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남인수의 산유화를 좋아했다. 엄마가 아주 즐겨듣는 곡이라 그랬으리라. 굉장히 서글픈 노래인데 노는 것 밖에 모르던 어린 내 정서에 와 닿았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커서도 양희은이 리바이벌해서 부른 산유화는 내 음색에 잘 맞아 애창곡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산유화는 이제 그만 부르라고 했다. 광주가 생각난다는 거였다. 지금은 거꾸로 5.18이 되면 가슴 아픈 곡, 산유화가 생각난다. 산유화와 함께 이런 글도 자꾸 머릿속에서 돌아다닌다.

 

님 타령

그려님아 잘있능가 나도여기 와있다네
오랜만에 고향오니 님생각이 사무치네
가지않고 살았다면 님나이가 몇이랑가
이순바라 보는나이 님나이도 그리됐제
님나이가 그리되도 내맘속엔 그때모습
해말갛게 웃는청년 이십대의 얼굴이라

세월지난 지금에도 그날밤이 생생하네
어색하게 우물쭈물 멀찍이서 앉아서는
나를바라 보는눈길 따뜻하고 애틋한데
그날밤이 다새도록 나는여기 님은거기
그리갈줄 알았다면 손이라도 잡아줄걸
님의눈빛 보면서도 먼곳으로 눈돌리고 
님의마음 알면서도 나몰라라 딴말하고
님의노래 간절해도 엉뚱노래 화답하고 
무어그리 잘났다고 님의마음 애태웠나
무어그리 대단타고 님의품을 거절했나

오월어느 화창한날 젊은이들 죄도없이 
군홧발에 짓밟히고 총검앞에 쓰러지고
두르르르 총에맞아 흥건한피 길에가득
마구잡아 굴비꿰듯 차에태워 싣고가네
야차같던 군인들이 우리님도 데려갔나
그날이후 어디있나 지금까지 소식없네
삼십팔년 지났다면 어드메에 묻혔겠지

하눌님도 무심하지 조상님도 무심하지
많은님들 찾았는데 우리님만 어디갔나
지나가는 구름님아 우리님을 찾아다오
스쳐가는 바람님아 우리님을 불러다오
우리님이 좋아하는 제비꽃이 피었다면
그곳일랑 우리님이 고이잠든 무덤일까
갈까마귀 까옥까옥 울부짖는 곳이라면
그곳정녕 우리님의 원한맺힌 산등일까

무심하다 우리님아 나는어찌 살라능가
저멀리서 지켜보는 무정하온 우리님아
애달프게 님을찾는 바보같은 어린내가
애처롭지 않단말가 가엽지도 않단말가

님을찾다 지난세월 삼십팔년 되었다네
미련하게 없는사람 못잊는다 구박받고
없는사람 부여잡고 같이죽어 살거냐고
이런저런 모를소리 내가슴만 후벼파네
먼저가신 님버리고 나도살아 보려해도
그날밤에 해말갛게 웃어주던 님모습이
이리해도 살아있고 저리해도 죽지않네
꿈에라도 나와설랑 내정모두 떼어가지
어찌하여 우리님은 꿈에서도 다정항가

 

LP로 듣는 남인수 음악 30곡 : https://www.youtube.com/watch?v=D4ueqrT9isU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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