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인 지구.

지구는 하나뿐이다. 거대한 우주엔 무수한 별들이 있으며, 그 중에 어느 별인가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있고, 거기엔 지구에서와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구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가 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없을 것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소중히 생각하고, 잘 보존해야하는 이유다.

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지구의 환경, 생태 운동에 주력했다. 전교조 해직교사 시절, 악화된 나의 건강을 되찾고자 산을 자주 찾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자연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 맘 속에 각인된 생각이 생겨났다.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자연은 언제 가도 나를 안아주고 힘들게 하지 않는다.’ ‘산은 그 산이로되 하루도 같을 날이 없구나.’ 틈만 나면 산에 가고 자연을 찾던 나에게 환경의식이 싹트게 된 계기는 광주일고에서 환경부장을 맡게 되면서 우리네 환경훼손이 심각함을 알게 된 것.

학교를 넘어 사회에까지 운동 영역을 넓혀가며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환경교사모임, 무등산보호단체, 녹색연합, 우리 농산물 지키기, 학교급식개선, 탈핵운동, 한살림생협, 학교 숲 가꾸기, 바른 식습관 운동, 녹색당, 에너지 절약운동, 내 생활 속의 실천운동 등. 지역을 넘어 다른 지역의 환경 현안에도 동참했다. 헌데, 은퇴를 앞두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개인적으로 나름 열심히 살아 왔으나, 지구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지기만 했다. 어차피 대중은 큰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깨닫고, 정부나 정치권도 그제야 움직인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하여, 이제부턴 일선 현장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기로 했다. 한걸음 물러서서 후원하고 지지 지원하는 정도에 머물기로. 앞으로는 나의 삶을 중시하고, 한 번 뿐인 내 인생에 좀 더 방점을 찍기로 맘먹었다.

 

한번 뿐인 인생.

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내 인생은 한 번 뿐이다. 똑같은 인생이 반복되는 일은 없겠지. 환생이나 윤회를 믿는다 해도 그 인생은 지금의 내 인생과는 다른 인생이리라. 그래서 한번 뿐인 내 인생을 소중히 생각하고 챙기기로 최근에 맘먹었다.

그동안 직장에 매이고 가장으로서 책임에 짓눌렸던 짐을 벗고, 자유를 찾으려 한다. 인간이 만든 관습이나 사회인식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인생에 정답은 없다. 죽는 순간 스스로 잘 살았다고 만족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언제부턴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리라 맘먹었다. 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그렇다고 전혀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대폭 줄어든다. 그래서 피해를 주더라도 상대가 감당해낼 정도라면, 피하지 않기로 했다.

가고 싶은 곳에도 가보고, 읽고 싶은 책도 맘껏 읽으리라. 농사 같은 일에도 너무 매이지 않으리라.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집에 초대하리라. 하고 싶은 취미활동도 하고, 먹고 싶은 음식, 마시고 싶은 술도 참지 않으리라. 세상적인 일에 욕심을 내지 않으리라. 무위당의 ‘무엇을 이루려 하지 마라’ ‘무심’, 제주도 한주훈 샘의 ‘흐름을 봅시다’를 맘에 새기며 살리라.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 본 사람과 인생을 얘기하는 기회를 자주 갖고 싶다. 일상에 지친 사람에게 우리 집에 와서 쉬고,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를 주고 싶다.

이렇다 할 큰 사건 없이 살아 온 내 인생을 행운으로 여기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맘을 갖는다. 제발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큰 행복을 누리는 사회’가 오기를 기원하며, 거기에 도움 될 만한 움직임에 일조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최종 목표는 ‘자연사’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다. 오래 사는 게 목표가 아니다. 사는 날까지 병원신세 지는 일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쉽게 죽는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죽음도 천화를 이루고 싶다.

건강하게 살아야 자연사를 달성할 수 있다. 건강하게 살려면, 우선 스트레스관리를 잘해야 하며, 올바른 생활습관(특히, 식습관)을 유지해야 하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맘을 갖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0대 때 죽음을 두려워 할 때가 있었다. 여러 날을 골똘히 생각하고 나 자신을 관찰해 본 결과,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죽을 때의 고통을 알 수 없는 것, 죽은 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것, 내가 사라진 뒤에도 이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잘도 굴러 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참고해서 종교, 철학 등을 공부하고, 수행도 해보리라. ‘일상이 곧 수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긴 하지만. 그리하여,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경지에 이르리라.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부에디터

김종근 주주통신원  green27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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