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산 (사진 출처 ; 다음 이미지)

 

 무등산에 올라 

                   김광철

 

얼마나 많은 남도의 마음들을 품었던고

제국의 흥망성쇄의 기운도

한 인간의 생멸의 기운도

깨이면 다가서고

저무는 석양에는 찬연한 빛을 발하기도 하면서

시절이 곤할 땐 늘 시절을 품어안지만 미동도 않고

울부짓으며 달려나가 피범퍽이 되어 쓰러지던 날들

늘 찢기고, 할퀴어 만신창이가 된다 한들

한 시도 놓을 수 없는 높디높아 하늘이어라

머나 먼 이역에 떠돌다가도 그 그리움은 문득 문득

주리고 고단한 몸 부여잡고 섧은 잠 꿈길에 다가와

허연 저고리 고름 풀어 보얀 젖 무덤 내밀며 빙긋이 웃는 어머니

한 시도 놓을 줄 모르는 그 그리움이여

기대이는 마음은 태산이어라

몇 억년 세월을 그리 버티어서서

더욱 달굼질하라고

더 억척으로 나가 부서지라고

머리 조아릴 줄 모르는 불굴의 눈길 섬광이었던 아버지

세월은 아무리 격량에 떠돌더라도

서석대 높은 봉엔 절기따라 바람 멎을 날 없고

때론 운무가 몰려와 자욱이 감싸 안으며

맑은 웃음 흘리다가도

언제 그랬냐고 비뿌리고 진눈개비 흩날리던 날이 더 많았제

울고 웃던 사람의 기척을 품었던 시간이 그 얼마더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 그 소리 이어질 지 모른다만

그렇게 한 시절, 그렇게 한 세상은 흘러갈지니

태산으로 우뚝 버티어 모두 품을지니

너무 서러워하지 마라

뭐에 그리 미련과 아쉬움이 많다더냐

다 내려놓으라는데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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