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이를 사랑한다면 2] 오성근 주주통신원

벚꽃이 눈부시고
라일락 향기가 코를 찌르는 봄날
아빠랑 소풍가요.

- 창가에 서서 라일락 향을 맡으면서
  벚꽃을 바라보는 소녀가 양손을 벌려 어깨를 들썩이며 “흐음!”

아빠가 도시락을 준비해요.
김밥이랑 주먹밥을 만들어요.

- 집안 풍경 : 도시락 가방, 물병, 모자, 과자, 과일이 흐트러져 있다.
  창밖 풍경 :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마음이 급해진 소녀 “아빠! 빨리 해”
              아빠 “응! 다 돼간다”

난 소풍이 좋아요.
작은 터널을 지나 개나리 진달래 조팝나무 꽃이
춤추는 길을 가요. 아빠랑 자전거타고 지나가요.

-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흰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진 길을
  자전거로 지나감. 자전거 앞에는 도시락, 뒤에는 소녀가 탐.
  “야호!”

공원엔 사람이 많아요. 장사꾼도 많아요.
낑낑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우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요.
씽 씽 씨잉!

- 길가에 앉아있는 솜사탕, 아이스크림, 김밥, 떡볶이,
  어묵, 번데기, 비눗방울 총, 인형, 떡 장사꾼들
  그 사이 수많은 인파사이로 자전거가 지나 감.
  대공원 역 앞의 풍경 “신난다.”

아빠는 노래하는 사람이 좋대요.
하지만 난 올챙이 잡는 게 좋아요.
또 운이 좋으면 소금쟁이를 잡기도 해요.

- 현대미술관 야외 공원에 서 있는 ‘노래하는 사람’과
  개울에서 헤엄치는 올챙이와 소금쟁이 그림이 반반씩
  “쉿!”

막 올챙이를 잡으려고 하는데
풍덩!
언니오빠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어요.
다 잡은 올챙이가 사라졌어요.
내 옷도 다 젖고……

-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뀜
  장소도 현대미술관 앞에서 관악산 계곡으로 전환
  계곡 양 쪽에 소풍 나온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있음
  언니오빠들이 다이빙을 하고 물을 뒤집어쓴 소녀 “우씨!”

하지만 괜찮아요.
올챙이 잡는 것도 재미있지만
물놀이가 더 재미있거든요.
나도 언니오빠들처럼
첨벙대며 놀아요.
우리아빠는 준비를 잘 하거든요.

- 다른 아이들처럼 물속으로 텀벙대며
  들어가는 소녀 “아이, 차가워”

매미가 울어요. 비둘기가 모여요.
배가 고픈 모양이에요.
공을 잡고 발차기를 해요.
물총도 쏴요.
물놀이는 언제나 재미있어요.

- 물놀이 공을 잡고 엎드려서 발차기하고
  일어서서 아빠한테 물총을 쏘는 소녀
  “아이, 차가워”하면서 도망치는 아빠
  과자 받아먹던 비둘기 떼가 푸드덕 날아오름
  계곡 안에 울려 퍼지는 매미 울음

아빠가 그만 나오래요.
점심 먹고 놀래요.
나는 그냥 더 놀고 싶은데…
하지만 조금 춥기도 해요.
계곡물은 차갑거든요.

- 물 밖 : 나무그늘 돗자리 위에서 “밥 먹고 놀아”
  물 안 : 소녀가 텀벙대며 나오면서 “알았어, 아빠”

아빠는 못하는 게 없어요.
아빠가 만든 김치김밥은 매콤새콤,
주먹밥은 고소하고 짭조름해요.
얼른 먹고 물에 들어가려는데
아빠가 붙잡아요.
밥 먹고 금방 들어가면 배탈이 난대요.

- 물로 들어가려는 소녀 팔을
  아빠가 잡는다. “조금만 있다가”

어! 친구들이 왔어요.
미루, 수현이, 준수, 은철이…
빨리 들어가야 해요.
덜렁대는 나를 보고 아빠가 웃어요.

- 크게 웃느라 다 들어난 아빠의 윗니, 아랫니 사이로
  “야! 잠깐만 기다려”
  소리치면서 계곡물로 달려가는 소녀

친구들과 물놀이를 첨벙첨벙.
수현이가 울어요.
미루 준수, 은철이랑 공격했더니
물을 먹은 모양이에요.

- 한 소녀에게 물을 뿌리는 네 아이
  “공격!”, “받아라.”, “야! 놀다가 왜 우냐?”
  “울보래요, 울보래요”

배도 고프고, 졸려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아빠가 목욕수건으로 잘 닦아 주어요.
목욕수건을 펼쳐서 가려주어요.
그 뒤에서 옷을 갈아입어요.

- 아빠가 목욕수건을 좍 펼쳐서 가림 막을 만듦
  “빨리 갈아입어”, “응! 아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어요.
빨간 단풍잎이 날아다녀요.
아빠랑 자전거를 타고
울긋불긋한 길을 달려요.
씽 씽 씨잉!

-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뀜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있고,
  도로에도 노란 은행잎이 쌓여있음
  그 사이로 빨간 단풍 하나가 나풀나풀
  “찌르릉찌르릉 비켜나세요.”

떽 떼구르르
알밤이 떨어졌어요.
밤송이는 무섭지만
반질반질한 알밤은 예뻐요.
알밤을 세톨 주웠어요.

- 가로수로 심어진 밤나무가 알밤을 드러냄
  노란 은행잎 사이에서 아빠가 “야! 찾았다”
  소녀는 “아빠는 하나 주웠지? 난 두개 주웠는데”

하나는 엄마 것.
또 하나는 아빠 것.
나머지 하나는 내 것.

- 커다란 알밤 세 개
  “야! 신난다.”

저만치에 집이 보여요.
어! 엄마가 나와 있어요.

- 아파트입구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
  소녀가 “엄마”하고 달려감
  엄마는 양팔을 벌려서 안아줄 준비

아침에 회사 갔던 엄마가 돌아왔어요.
엄마가 나를 안고 빙글빙글 돌아요.
아빠가 자전거를 들여놓아요.

-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뀜
  엄마가 소녀를 안고 빙글빙글 돈다. 
  “눈 온다”고 아빠가 소리 침

어! 눈이 와요.
한 방울, 두 방울 흩날리던 눈이
펑펑 쏟아져요.
노란 가로등불 아래 함박눈이 내려요.

- 노란색 가로등 아래 셋이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펄펄 눈이 옵니다”

엄마아빠랑
눈사람을 만들어요.
내 키보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 엄마아빠가 눈사람 곁에서 웃고,
  소녀는 눈사람 머리 위에 앉아 있다
  “내가 엄마아빠보다 더 크다”

이제 어두워졌어요.
저녁 먹고 잘 시간이에요.
그런데…
눈사람은 어떻게 하지?
우리가 들어가면 춥고 무서울 텐데.

- 고민스러워 하는 소녀
  “어쩌지?”

아빠가 나뭇가지를 모아오래요.
나랑 엄마는 나뭇가지를 줍고,
아빠는 젖지 않은 솔방울을 주웠어요.
솔방울을 밑에 깔고,
마른 나뭇가지는 그 위에…
아빠가 불을 붙였어요.

- 연기와 더불어 불꽃이 피어남
  “와아!”

불길이 화악 일었어요.
어둠이 저만치 물러가고 따뜻해졌어요.
엄마가 감자랑 고구마를 꺼내왔어요.
호일로 잘 싸서 모닥불 속으로 휙휙.

- 커다랗고 몽환적인 불꽃에 던져진 감자 고구마
  “빨리빨리 익어라!”
  눈사람도 지켜봄 

구수한 냄새가 나요.
아빠가 나뭇가지로 고구마를 꺼내요.
난 달콤한 고구마가 좋은데
엄마아빠는 감자가 맛있대요.

- 모닥불을 둘러앉은 세 사람
  “꼬르륵”

드디어 다 익었어요.
맛있게 냠냠!
눈사람 입에도 하나 물리고
맛있게 냠냠!

- 모닥불 옆에서 셋이
  감자랑 고구마를 먹음
  눈사람 입에 가장 큰 고구마

꺼억! 잘 먹었다.
눈사람 안녕!

- 화면 가득 소녀의 손
  “안녕!”

이제 잘 시간이에요.
자꾸 눈이 따끔거려요.
그런데 엄마아빠 입이…
엄마아빠도 나를 보고 깔깔깔.

- 새까매진 입을 서로 가리키면서
  “와하하하!”

참 재미있는 하루였어요.
잘 자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잘 자라, 아가야.
사랑한다.

- 엄마아빠가 한 이불속에 누워있고,
  소녀가 한 이불 밑에 누워 있다
  잠자리에 누운 소녀 “눈사람아 잘 자.”

* 다향이가 나고 자란 과천에서 재미있었던 일을 그림책으로 만들까 해서 써둔 글입니다.

오성근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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