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찾아 북한산으로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8.05.11l수정2018.05.1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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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이 화려하게 피어올랐다가 지는 때다. 나는 이상하게 철쭉은 별로 매력이 없다. 한 뿌리에서 나오는 꽃잎 색이 너무 강렬하다. 모두 희거나, 모두 빨갛거나, 모두 자주색이거나, 모두 분홍이다. 꽃잎에 농담도 없어 꼭 조화 같다. 숨 쉬기도 힘들만큼 빽빽하게 핀 꽃이 안쓰럽기도 하다.

▲ 4.19 추모공원에서 만난 영산홍

사실 공원 등지에서 철쭉이라 하는 것은 산철쭉이거나 철쭉의 개량종인 영산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을 붉게 물들인다는 의미인 영산홍은 이름 그대로 군락으로 화려하고 피지만 진짜 철쭉은 수줍은 새색시 같이 나무 사이에 숨어 살짝궁 핀다(주).

철쭉은 주로 산에서 핀다. 북한산 진달래능선은 진달래와 철쭉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4월 진달래가 피고 지면 철쭉이 핀다. 진달래에 연이어 핀다고 해서, 혹은 진달래보다 더 연한 분홍빛을 띤다고 해서 철쭉을 연달래라고도 한다. 철쭉은 진달래처럼 꽃잎이 하늘하늘 하거니와 그 색도 아주 곱고 농담이 있어 살아 숨 쉬는 꽃 같다 이 고운 철쭉을 보러 북한산으로 향했다(주).

▲ 아미산 진달래와 북한산 철쭉

4.19 추모공원에서 북한산을 향해 올라가면 북한산 둘레길이 나온다. 둘레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귀여운 꽃도 만났다. <숲과문화연구회> 숲탐방을 3번 따라가다 보니 예전엔 눈에 띄지 않던 길가 작은 꽃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만병통치약으로 유명한 긴병꽃풀과 제비꽃처럼 보이는 종지나물이란다.

김도연 선생 묘역을 지나 진달래 능선을 탔다. 진달래는 다 졌지만 산은 흰 꽃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팥배나무 꽃도 만나고 노린재나무 꽃도 만났다. 둘이 비슷하지만 노린재나무 꽃은 수십 개 술이 꽃잎을 덮어버려 마치 흰 고슴도치가 가시를 뻗은 꽃같이 보인다. 노린재나무는 대부분 꽃망울을 달고 있지만 팥배나무는 대부분 꽃이 활짝 피었다. 팥배나무 열매는 팥을 닮고 꽃은 배꽃을 닮아 팥배나무라 한다는데 향기도 배처럼 은은하고 시원해서 눈을 감고 그 향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 팥배나무
▲ 노린재나무

덜꿩나무는 들꿩들이 좋아하는 열매나무라서 들꿩나무로 불리다가 덜꿩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순백의 정갈한 수술을 갖고 있는 꽃은, 자연이 시집 가는 숲속 요정을 위해 만들어준 부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티 없이 깨끗해서, 떠꺼머리총각 같은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 덜꿩나무

대동문에 가까워질수록 철쭉은 아직도 제 색깔을 간직한 채 곱게 피어있다. 진달래와 같은 진달래과 식물이지만 진달래처럼 먹었다간 큰일 난다. 진달래는 독이 없어 술도 담고 화전도 만든다. 철쭉은 독이 있어 먹으면 두통, 구토를 일으킨다. 그래서 옛 선조들은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 불렀다.

대동문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졸방제비꽃과 노랑제비꽃도 만나고 흰병꽃나무도, 분홍병꽃나무도 만났다.

▲ 졸방제비꽃, 노랑제비꽃
▲ 병꽃나무

하산길은 백련사 입구로 내려오는 계곡길을 택했다. 국수나무 계곡길이라고 할 정도로 국수나무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대부분은 몽우리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조심스레 핀 꽃이 제법 눈에 띈다.

▲ 국수나무

백련사를 막 지나니 길가에 흔한 애기똥풀이 군락을 지어 피어있다. 줄기를 꺾으면 동그란 노란 액체가 나오는 것이 꼭 노란 애기똥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귀비과 꽃이라 마취 및 진정 작용이 있지만 독성이 강하므로 조심해야 하는 풀이다. 흔해서 귀히 여기지 않는 애기똥풀이 계곡을 배경 삼으니 이렇게 우아한 꽃이 되었다.

▲ 애기똥풀

뱀딸기꽃도 만나고 하산하면서 만난 밭에서 딸기꽃도 만났다. 시장에선 벌써 딸기 철이 지났다고 하는데 산 밑은 아직 제철인가 보다.

▲ 딸기와 뱀딸기

산행 끝에 연두색 꽃도 만났다. 연두색 꽃은 흔한 꽃이 아니다. 도대체 뭘까 하고 '모야모'에 물어보았더니 회잎나무라 한다. 줄기 한 부분이 암 치료제로 알려지면서 수난을 겪고 있는 귀한 나무다. 그래 그런지 대부분 줄기 끝부분이 누군가 칼로 벤 듯 톡톡 끊어져있다. 인간의 욕망을 당할 자 없다.    

▲ 회잎나무

철쭉을 보러갔다가 철쭉도 실컷 보고 이런 저런 다른 꽃들을 많이 보고 왔다. 역시 5월은 축복 받은 계절이다. 5월 19일은 <숲과문화연구회>에서 계족산에 가는 날이다. 그 날은 또 어떤 눈구경을 실컷 할까?

(주) 철쭉 설명은 <숲과문화연구회> 회원인 김강숙님, 정주현님, 임주훈님, 박봉우 회장님과 <한겨레:온> 주주통신원 이호균님의 도움을 받았다. 그동안 진달래능선에 핀 철쭉을 산철쭉으로 알았다. 철쭉이 산에서 핀다고 산철쭉이라 단순하게 생각했다. 5분의 도움으로 철쭉과 산철쭉이 학명이 다른 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 따르면 철쭉의 학명은 Rhododendron schlippenbachii 이고, 산철쭉의 학명은 Rhododendron yedoense f. poukhanense 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철쭉은 연분홍에 꽃선이 둥글지만 산철쭉은 진분홍에 꽃선이 뾰쪽 뾰족하다.

 
▲ 왼쪽 사진 철쭉, 오른쪽 사진 산철쭉(사진 출처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정주현님에 따르면 산철쭉은 북한산이 원산지라고 하는데 북한산 산철쭉은 어디 있을까? 포탈에 북한산 산철쭉이라고 올라온 사진들은 대부분 진달래능선의 철쭉사진이다. 산철쭉 찾아 북한산을 한 번 더 다녀오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그 귀한 원조 산철쭉을 만날 수 있을까?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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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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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균 2018-05-11 11:26:45

    글을 맛갈스럽게 쓰셔서 맛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계족산에선 뭘 만나고 어떤 글이 올라올지 기대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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