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오전 9시.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갈 때입니다. 잔치라도 벌어진 듯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리고, 울긋불긋한 한복을 차려입은 일행이 노래를 부릅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 선 사람들은 대형태극기를 휘날리고, 리듬에 맞춰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이게 웬 일이다냐?'싶었습니다. 삼일절 행사도 아닐 테고, 다른 행사라 해도 아침부터 귀청이 떨어져나갈 듯한 음악이라니. 이건 분명 경찰이 정한 소음기준을 한참 넘었을 텐데 싶었지요. 호기심에 잠깐 지켜보는데 뜻밖의 소리가 들립니다.

"리퍼트대사님의 쾌유를 빕니다." (리퍼트대사님의 쾌유를 빕니다.)
"마크 리퍼트대사님, 사랑합니다." (마크 리퍼트대사님, 사랑합니다.)

김기종씨에 의해서 상해를 입은 마크 리퍼트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행사였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십자가를 든 이가 눈에 띄고, 예의 슬로건 - 예수 천당, 불신 지옥 - 도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건 또 하나의 우상숭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 떼의 사람이 모여서 태극기를 흔들고, 노래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 신에 대한 경배와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북녘의 그것과도 너무 닮았구나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