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 사건 관련 북한의 반응에 대한 균형잡힌 7일치 한겨레의 사설을 소개합니다.

 

‘미국대사 피습’에 대한 북한의 망발

북한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두고 ‘남한 민심의 징벌’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했다. 제 논에 물대기 식의 몰지각한 행태다. 당사자인 미국의 차분한 반응과도 비교가 된다.

북한 관영 언론은 사건 발생 당일인 5일부터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는 논평을 내놨다. 김기종씨의 개인적 돌출행동이 마치 남쪽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양 강변한 것이다. 외교사절에 대한 폭력을 옹호하는 이런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이런 모습은 자신이 비이성적 집단임을 지구촌에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 개시 이후 높아지는 한반도 긴장을 가라앉히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김씨의 공격을 다른 사안과 분리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우리는 분별없는 폭력 행위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감정을 절제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태도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한국 사회 주류 밖에 있는 극단주의자의 돌출적 행동’으로 한-미 관계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미국인들은 그러면서도 안전한 나라의 하나로 알려진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북한이 한-미 훈련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비합리적 행태를 고수한다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도 일정 부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한·미 두 나라의 여론이 나빠질 것이다. 특히 미국인들은 북한의 이런 태도를 호전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번에 리퍼트 대사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을 경우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지금 한-미 두 나라는 조심스럽게 대북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가 대화의 적기라는 상황 판단도 공유한다.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를 통해 한반도 현안을 풀 생각이 있다면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한겨레:온  hani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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