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가는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주연을 했던 'Bucket list'라는 영화를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시한부 삶을 판정받은 두 주인공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의 List를 만들고 그것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이들처럼 유한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자신만의 Bucket list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List를 만드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알기 위해서는 나의 가치관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나 많은 생각을 한 후에 나만의 Bucket list를 작성할 수 있었다.

▲ 버킷리스트릉 위한 여행, 버킷리스트 목록 여행

이 List에는 영문학사 취득, 일본어 1급 따기, 국문학 전공하기, 가족과 함께 로마 여행, 이스탄불 여행, 중국 황산 여행, Sky diving 해보기, 보스톤 마라톤 참석하기, 출가하여 교무님 되기 등이 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이 List의 90%는 달성 되었고, 최근에 중국어 공부하기, 3명의 출가 연원되기, 가족과 크루즈 여행하기를 List에 추가 하였다.

▲ 마라톤

원불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선배가 자신의 교당에 놀러 가보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평소부터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권유라 쉽게 따라 갈 수 있었고 처음 가본 교당인데도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다. 선물로 받은 교전을 읽어 보니 나의 평소 가치관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 후 집 가까운 중곡 교당으로 옮겨, 서울시민선방과 수요교사공부방을 나가면서 공부심을 키워 갈 수 있었다. 그 힘으로 직장생활 속에서 상사나 동료, 거래선과 부딪치는 수많은 경계들을 교법에 대조하면서 생활했다. 특히 동료와 갈등이 있을 때 '미운 사람 봐 주는 것이 참 공부다'라는 법문으로 마음을 돌려 갈등을 해결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교법에 대조하면서 20년 넘게 생활한 결과 처음에 목표했던 직장에서 목표를 모두 달성 할 수 있었고 가족들과 회의를 통해 출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의 자립 기반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후 6년 동안 더 준비하여 아내는 박사과정을 마쳤고, 딸은 석사를 마치고 결혼했고, 아들도 대학 졸업 후 직장에 취직했다. 가족 모두 어느 정도 자립기반을 갖추게 된 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출가의 길로 나설 수 있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욕구 5단계 설을 통하여 인간의 욕구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 시작하여, 안정의 욕구, 소속의 욕구, 인정의 욕구, 자아실현으로 욕구로 점차 올라간다고 했다.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성불제중, 제생의세(주1)의 서원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출가의 길로 이어지게 된 것 같다.

우리 공부법이 처처불상 사사불공(주2)인데 굳이 출가, 재가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대종사님의 "나이 40이 넘어가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라"는 법문 말씀과,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그날을 대했을 때, 1,000도 화장장 열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더 이상 출가를 늦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2016년 6월에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같은 해 7월부터 영산 선학대학교에서 1년 반 동안 공부했고, 2017년 말에 교무검정고시를 거쳐 출가하여, 지금은 원불교 재정 산업부 산하 원광제약에서 근무하고 있다.

▲ 교무가 되다.

* 주1 성불제중 제생의세 : 위로는 깨달음을 얻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원한다
* 주2 처처불상 사사불공 : 세상 만물이 모두  부처이기 때문에 모든 일을 불공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드려 해나가자.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덕원 주주통신원  dwkang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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