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 까치야 _ 출처 : 무명자(無名子)
까치의 날개 매우 반짝이고 / 鵲羽甚鮮耀
날쌔게 날며 까악까악 우네 / 飛𦑁聲喳喳
하늘에서 울면 돌아오는 소식 있고 / 噪乾歸期占
나무에서 울면 기쁜 소식 있으니 / 鳴樹喜報誇
미운 부엉이에 대랴 / 寧似惡鴟鴞
더러운 까마귀와도 다르지 / 殊異唾烏鵶
하지만 사람에게 해로우니 / 然有害於人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 則我不汝嘉
행동은 한가로우니 못된 짓 잘 숨기고 / 行閑跡易潛
모습은 깨끗하나 욕심 외려 지나치네 / 貌㓗欲反奢
마당에서는 병아리를 해치고 / 庭磔養雞雛
밭에서는 호박을 쪼아먹으며 / 田啄種匏瓜
고기 훔치고 된장 채어 가 / 竊肉與攫豉
갖은 폐해 적지 않지만 / 種種弊弗些
약은데다 의심 많아 / 惟其莫猜疑
막을 길이 없어라 / 所以難禦遮
그중 가장 큰 골칫거리는 / 最是大患在
딱한 이 초가집이라네 / 哀此草爲家
가난한 사람은 만사가 어려워 / 貧人百事艱
해가 넘도록 새 지붕 이지 못하니 / 經年茅未加
물이 새고 흙이 떨어져 나가 / 滲漏土木溼
썩은 지붕에 굼벵이 생기지 / 腐爛生螬蛙
네놈이 먹을 것 찾느라 / 爾來求之食
쪼아대고 헤쳐대지 / 觜啄兼爪爬
배불리 먹으려 이리저리 다니고 / 貪得足頻移
쫓길까 두려워 울지도 않으며 / 畏逐口無譁
온 지붕 파헤쳐대니 / 撥掘遍屋上
곳곳마다 구멍이 뻥뻥 / 處處成凹窪
이음새마다 높낮이가 달라 / 畦畛劇高低
골짜기처럼 울퉁불퉁하여라 / 巖谷互谽谺
하늘에 큰 비바람이 일면 / 天乃大風雨
삼대처럼 줄줄 비가 새어 / 漏下勢如麻
방 안에는 풀과 버섯 자라고 / 房奧茁草菌
부엌엔 두꺼비가 새끼 치네 / 厨竈産蝦蟆
너 때문에 기울어져 / 因而至傾頹
들보와 기둥 속절없이 뒤틀렸다 / 棟柱空杈枒
하루아침에 집 잃고서 / 一朝忽失所
저 달팽이가 부럽구나 / 咄咄羡彼蝸
밤이 캄캄할 젠 도둑 들까 겁나고 / 夜黑戒偸盜
몸 노출되니 뱀에 물릴까 무서워라 / 身露㥘蟲蛇
원인을 따져보면 / 苟求所以然
네놈 탓 아니더냐 / 致此非若耶
천지가 만물을 생육할 때 / 天地育萬物
참으로 악독한 화의 싹이니 / 戾氣眞孽牙
해독은 물여우와 같고 / 毒害似蜮弩
흉포함은 귀차보다 심해라 / 凶鷙甚鬼車
내 네게 무슨 잘못 했길래 / 吾何負於汝
나의 삶을 망쳐놓느냐 / 而使壞生涯
무너뜨리는 게 어찌 이치리오 / 傾覆豈其理
묵묵히 생각하다 다시 장탄식하네 / 默念還長嗟
미운 건 이런 것만이 아니니 / 所惡非似是
모습과 행실 아주 달라 / 貌行有殊差
영조요 길조라는 이름 차지하고 / 占取靈吉名
겨울 나무에 앉아 정답게 우네 / 軟語坐寒楂
사람으로 말하자면 겉은 훤칠한데 / 譬如人脩㓗
속마음은 실제로 음흉하여 / 其中實憸邪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끼치니 / 流害及無辜
헛된 명예요 참 아름다움 아니다 / 虛譽非眞姱
아이들아 잘 대해주지 말고 / 兒曹莫相饒
활로 쏘고 막대로 때리거라 / 弓彈更杖撾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 1741~1826)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반에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문인이자 독서인이며 선비이다.
52세에 지은 작품이다. 평성 마(麻) 운 하나로 압운한 일운도저격의 60구의 장편 고시이다. 이 시는 까치의 행실을 묘사함으로써 빈한한 한사(寒士)의 궁핍한 일상을 잘 보여주고, 나아가 까치의 못된 행실을 낱낱이 추적함으로써 겉으로 점잖은 척하면서 뒤로 온갖 행악을 일삼는 거짓 군자의 이중성을 고발하였다.
[주 물여우〔蜮弩〕 : 중국 남방에 있다고 하는 전설상의 동물 함사역(含沙蜮)이다. 모래를 머금고 있다가 사람의 그림자를 엿보아 쏘면 그 사람이 병이 들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山海經》
[주 귀차(鬼車) : 중국 남방 검주(黔州) 지방에 전해오는 상상 속의 동물 귀차구두조(鬼車九頭鳥)를 말한다. 사람 얼굴에 박쥐날개를 한 흉조(凶鳥)의 일종인데, 성질이 몹시 포악하다고 한다. 구두조, 비은(飛隱), 무고조(無辜鳥)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白澤圖》 《山海經》또 귀신을 수레에 가득 실은 것처럼 괴이하고 흉한 일이란 뜻으로 풀 수도 있는데, 《주역(周易)》 〈규괘(暌卦) 상구효사(上九爻辭)〉에 “돼지가 진흙을 등에 진 것과 귀신을 수레에 가득 실은 것을 본다.〔見豕負塗 載鬼一車〕”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車’를 ‘차’로 읽어야 하고 ‘거’로 발음할 수 없는데, 압운자로 쓰였기 때문이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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