위해 찾아보던 중 아직도 강남 공한지(?)에 겨울마다 스케이트장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공한지는 바로 지하철 2호선 9번 출구에 위치한 GT 타워 지하 1층 GT 아이스링크. 사실 서울 사람이라고 해도 이 핫한 강남역에 겨울마다 깜짝 스케이트장이 열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광장이나 올림픽공원 스케이트장, 여의도 공원 스케이트장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데 반해 도심 한복판의 강남 스케이트장은 아는 사람만 가는 '핫'한 스케이트장이다.  

▲ 밤 스케이트를 즐기는 시민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야간 입장은 8시에 마감이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으니 잘 알아보고 와야 할 것이다. 스케이트장은 건물 지하 1층 야외 공간을 이용해 만들어 놓았기에 추운 바깥바람을 받아야 하지만, 스케이트를 타다 보면 추위를 잊게 된다. 장갑이 없으면 스케이트를 탈 수 없으니 꼭 준비하길. 스케이트를 빌려주는 대화실 안에서 장갑을 팔기도 한다. 

2월 말일까지 운영한다고 하니 얼마 남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가족들과 스케이트장에서 색다른 모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늦은 오후에 가면 야근을 마치거나 회식을 끝낸 후 2차 코스로 스케이트장에 온 어른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스케이트장 운영시간과 가격은 아래와 같고, 스케이트 대화료 5000원은 따로 받고있다. 가기전에 전화로 문의해 보면 좋을 것이다.(02-590-2440, 02-590-2441)

▲ 스케이트장 운영 시간과 가격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엄마들을 위한 팁 : 레슨을 받을 수 있는데 50분 7만 원, 30분 4만 원으로 그렇게 싸지는 않다. 스케이트를 빌릴 때 헬멧도 무료로 대여 가능하지만, 무릎 보호장비 등은 챙겨와도 나쁘지 않다. 스케이트장을 볼 수 있는 카페와 스파게티 전문점이 바로 붙어있고, 1층에는 스케이트장을 볼 수 있는 '별다방'도 있다. 밥을 먹어야 한다면 지하 1층으로 연결된 칼국수 전문점을 추천한다. 사골국물 칼국수 맛이 일품이다. 2시간 무료주차지만 강남인만큼 추가 주차료는 비싸다. 지하철을 추천.   

편집 : 심창식 부에디터

안지애 편집위원  phoenic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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