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문화 발상지를 개성이라 꼽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이는 고려 말 중국 성리학이 개성을 통해 들어온 까닭이다. 흔히 서경이라 일컫던 평양은 고구려 때 도읍이었고, 시대가 변해 고려 당시에는 개성이 도읍이었다. 그러므로 중국의 새로운 학설과 문화는 당연히 개성을 통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근대문화 발상지는 어디라 해야 할까? 더러는 황해도와 평안도를 일컫는 양서와 개성, 강화라 말들 한다. 이런 문화의 유입처나 발상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이야기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지역에 따른 문화 차별의식에 관한 것이다.

역사적 현실로 보면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과 접해 있었던 평안도 지역으로 중국의 문화가 유입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는 자연스레 황해도를 거쳐 서울까지 전해졌다. 한편 강화도로 서구인과 각종 문물이 들어오며 유입된 문물과 문화는 서울에 그대로 전해졌다.

사실 평안도는 당대 중국 신문화가 유입되는 중요 통로였음에도 그런 지역의 역할을 인정받지 못한 채 한반도 낙후지역으로 천대를 받았다. 이런 천대는 천대만으로 끝난 게 아니라 조정에서 인재를 등용할 때 평안도 출신이라면 변방의 무식쟁이로 취급해 출사 자체를 제한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평안도 지역에 걸출한 인재들이 많았음에도 평안도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등용되지 못하는 예가 허다했다.

이로 인해 평안도 지역 사람들 불만과 비애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런 불합리한 불평등한 차별이 어찌 평안도 경우뿐이었겠는가? 역사적으로 서인, 남인, 노론, 소론, 영·호남 등등 지역적 차별과 갈등이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어찌 이런 것들만이 우리나라 그 깊은 뿌리 깊은 차별 전부라 할 수 있겠는가?

▲ 2016년 4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운동 출범식을 열고 법 제정을 찬성한다고 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사진출처 : 한겨레 신문)

학력·학벌 차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것을 뛰어넘는 참으로 지독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의 대표주자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배우려는 탐욕이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한 한국이 된 것 아닌가? 한국에서 그런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학력을 소유치 못하고 그 어떤 중요 직책이나 중요한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에 다름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부인하기 참으로 어려운 비참한 한국 현실 중 하나이다.

배우고도 개만도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수두룩하건만, 학력이 없다는 이유로 깨친 지식이나 인품이 진정 사람답고 훌륭함에도 개 취급을 받는 예는 허다하다. 우리 사회 도둑놈이나 사기꾼의 99%는 전부 배운 자들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못 배웠어도 스스로 깨우치고 노력해 배운 사람 이상으로 실력을 갖춘 분들이 적지 않다. 이런 분들이 학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등용에서 배제되는 오늘의 부당한 현실은 실로 잔인하고 비참한 차별이 아닌가?

우리 사회 이런 잔인함을 사회 성원 모두가 깨달아 학력 위주가 아닌 인품, 인격, 사람 됨됨이에 의해 예우받는 사회로 개혁시켜야 함은 수만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력·학벌이 결정짓는 사회 인식에서 사람 그 자체, 됨됨이 가치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사람다움 사회'로 하루빨리 전환되어야 한다. 진정 사람다움이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되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사람다운 삶과 진실한 삶은 이룩되기 어려우며 제대로 된 발전과 번영은 실로 요원한 꿈일 뿐이다.

변방 국경과 접해있는 지역이라 하여 무조건 무시하고 들어갔던 평안도 차별보다도 더 지독한 차별의 실증으로 남아있는 것이 학력차별이다. 이를 개혁해 걷어내지 않고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제대로 된 사회를 바라는 것은 정말 미친 짓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학력차별을 일소하고 인간다움, 참 사람다움이 대우받고 인정받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진정으로 갈구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바라는 이 꿈이 한낱 헛된 꿈이 아닌 실제로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 생이 끝나기 이전에 정말 이런 세상이 오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진정 한낱 헛된 꿈이란 말인가?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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