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박효삼 편집위원l승인2018.11.13l수정2018.11.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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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보낸 감귤이 화제다. 제주도에서도 서귀포쪽 감귤이 더 맛있단다. 그만큼 더 따듯하고 볕이 좋아야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 제주도에 갔었다. 참으로 제주도는 안타까운 섬이다. 탐라국이 1105년 고려에 복속되었다. 몽고에 끝까지 항전하던 곳이었던 제주는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는 김통전 장군 자살 이후 몽고땅이 된다. 원나라가 제주에 국립목장을 운영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감귤, 말, 전복을 매년 진상한다고 고생이 심했었다. 함부로 뭍으로 이사하지도 못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진지 구축한다고 고생하다가 해방된 조국에서 4.3으로 도민 10명중 1명이 희생되었다.

이 안타까운 섬에서 한라산을 찾았다. 김정은위원장보다는 먼저 올라봐야지.

24시간 하는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김밥 챙겨들고 성판악 가는 급행버스에 올랐다. 왕복 9시간 이상이 걸린다 해서 일찍 서둘렀지만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할 즈음 날은 이미 밝았다. 가볍게 몸을 풀고 해발 760m에서 출발하는데 과연 1,200미터를 오를 수 있을까 염려된다.

단풍 들기 시작한 산길이 반겨준다. 뭔가 산길이 육지산들과는 다르다.

2시간쯤 지나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왕복 40분이 걸린다는데 산정화구호가 그리 아름답다니 올라본다. 고생해 온 보람이 있다. 멋지다.

사라오름을 내려와 1시간쯤 더 올라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얼마 전까지는 매점이 있었다는데 다 철수하고 요즘은 무인휴게소다. 여기서 12시 반부터 정상으로 못 올라가게 통제한단다.

좀 쉬다 다시 오르는데 날이 점점 흐려진다. 구름 속을 들어 온 모양이다. 안개비도 뿌린다. 등산객들이 비옷을 꺼내 입기 시작한다.

바람도 차다. 나도 오리털 파카를 꺼내 입었다. 이제 거의 몇 미터 앞도 잘 안 보인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했다.

한참 줄을 서서 정상석에서 인증샷 한 장을 찍고 바람이 잔 곳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컵라면이 꿀맛이다.

광주 살레시오 초등학교 6학년들이 수학여행을 왔다. 방한복을 제대로 못 챙긴 아이들이 펭귄처럼 서로 몸을 붙여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엽다.

올라온 곳을 다시 가기 싫어 관음사로 하산하기로 했다. 정상에서는 2시 전에 내려가야 한다. 구름 속이라 백록담도 못 보고 아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30분쯤 내려왔는데 바람이 구름을 날려 보내기 시작한다. 마침 올라오는 등산객 한 분이 지금 정상 가면 백록담이 멋지게 보인단다.

아들과 좀 상의하다가 언제 다시 오겠냐며 이번에 고생 좀 더 하자고 발길을 정상으로 돌렸다.

헉헉 대며 다시 정상에 도착하니 2시가 벌써 20분이나 지났다.

국립공원 직원이 빨리 내려가라고 성화다. 숨 좀 돌려 사방을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

너무 멋지다.

정상 바로 근처 헬기장도 보인다. 만약 김정은위원장이 오면 2시 지나 서너 시쯤 저 헬기장에 오면 될 것 같다.

다시 하산이다. 아들과 이야기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도 무척 아름답다. 올라올 때는 코앞만 보고 왔는데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관음사 휴게소가 나타나질 않는다.

역시 한라산은 큰 산이다.

6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다 내려왔다.

내려와서야 4.3때 못 내려오신 분들을 잠시 생각해 본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박효삼 편집위원  psal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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