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진달래 능선에서 산철쭉을 꼭 찾아보고 싶었다. 이번엔 4.19탑에서 북한산둘레길로 해서 독립운동가 강재 신숙선생 묘소를 지나 진달래 능선을 타고 대동문까지 갔다가 아카데미하우스로 내려왔다.

▲  왼쪽이 일주일 전 철쭉과 오른쪽이 이번에 만난 철쭉

산철쭉은 보이지 않았다. 계절이 지나서 찾을 수 없었을까? 아무리 둘레둘레 열심히 찾아보아도 산철쭉 비슷한 색도 볼 수 없었다. 여전히 군데군데 연분홍 철쭉만 피어있었다. 내년에 오면 만날 수 있을라나?

▲ 이슬 맺은 긴병꽃풀과 애기똥풀과 이름 모를 풀

비록 산철쭉은 찾지 못했지만... 이번에도 보석 같은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산행 전날 비가 와서 온 산이 촉촉했다. 이슬을 머금은 꽃과 풀이 산행 초입부터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우릴 잡아두었다.

▲ 쪽동백나무

신숙선생 묘소를 지나 진달래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에 하얀 종같은 작은 꽃들이 셀 수 없이 떨어져 있다. 전 날 비가 와서 후두둑 떨어진 것 같다. 나무에 달린 대부분 꽃은 하늘을 향하는데 이 꽃은 땅을 향해 무수히 달려있다. 쪽동백나무란다. 쪽배, 쪽잠이란 말에서 보듯 쪽이라는 말은 ‘작은’, ‘짧은’ 이라는 말이다. 동백나무 앞에 왜 쪽이라는 말이 붙었을까? 옛날 동백나무에서 뽑아낸 기름은 양반집 아낙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귀하고 비싼 기름이었다. 평범한 아낙들은 유사 동백기름을 사용했는데 이 나무 열매에서 유사 동백기름을 짜냈다. 동백열매보다 열매가 작아 쪽동백나무로 불렀다. 영문명은 Fragrant Snow Bell이란다 생긴 모습이 영문명과 더 잘 어울린다.

▲ 노간주나무

진달래 능선에는 진달래와 철쭉도 많지만 노간주나무도 능선을 따라 쉬지 않고 나온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노간주나무는 바위 능선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다. 왼쪽이 노간주나무 열매다.  5월에 녹색 열매를 맺어 1년 지나면 갈색으로 바뀌고, 그 다음해 10월경에는 검정 열매가 된다. 검정 열매는 따서 먹을 수 있는데 어떤 것은 달달한 맛이 나기도 한다. 오른쪽 상단은 노간주나무 꽃이다. 연둣빛 새 잎 아래서 살포시 피는 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작다.

▲ 소나무꽃

소나무도 한창 꽃을 피울 때다. 왼쪽이 암꽃인 대포자엽(大胞子葉)이고 오른쪽이 수꽃인 소포자엽(小胞子葉)이다. 대포자엽은 계란형으로 새 가지의 끝에 붙고 소포자엽은 타원형으로 새 가지의 아랫부분에 붙는다. 소나무 암꽃이 윗쪽에 피고 수꽃이 아래에 달리는 건 자가수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란다(주).

▲ 소나무와 백운대

멀리 백운대를 향해 마음껏 꽃을 피우고 있는 소나무가 건강하고 씩씩하다. 

▲ 애기나리

애기나리도 만났다. 애기나리도 땅을 향해 꽃잎을 떨어뜨리는 꽃이다. 어린 순은 먹기도 하는데 예쁜 이름을 가진 앙증맞은 꽃의 줄기와 뿌리에는 독이 있다고 하니 애기 같다고 만만히 봐서는 아니 될 듯...

▲ 콩제비꽃과 졸방제비꽃

너무 작아 찾기 어려운 콩제비꽃도 보았다. 콩알보다도 작은 제비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제비꽃 중에서 가장 작다고 한다. 꼭 콩이 발아할 때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콩제비꽃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지난주에 만난 졸방제비꽃도 또 만났다. 졸방제비꽃은 꽃들이 올망졸망 달려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여린 연둣빛 새 잎들

어제 그제 비가 많이 왔다. 산이 한창 푸름을 먹게 될 거다. 지난주에 만난 여린 연둣빛 새 잎들도 푸름을 먹어 본격적인 녹색으로 탈바꿈하게 될 거다. 이번 산행에서는 5월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연둣빛 향연을 마음껏 즐기고 왔다. 

▲ 근대사박물관에서 만나 산철쭉

아카데미하우스 방향으로 내려와 근현대사박물관을 만났다. 근대현대사박물관 앞 조경지에 산철쭉을 심었다. 이제야 산철쭉을 만났네...  

(주) 소나무 꽃에 대한 설명은 <숲과문화연구회> 김강숙 숲해설가의 도움을 받았다. 전체 글 내용도 점검해주셨다. 이글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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