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청마백일장

---2018년 9월 9일 경주 예술의 전당 앞 뜰 이미진 주주통신원l승인2018.09.12l수정2018.09.1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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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청마백일장

---2018년 9월 9일 경주 <예술의 전당> 앞 뜰

경주는 청마 유치환선생님의 고향은 아니다. 그럼에도 올해로 38년 째 청마백일장을 개최하고 있다. 청마선생님이 경주여고와 경주고등학교에서 오래 교직에 계시며, 경주의 문인들과 함께한 인연 때문이다. 올해도 전국에서 약 600여명이 백일장에 참여했다.

 

해마다 문화예산이 줄어들어 백일장 개최의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참가자와 수상자들에게 조악한 상패와 상품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 무척 미안하다. 문화의 중요성을 부르짖지만 실질적 문화예술 이바지에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은 날로 멀어지고 있다.

문학이란 인성의 형성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기초적 학문이다. 사람의 근본과 가장 밀접한 문학을 홀대하는 미래가 퍽 걱정스럽다. 불안정한 사회를 염려하기보다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기초적 토대인 백일장 개최에 조금 더 넉넉한 지원이 있길 바래본다. 유흥문화의 전시성 행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지원금으로 문인들은 늘 위축되고 초라하다.

통상 대상 작품을 기사에 싣는데, 필자의 판단으로 보류한다.

가장 순수해야할 청소년들의 시가 관념적으로 난해한 것은 아주 우려할 일이다. 난독증이 전혀 없는 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시와 산문을 더러 만난다. 아무런 감동도 없는 이런 글은 진심이 없어 난삽하다. 주제도 줄거리도 억지로 꿰어 맞춰 허황하기 짝이 없다. 글은 진실해야 한다. 굳이 만들어진 가식적인 형용과 짙은 화장의 천박함처럼 덕지덕지 미사여구를 형용한 글은 정말 역겹다.

습작기 나의 글에도 이런 역겨움이 군데군데 발견된다. 문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티가 역력한 것이다.

근년 들어 아주 좋은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이미 등단한 문인들에게도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특히 시인이나 시인을 지망하는 문학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도현의 시작법(詩作法)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이 책의 첫 장에 나오는 글 일부다.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많이 쓰기 전에, 많이 생각하기 전에, 제발 많이 읽어라. 시집을 백 권을 읽은 사람, 열 권을 읽은 사람,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 중에 시를 가장 잘 쓸 사람은 누구겠는가? 나는 시 창작 강의 첫 시간에 반드시 읽어야할 시집 목록을 프린트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모두 200권 쯤 된다. 내가 강의하는 건물에는 국악과가 있어 가야금이나 거문고 따위를 들고 오르내리는 학생들이 자주 보인다. 시를 쓰는 사람에게는 시집이 악기다>

나는 이 책을 수시로 읽는다. 물론 다른 유명 시인이나 소설가의 책도 시간이 닿는 데로 꾸준히 읽는다. 이 책을 발견한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매일 독서하지 않는 문인이란 가짜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이 책에서 발견한 황동규 시인의 시 「풍장 58」의 일부다.

 

달개비 떼 앞에 쭈그리고 앉아

꽃 하나하나를 들여다본다

이 세상 어느 코끼리 이보다도 하얗고

이쁘게 끝이 살짝 말린 수술

둘이 상아처럼 뻗쳐 있다.

 

이 시를 읽은 안도현 시인이 달개비를 찾아 꽃잎 속을 들여다보았듯, 나도 청마백일장 열리는 뜰에서 달개비꽃을 발견했다. 황동규 시인처럼 쭈그리고 앉아 오래 들여다보았다. 코끼리 귀를 닮은 두 개의 꽃잎과 하얀 상아를 보았다. 세상에 시인이 아니고서야 누가 흔해빠진 길거리 잡풀에서 이런 발견을 할까? 문학, 참 아름다운 예술이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이미진 주주통신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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