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이라 하면 현모양처라는 말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현모양처라는 말보다 여성화가라 불리길 더 좋아할 것 같다. 

▲ 신사임당 영정 그림

신사임당은 강릉 명문가인 외가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외동딸이었는데 외할아버지가 어머니를 아들 대신으로 생각해 결혼 후에도 친정인 강릉에 머물러 살도록 했다. 신사임당의 그림 재능이 드러난 것도 외가에 살던 일곱 살 때였다.

신사임당도 19세에 결혼을 했지만 남편 동의를 얻어 외가이자 친정에 머물렀다. 조선 중기는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 / 신랑이 신부 집에서 혼례를 올리고 그대로 여자 집에서 삼)의 풍습이 있어 여자는 시집살이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남자와 똑같이 제사에 참여했으며, 유산도 상속받을 수 있었다. 이런 풍습에 더해 시어머니와 남편도 신사임당의 재능을 인정해 친정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신사임당은 외할아버지의 깊은 학문적, 예술적 영향과 어머니의 현명하고 자주적 가르침 그리고 남편과 시댁의 배려와 존중으로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사임당은 또한 자신이 받은 교육 그대로 자녀들을 양육했다. 자식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어 훌륭하게 키웠다. 아들 율곡 이이는 당대 대학자이자 문신이 되었고, 옥산 이우와 딸 이매창은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아 예술가가 되었다. 

▲ 강원도 강릉시 죽헌동 강릉오죽헌의 율곡기념관에 있는 조선시대 신사임당의 초충도 8폭 병풍 중 한 폭. 각기 다른 초화와 벌레를 그렸기에 초충도(草蟲圖)라 부른다.

신사임당의 작품은 생각보다 전해지고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글씨로는 초서 여섯 폭과 해서 한 폭이 남아 있고 그림은 채색화, 묵화 등 약 40폭 정도가 전해지고 있다.

이 신사임당을 기리기 위해서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매년 5월 가정의 달에 올해 신사임당像을 추대하고 신사임당 예능대회를 연다.

▲ 소운(素韻) 이송자(李松子) 서예가

올해 추대된 신사임당像은 서예가 소운(素韻) 이송자(李松子, 73세)이다. (사)국제서법예술연합한국본부 부이사장이기도 한 이송자 서예가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서예를 시작하여, 60여 년간 한결같이 한문서예가로 활동했다.

기념행사의 백미는 신사임당 예능대회다. 이 대회는 지난 5월 15일, 오전 8시 30분 부터 오후 4시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렸다. 여성을 위해서는 시, 시조, 수필, 동시, 동화, 생활예절 및 다례, 한글, 한문, 사군자, 민화, 자수 분야에서 경연이 펼쳐진다. 2014년부터는 율곡상을 제정하여 남성도 참가할 수 있다. 율곡상은 한글, 한문, 사군자 분야에서 실력을 겨룬다. 이날 300여명 시민이 참가하여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서예가들
▲ 한글 서예
▲ 한문 서예
▲ 민화와 사군자
▲ 다례와 자수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숙제 중에 동양자수가 있었다. 검정 비단에 그려진 호리병에 수를 놓는 거였다. 앉아서 꼼짝 않고 하려니 덥기는 얼마나 덥던지... 정말 하기 싫었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도와준다는데 울엄마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미루다 개학 며칠 앞두고 초스피드로 해갔다. 거친 바늘이 빠르게 삐뚤빼뚤 들어갔다 나갔다 했으니 비단에 구멍이 숭숭 뚫려 엉망으로 한 것이 눈에 훤히 보였었다. 그렇게 힘든 작업인데... 젊은 여성들이 숨도 안 쉬고 한 땀 한 땀 고운 손길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고맙기도 하다.

▲ 심사위원들, 아래 오른쪽이 노원서예협회 회장 서정 현명숙 한글서예가

작품을 제출하고 심사가 진행되고 시상식 전에 전통공연이 있었다. 태평무와 사물놀이, 장구춤에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 행사 공연

드디어 시상식이 열렸다. 시.수필 장원에는 채선정님, 한글서예 장원에는 최미선님, 한문서예 장원에는 이윤정님, 사군자에는 김금자님, 율곡과거장에는 김현석님이 장원을 수상했다.  

▲ 급제한 명단
▲ 장원 수상자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선정님, 최미선님, 김현석님, 이윤정님,

서예부분(한글, 한문, 사군자) 입상자 800여명은 <묵향회>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정기회원전을 열고 있다. 시, 수필, 동시동화부분 수상자들이 조직한 <시문회> 회원 중 90명이 문단에 등단했으며 매년 동인지 '사임당 문학'을 발간하고 있다. 자수 수상자들이 모인 <자수회>에서는 자수전시회를 10회 열었다. 2014년 신설된 율곡상을 수상한 남성서예가들로 구성된 <묵필회>는 2018년 50주년을 기념하여 제1회 묵필회전을 예정하고 있다.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신사임당의 재능이 가득 내리기를 빈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심창식 부에디터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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