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 같은 한글학회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회칙을 만들 기회가 열렸다

24일은 한글학회창립 1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요즘 한글학회가 회칙에 대한 이견으로 약간은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활발한 논의 끝에 새로운 회칙개정위원회를 조직하여 좀 더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한 새로운 회칙을 만들자는 결의로 끝을 맺었다.

한글학회 총회는 자주 참석을 하지 않았지만, 회칙개정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이 서 있었기에 의견을 제시하고 싶어서 참석하기로 하였다. 미리 가서 입장을 하려고 하니 평의원회의가 진행 중이어서 입장은 안 된다고 해 부득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였다.

정시에 개최된 총회에서 권재일 회장님은 “올해는 세종대왕 직위 600주년이 되는 해이며, 본회 창립 110주년이 되는 해이어서 뜻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올해에는 한글새소식을 중심으로 우리 일상에서 영어말 줄이기 운동에 앞장을 설 것이다. 지난해는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를 막아내었으며, 쉬운 헌법 풀어쓰기 운동을 펼친 결과 많이 반영이 되었으며, 이제 국어연구와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여 갈 것을 약속한다”고 인사말을 하였다.

일부 회칙에 관한 논란을 의식한 인사말이라 할 것이다. 이어서 한글학회 우수논문상 시상이 있었다. 수상자는 이성한 한국외대 교수와 박창영 동국대 교수이었으며, 지난해 한글지에 실린 논문 중에서 우수작으로 선정이 되어서 시상한 것이다.

총회 순으로 전회 회의록 낭독과 채택을 한 후에 안건심의에 들어갔다. 지난해 사업과 결산보고와 올해 사업계획의 발표가 있었고, 발의한 내용을 그대로 의결하였다.

여기까지는 대단히 원활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잘 진행이 되었다.

이어서 제3안건인 회칙개정에 관한 안건이 상정되었다.

“회칙에 대한 이견이 제시 되어서 지난해 4월 회칙개정위원화를 조직하여 4월부터 운영하여 이사회에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거절이 되어서 평의원회의에서 심의하여 회칙개정위원회 안과 이사회의 이견을 모아서 새로운 안을 만들어서 가능한 한 빨리 통과 시키자"며, 안건상정의 이유까지 잘 설명을 해주셨다.

박용규 회칙개정비상대책위 공동대표가 나서서

“지금까지 1인 시위를 벌인 사람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회칙개정위 안이 많이 반영 되어서 좋아진 셈이지만, 참석율 30%도 되지 않는 이사회, 평의원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회원 20명이상의 발의가 있으면 가능케 해주어야합니다. 30년간 간선제로만 운영되고 있는데, 한글학회는 순수한 학술단체로만 갈 것인가? 책임 있는 해명을 부탁드린다”면서 총회에서조차 아무런 권리가 없는 회원들의 입장을 내세웠다.

이에 대하여 회장은 “한글학회는 학술단체이다. 시민단체는 아니다”라고 답변을 하였다.

이어서 곁에 앉아 계시던 이승운님이 일어서셔서 박용규 개정추진위대표에게

“88년 총회에 버스를 대절하여 대량참여 시켜서 회칙 개정의 쿠데타를 한 사람으로 지목이 되었는데, 나를 아시느냐? 나는 그런 일이 없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따지셨고,

박용규 비상대책위 대표는 “저도 역사학을 전공하는 사람입니다. 세분의 증언이 있어서 그렇게 쓴 것이며,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 총회장 입구에 선 개혁 축구 1인 시위

이어서 내가 발언권을 얻어서 나섰다.

“회칙에도 3조 목적에 ‘우리말글 연구’와 ‘널리 펴고 발전시키기’로 명시 되어 있으며, 학회 누리집 회장 인사말에도 ‘우리말 글의 학술 연구’와 ‘가치를 드높이는 국어운동 힘차게 펼쳐’가겠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한글학회는 세종대왕님의 창제정신을 살려 한글을 사랑하고 발전시킬 활발한 학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한글학자들만의 전유물인 골동품을 만들 것인가? 를 결정하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회칙을 바꾸어서 한글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여 각기 다른 영역에서 우리글을 더욱 빛내는 활동들을 하므로 해서 더 빛나는 한글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내가 준비한 내용을 폰을 보아 가면서 빠짐없이 강조해주었다.

다음으로 백한이 선생이 발언으로

“이사회, 평의회 등로 마치 계급 사회를 연상하는 계급화는 옳지 않다. 회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펴 달라.”는 부탁을 해주셨다.

오동춘박사는 크렁크렁한 목소리로 회장을 울리며

“한글학회는 110년을 이어온 학자들의 모임이다. 1인 시위 같은 행동은 회의 체통을 좀 더 생각하여 달라. 민주적으로 바꾸어 보자. 이사회 안건, 양보와 이해, 인격 갖추고 하자. 개혁위 안건과 이사회 안건을 모아 재조정을 하기 위해 민주적 선출로 새 개정위원회를 만들자”고 대안을 제시하셨다.

이어서 88년에 입회하였다는 이병운 선생님이 나서서

“진통이 진즉 있었어야 하는 일이었다. 총회에 처음 참석하였는데, 그동안 별 관심이 없어서였다. 회원이 평의원, 회장 선출도 하지 못하는 회이며, 국어학 전공자나 논문발표자만이 입회시키는데, 한글운동이 학회의 정체성을 더 높였음을 알아야 한다. 가입자격은 ‘우리말 글의 정체성을 높이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하자. 모든 정회원에게 의견 수렴을 해보자. 신입회원을 확산 시켜야한다. 한글학회가 한글재단의 일부이냐 재단이 한글학회의 일부이냐? 젊은 사람이 참여하는 학회를 만들자”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 총회장의 모습

회장님은

“이사회와 평의원회의 의결에 의해서

1. 이미 마련해진 개정안을 여기서 가결하자는 의견과 (4)

2. 개혁위 만들어 새로운 안을 만들자(41)를 두고 의결을 한 결과는 위와 같이 2안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내년 총회는 새로운 회칙에 의해 임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개정위원회 구성은 이사회에 의뢰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의 개정위원이 아닌 분으로 선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이문규 경북대 교수가 나서서

“회원문제 등 노력 가치 있게 본다. 정말 학회 발전을 위한 활동이 되기를 바란다. 다만 그동안에는 신입회원의 입회를 중단키로 하자”고 제안을 해주셨다. 이는 일부에서 자기 지지세력의 확보를 위한 집단 입회 등을 막자는 이야기이었다.

이방운님은

“이사회에 모두 위임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언제까지 개정위원 구성을 할 것인지 계획을 밝혀 달라.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하시자

“기간은 금년 말까지 총회 회칙 마련하겠다. 한글날 같은 모임날을 이용하고 싶다. 새로운 조직의 구성은 이사회에 맡겨 주시길 바란다”고 회장님은 대답을 하셨고,

김정근님은

“전체 회원의 의견을 물어 반영하자. 설문지 방식으로 ‘전회원’에게 물어 확인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이승인 선생은

“브레이크뉴스에 실린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피해자에게 사실 알려 달라. 그리고 해명하라. 학회에서는 조사위원회를 만들어서라도 밝혀 달라”고 다시 어필을 하셨다.

이에 대해 “언제라도 증거를 제시하겠다”는 박용규 비상대책위대표의 답변을 듣고 나서 폐회를 선언하였다.

한글학회에 갈 때마다 학회라기보다는 노인정이 아니냐 싶기만 하였다. 너무 나이 드신 분들만이 모여서 답답하고, 좀 더 활기찬 한글학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회칙개혁위원회의 덕분에 이제야 물꼬가 트인 것이 아닌가 싶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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