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사표가 수리되었다.

“저 별도 나를 보고 있을까
아니 날..
지금 날 찾고 있진 않을까
아니 날 피해 가고 있을까“
         - 헤이즈, ‘저 별’ 중에서

▲ 지금 보고 있는 별의 모습은빛이 도착하는 시간 전의 모습이다.

K는 오늘 사표를 냈다.

사표는 즉각 수리되었다. 대통령은 “정부 초기 경제 정책의 큰 틀을 잡는데 크게 기여” 했는데 라며 아쉬워 했다고 대변인은 전했다.

“국문과 졸업하면 취직 못하잖아요. 그런 학생을 많이 뽑아서 태국 인도네시아의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

K는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이 발언은 그가 맡아온 ‘신남방정책 특별위원장’이라는 직함과 어울리지 않는다. 국문과는 모국어 화자, 혹은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의 문학적 특성과 어학적 특성을 탐구한다. 그 특질들에는 한국어를 처음 익히고자 하는 외국인 학습자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간단히 말해, 그는 국문과와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과를 구별없이 이해했다. 이는 무심하거나 무지한 결과물이다. 그에게는 학자로서의 ‘엄격성’이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인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K는 또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런데, 동남아로 떠난 젊은이들이 일정시간이 지나면 바로 귀국해서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대열에 참여할 수 있을까? 그에게는 확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없다.

타국에서 쌓은 ‘한국어강의’ 경력이 귀국 후 국내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는데 보탬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비해 저렴한 주거조건, 익숙해져버린 현지의 생활을 고려해보면 귀국을 망설이며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가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다시 ‘엄격성’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이고, 예측하고 내뱉았다면 학자로서, 혹은 정책담당자로서의 ‘일관성’을 놓았다는 비판에 답해야 할 것이다.

‘예타면제’로 다시 시끄러워지는 지금 대통령은 그를 아쉬움으로 보내고, 대통령의 주위에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들 또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 원칙도 희생도 없이, '자신'만을 믿고 의지하며 가는 듯한 모습은 '광신'과 '덕후'의 중간쯤에 있는 모습일 뿐 정치의 모습은 아니다.

별처럼 빛나던 원칙, 그 원칙을 지탱하던 '엄격함'과 '일관성'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K는 사표를 냈지만, 또 다른 K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헤이즈의 노래가 계속되고 있다.

“너무 멀어서 내 노래가 들리지 않을까
내가 보고 있는 게 지금의 너가 맞을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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