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라스트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지난 11월 3일은 블랙라스트라는 행사로 국회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 기자회견 후 청와대로 행진을 하였다.

만 명이 넘는 문화예술인들을 박근혜 국정농단 속에 블랙으로 찍어 리스트를 작성해 괴롭혀놓고도 그 나쁜 관료들에 징계 “0”이라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고 화도 나고 해서 뭔가 해야 되겠다 싶어 길굿에 참여하였다.

지난번 3.1운동 99주년 때 태극기부대에 훼손된 대형촛불도 다시 만들고,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듯 세 개의 머리로 된 큰 새와 날개, 검은 의상의 블랙인형수레 등 다양한 소품이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준비되고 마침내 길굿을 위한 만장이 시원한 글씨체로 미술인들에 의해 써지면서 행진 준비가 완료되었다.

▲  국회 앞 블래라스트 소품들. 세개머리 새와 대형촛불

기자회견 후 춤꾼들이 나와 검은 천에 덮여 몸부림치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두 주먹 불끈 쥐고 함께 치켜뜬 그 눈빛에 행진준비는 무르익었다.

늘 그렇듯이 풍물패가 앞장서고 세 개의 머리로 된 새와, 몸짓패들이 대형 블랙인형수레를 노래를 부르며 끌고, 촛불수레와 수많은 만장이 휘날리며 마포대교를 넘어 공덕, 서대문, 광화문광장으로 들어갈 때 지난겨울 촛불 때 느꼈던 무언가 따뜻함이 있었다.

▲ 마포대교를 만장 휘날리며
 

나는 길위에서 풍물을 하며 이세상 사는 존재감을 느낀다. 화려한 공연도 아닌 소박한 거리풍물이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뭔가 준비하고 마음도 챙겨 길을 걸을때 거리의 산천과 빌딩숲이 눈에 들어오고 지나는 사람들과 따뜻한 시선을 주고 받는다. 하물며 어제와 같은 수많은 예술인들의 노고가 실린 길굿은 더욱 무언의 공감이 크다.

▲ 블랙리스트 인형 수레를 끌고 경복궁을 지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들의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도보행진,           농민들의 트랙터 길굿,
굴뚝에 농성중인 파인택노동자들을 위한 풍물 길굿,
전쟁반대의 8.15천북,
3.1민회, 청년학생, 풍물패들의 천북행진,
강명구마라톤의 평화를 위한 대장정 등

길위에서 쓰여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새나라로 가는 길굿이다.

2018년 11월 4일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임인출 시민통신원  chool22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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