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날’을 확정하자

새날이 밝았다. 새날은 2018년 4월 28일부터이다. 이제 남북 분단의 역사는 ‘4•27 판문점 선언’ 전후로 나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거기서부터 새로운 역사가 쓰여 지기 시작한 셈이다. 어떤 이는 판문점 선언을 세계적 냉전 해체의 시작을 알린 몰타선언의 한반도판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용이 파격적이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겨레와 전세계 앞에 엄숙히” 천명하였으며 하늘, 땅, 바다를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을 향한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안에 종전선언과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이 잘 이행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이 8천만 겨레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과거에 합의된 몇 가지가 이행되지 못한 사실을 재차 거론하며 실천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 책임이 북측에 있지 않다는 점을 하소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 자리에 없는 또 다른 누군가의 책임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한반도 평화의 대장정, 통일의 문을 여는 새역사는 시작되었다. 이대로만 가면 향후 10년 안에 통일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는 이 자리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올해 안에 남북정부, 제정당, 시민사회가 총망라된 조국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완전한 평화를 갈망하고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기대하는가. 결국은 통일을 위해서다. 통일을 하지 않으려면 휴전선을 그대로 두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판문점 선언만 잘 지켜나가면 된다. 그러나 우리민족은 그 이상을 전진해야 한다. 즉 조국 통일의 길로 들어서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갈라져 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민족이다.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이산가족부터 1990년대 이후 생겨난 북향민(탈북자)들까지 부모형제가 남북으로 갈라져 그리움에 목메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같은 역사, 같은 언어, 같은 조상을 모시고 수천년을 같이 살아온 민족이다. 분단의 적폐를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랴. 더 이상 갈라져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통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것이 최고의 선이다.

조국통일준비위원회(약칭 조통위)를 구성해서 통일협상을 시작하자. 6•15, 8•15, 10•4 등 남북이 공히 기념해야 날은 전부 다 조통위가 주최•주관하도록 하자.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조통위가 하고 남북의 경제협력, 문화체육 교류 사업 등도 전부 다 조통위 이름으로 하자. 기존의 6.15공동위는 발전적으로 해산하자. 마침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개성에 양측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설된다. 이 사무소의 명칭을 ‘조국통일준비위원회 남북합동사무소’로 명명하자. 상주인원을 늘이고 여기서 매일 매일 통일협상을 하자. 그렇게 해서 통일에 걸림돌에 되는 각종 난관을 풀어내자. 딱 365일 동안 통일협상 기간을 가지고 마침내 남북통일 날짜를 정하자.

통일 협상에는 통일된 나라의 체제 문제가 반드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큰 난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통일 세력들의 핵심 공격 지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제는 이미 6·15공동선언이라는 통일의 이정표가 있고, 나라 밖으로는 홍콩을 반환 받은 중국 정부가 1국 2제를 채택한 것을 잘 참고하여 대응해 나가면 능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통일날짜를 어떻게 확정할 수 있는가 라고 물을 것이다. 그러나 협상이 잘 되었다면 ‘통일의 날’ 을 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어느 날 갑자기 오는 통일이라면 그것처럼 혼란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 월드컵도 날짜가 미리 정해져 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1898년 영국이 ‘홍콩경계확장특별조항’을 내세워 청나라로부터 홍콩과 그 주변 지역을 차지하면서 99년 후에 돌려주기로 약속한 것도, 결국 날짜를 정해 놓았기 때문에 중국이 1997년 7월1일 홍콩을 반환 받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올해는 남북이 갈라져 산지 73년째다. 제발 분단 100년은 넘기지 말자!

리인수/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편집 : 심창식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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