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진달래 능선에서 산철쭉을 꼭 찾아보고 싶었다. 이번엔 4.19탑에서 북한산둘레길로 해서 독립운동가 강재 신숙선생 묘소를 지나 진달래 능선을 타고 대동문까지 갔다가 아카데미하우스로 내려왔다.
산철쭉은 보이지 않았다. 계절이 지나서 찾을 수 없었을까? 아무리 둘레둘레 열심히 찾아보아도 산철쭉 비슷한 색도 볼 수 없었다. 여전히 군데군데 연분홍 철쭉만 피어있었다. 내년에 오면 만날 수 있을라나?
비록 산철쭉은 찾지 못했지만... 이번에도 보석 같은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산행 전날 비가 와서 온 산이 촉촉했다. 이슬을 머금은 꽃과 풀이 산행 초입부터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우릴 잡아두었다.
신숙선생 묘소를 지나 진달래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에 하얀 종같은 작은 꽃들이 셀 수 없이 떨어져 있다. 전 날 비가 와서 후두둑 떨어진 것 같다. 나무에 달린 대부분 꽃은 하늘을 향하는데 이 꽃은 땅을 향해 무수히 달려있다. 쪽동백나무란다. 쪽배, 쪽잠이란 말에서 보듯 쪽이라는 말은 ‘작은’, ‘짧은’ 이라는 말이다. 동백나무 앞에 왜 쪽이라는 말이 붙었을까? 옛날 동백나무에서 뽑아낸 기름은 양반집 아낙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귀하고 비싼 기름이었다. 평범한 아낙들은 유사 동백기름을 사용했는데 이 나무 열매에서 유사 동백기름을 짜냈다. 동백열매보다 열매가 작아 쪽동백나무로 불렀다. 영문명은 Fragrant Snow Bell이란다 생긴 모습이 영문명과 더 잘 어울린다.
진달래 능선에는 진달래와 철쭉도 많지만 노간주나무도 능선을 따라 쉬지 않고 나온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노간주나무는 바위 능선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다. 왼쪽이 노간주나무 열매다. 5월에 녹색 열매를 맺어 1년 지나면 갈색으로 바뀌고, 그 다음해 10월경에는 검정 열매가 된다. 검정 열매는 따서 먹을 수 있는데 어떤 것은 달달한 맛이 나기도 한다. 오른쪽 상단은 노간주나무 꽃이다. 연둣빛 새 잎 아래서 살포시 피는 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소나무도 한창 꽃을 피울 때다. 왼쪽이 암꽃인 대포자엽(大胞子葉)이고 오른쪽이 수꽃인 소포자엽(小胞子葉)이다. 대포자엽은 계란형으로 새 가지의 끝에 붙고 소포자엽은 타원형으로 새 가지의 아랫부분에 붙는다. 소나무 암꽃이 윗쪽에 피고 수꽃이 아래에 달리는 건 자가수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란다(주).
멀리 백운대를 향해 마음껏 꽃을 피우고 있는 소나무가 건강하고 씩씩하다.
애기나리도 만났다. 애기나리도 땅을 향해 꽃잎을 떨어뜨리는 꽃이다. 어린 순은 먹기도 하는데 예쁜 이름을 가진 앙증맞은 꽃의 줄기와 뿌리에는 독이 있다고 하니 애기 같다고 만만히 봐서는 아니 될 듯...
너무 작아 찾기 어려운 콩제비꽃도 보았다. 콩알보다도 작은 제비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제비꽃 중에서 가장 작다고 한다. 꼭 콩이 발아할 때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콩제비꽃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지난주에 만난 졸방제비꽃도 또 만났다. 졸방제비꽃은 꽃들이 올망졸망 달려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제 그제 비가 많이 왔다. 산이 한창 푸름을 먹게 될 거다. 지난주에 만난 여린 연둣빛 새 잎들도 푸름을 먹어 본격적인 녹색으로 탈바꿈하게 될 거다. 이번 산행에서는 5월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연둣빛 향연을 마음껏 즐기고 왔다.
아카데미하우스 방향으로 내려와 근현대사박물관을 만났다. 근대현대사박물관 앞 조경지에 산철쭉을 심었다. 이제야 산철쭉을 만났네...
(주) 소나무 꽃에 대한 설명은 <숲과문화연구회> 김강숙 숲해설가의 도움을 받았다. 전체 글 내용도 점검해주셨다. 이글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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