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던져 진보의 가치를 지키고, 희망을 이어간 노회찬 의원

▲ 국회의사당 마당에서 열린 노회찬 의원의 국회 영결식

7월 27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마당에서는 고 노회찬 의원이 이 세상을 하직하고 마지막 가는 국회 차원의 영결식이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유족들과 정의당 당원, 많은 국회의원들과 3000여 명의 추모객 등이 모여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묵념과 노회찬 의원의 약력 보고에 이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영결사,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심장정 의원의 조사, 금속노동자 김호규의 추모사, 장조카의 유족대표 인사, 이어서 참배객들의 헌화, 분향 순서를 거쳐 영정은 노의원이 머물던 의원회관을 들러 화장장으로 향했다.   

 

▲ 문희상 국회의장의 영결사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영결사에서 "노회찬 의원은 노동운동과 정치 역정 속에서 치열하게 살았지만 삶에 대한 여유가 가득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 같다. 그는 정의로운 사람이었고, 시대를 선도했으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도 마다않은 사람으로 못가진 자, 없는 자, 억압받는 자, 슬픈 자들 편에 섰던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하여, 노동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정표였다. 낡은 구두와 양복, 셔츠, 넥타이로 대중정치의 검소함과 청렴함을 실천했던 젊은 세대의 귀감이었다. 노동자들과 서민들의 버팀목이었다. 당신이 남긴 발자취와 정신은 우리 국회와 대한민국의 역사에 길이 빛날 것이다."라고 추모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추모사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노동자, 성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삶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당신은 정의당을 위해 삶을 통째로 바치셨다. 삼성 X파일 사건 때도 오히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하며, 분노하는 동지들에게 웃음을 줄 정도로 여유롭고 낙관적이셨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내면적으로는 칼 같은 분노와 강직함, 고집스러움으로 돌파해 나가셨다. 서럽고 힘없는 많은 국민들은 저기 국회 안에 자기 편이 한 명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황망히 떠나시다니...... 노대표님, 진보 집권의 꿈은 반드시 정의당이 이루어낼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 소수자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나갈 것이다."고 눈물의 조사를 했다.

노회찬과 노동운동에서부터 정의당까지 30년 동지였던 심상정 의원도 조사를 통해 "어찌 이렇게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기시고 황망히 떠나시냐? 저와 정의당은 그 유지를 온몸으로 받아 안아 정의당은 더 강해질 것이고, 아름답고 품격 있는 정당으로 앞으로 나갈 것이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기필코 이루어낼 것이다."며 흐느꼈다.

 

▲ 전직 교사였던 정기훈 전교조 전 초등위원장

 지난 25일 나는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전 전교조 초등위원장을 역임했던 정기훈 전직 교사와 함께 참배를 다녀왔다. 정기훈 교사는 나와 함께 학교 현장에 있을 때 전교조를 같이 했고, 같은 학교 근무를 해서 친하기 때문에 이런 일에는 함께 동행하는 일이 많다. 이번에는 한국 의정사에서는 없었던 불행한 일을 맞아서 노회찬 의원과 한국의 진보 정치 발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 김광철: 노회찬 의원이 이번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그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면 어쩌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여유롭고 호방하게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굉장히 섬세하고 심성이 곱고, 감성적이며, 거짓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기 위하여 그랬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이 진보 정당운동을 해온 성과 중 하나인 정의당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 정기훈: 그런 면도 있지만 이 정도에서 내 삶을 정리하자는 생각도 있지 않았을까?

► 김광철: 노회찬 의원은 그동안 노동운동과 정치인으로서의 삶의 궤적을 보면, 그렇게 살지 않고 주류에 편입되어 살아갔으면 더 편안하고 순탄한 길을 걸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길을 선택한 것은 타고난 고결한 그의 천성과, 거기에 보태어 끊임없는 학습과 단련을 통하여 굳어진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약자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했던 측은지심의 소유자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했던 품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본다.

♦ 정기훈: 노회찬 의원은 재능이 많고 수완이 뛰어난 사람이다. 자유한국당은 아닐지라도 민주당 정도에만 있었어도 더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라서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했더라면 굉장히 창의적인 모델을 만들어 내어 그가 원했던 노동과 복지의 가치가 더 빛을 발했을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한국 정치

► 김광철: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나기 전, 근래에 굉장히 집중했던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으로 알고 있다. 나는 한국 정치가 발전하고 군소 정당들이 제도권으로 진출하여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국가의 정치와 지방 정치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정선생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기훈: 나도 같은 생각이다. 정당 투표율이 3%가 안 되면 아예 의석 배분을 안 하는 제도는 다수당의 횡포이고 군소정당의 제도권 진입을 막는 악법이다.

► 김광철: 지난번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다가 야당의 무시로 시한을 넘겨 흐지부지 되었다. 개헌문제에 대하여서는 국민들이나 정치권 등에서 복잡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시점에서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의한 의원내각제'도 심도 있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 정치를 하고 있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내각제를 하고 있다. 내각제를 통하여 보수당과 사민당 등의 진보 정당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그야말로 시민들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한다. 그렇게 때문에 극우나 극좌의 정당도 존립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으면서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다. 연정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구도가 된다.

♦ 정기훈: 우리 국민들은 아직은 내각제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하는 것도 5년 단임이 아닌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제안한 것처럼 아직은 대통령제를 더 많이 선호하고 있다.

► 김광철: 내가 개인적으로 정의당이나 녹색당 등 작은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본다. "왜 당신들은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의한 내각제를 주장하지 않느냐?"고 하면, 자신들은 그 제도를 지지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워낙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우선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도 도입을 하여 의회에 진출을 하고, 점차적으로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 정기훈: 아직 우리 국민들이 내각제를 받아들이기에는 시기상조인 면이 있다. 내각제에 대한 경험이 없어 잘 모른다. 그렇지만 군소정당들도 의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을 바꿔 중대선거구제로 가서 2등, 3등도 뽑히는 구도가 되어야 하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 정치발전을 위해서 옳다고 본다. 현재와 같이 51%를 득표하였는데, 49%의 몫까지 독점해버리는 정치구도는 분명히 잘못 되었다.

► 김광철: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분산하고, 다양한 계층의 국민의견을 국회로 수렴하고,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내각제를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내각제가 제대로 자리 잡았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을 밀어붙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의 정책 결단은 할 수 없다.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기무사의 비상계엄령 계획 문건 같은 것이 나올 수 있겠는가? 노회찬 의원이 바랐던 진보정당의 집권 가능성도 의원내각제가 도입이 된다면 연정을 통하여 가능할 수 있다.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하여 독일 통일을 이루고, 독일에 배치되었던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물리쳤던 것도 그런 연정의 결과였다.

♦ 정기훈: 그 면에서는 찬성한다. 대통령제를 유지한다고 될지라도 선거법 개정을 통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3% 득표를 해야 의회 진출할 수 있는 제한을 없애고, 비례대표를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 김광철:  이참에 자꾸 문제가 되는 정치자금이 없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의 세비를 유럽과 같이 대폭 줄이고, 의원들은 봉사직의 개념으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정치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의원 보좌관들을 둘 필요가 없다. 그게 다 국가 예산에서 나간다.

돈 안 드는 투명한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 정기훈; 나도 공감한다.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이 자전거나 소형차를 타고 의회에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지방의원 수를 더 늘려도 예산은 늘지 않으면서, 군소정당 사람들도 의회에 많이 진출하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의회로 수렴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 김광철: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이 10% 정도 나오면 의원 정수 300명인 국회에서는 30명의 정의당 의원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만 지역에서는 1등만 뽑기 때문에 1,2당이 아닌 정당은 지역구에서 뽑힐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던져준 표가 사표가 된다는 심리가 작용하여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는 1,2당에게만 투표를 하게 되는 모순이 있다. 이런 정치공학은 바뀌어야 한다.

♦ 정기훈: 옳은 지적이다. 그런 정치구도를 만들어온 것이 현재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고, 그 정당의 전신이었던 정당들이 그랬다. 국민들이 이런 지점을 바로 보고, 이런 정치구도, 돈 드는 정치는 적폐청산 차원에서 바꿔내야 한다.

▲ 노회찬의원의 영정이 국회의원회관을 들러 국회와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있다.

김광철은 노회찬 의원이 자신의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심정을 한 편의 시로 읊조리면서 길지 않지만 굵은 발자취를 남기고 간 고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며 영면하시길 기원한다.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김광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했기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나의 신념이

나의 말이

그 허물에 대하여 구차해 지고 싶지 않았다

제아무리 내로남불의 시대라 할지라도

변명과 합리화로 헤쳐나갈 수도 없지야 않겠냐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한 평생 살면서 저미고 다져온 믿음을

하루아침에 저잣거리의 육포로 내 밀린 순 없다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뭉개고 앉아 있을 수 없겠냐만

이렇게라도 괴로워하고 속죄하며

이렇게라도 책임을 지고 가는 것이

내 신념과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에

세상이 다 썩어 문드러지고 위선과 기만으로 구린내 진동할지라도

우린 그래도 희망을 안고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려나가야 한다

그러기에 오늘 나는 나를 기꺼이 내려놓는다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세상에 대한 미련의 끈을

나로 하여  늘어지게 할 수는 없다

나의 선택이 그 끈의 장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재생할 수 있다면

기어이 나는 그 길을 가련다

한 알의 해바라기 씨앗이 되어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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