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초등(국민)학교 시절부터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공부해 왔지요. 한글은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문자이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들어왔지요. 세계의 모든 민족의 언어를 발음할 수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소리글자’ 측면에서 그러한 것이지요. 그런데 소리글자는 뜻을 담기에는 곤란하지요. 지난 회에서 소개한 ‘과메기. 오징어’라는 단어에서도 잘 알 수 있었지요.

예를 들면,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여자리에 ‘여자도’라는 섬이 있지요. 처음 들으면 남녀의 ‘여자女子’를 떠올리지요. 언어에는 개념이 들어 있으므로 이미 입력되어 있는 지식으로 상(이미지)을 떠올리지요. 여자도(汝自島)는 섬을 중심으로 주위 섬들의 배열이 ‘여(汝)’자 형태를 이루고, 육지와 교통이 불편하여 모든 생활수단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였으므로 스스로 ‘자(自)’를 썼다고 하네요.

또한 중국에 ‘무당산’이 있지요. 처음 들으면 굿을 주관하는 무속인이 떠오르지요. 그런데 중국 후베이성 균현(均縣)의 남쪽에 있는 도교(道敎)의 성지(聖地)이고 영산(靈山)이라 하는 무당산(武當山)이네요. 이런 예시뿐만 아니라 다른 용어들도 마찬가지이지요. 한자를 알고 같이 사용하면 그 뜻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개념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1) 상투. 상두(上斗) : 한자어다. 머리카락을 위에 감아올림으로써 북두칠성(北斗七星)과 연결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대우주와 소우주가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고 한다.

2) 하룻강아지 : 하릅강아지가 변한 것이다. 하릅이란 요즘에는 이 단어가 거의 쓰이지 않지만 아직도 시골 노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다. '하릅'은 소, 말, 개 등과 같은 짐승의 '한 살'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하룻강아지'가 '하릅강아지'로부터 변형된 것이고 이것이 '한 살 된 강아지'라는 의미라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라는 속담은 '한 살 된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개에게 있어 생 후 일 년이면 천방지축 까불고 겁 없이 짖어댈 나이이다.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라면 범이라도 겁이 없을 것이다. ‘하룻강아지’로 굳어져버린 것이라고 본다.

3) 팽개치다 : 하던 일을 포기하고 그만 두는 일을 말한다. 팽개는 ‘팡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팡개는 논에 있는 참새를 쫓는 데에 쓰이는 대나무 막대기라고 한다. 이렇게 논바닥에 팡개를 쳐서 흙이나 돌을 묻힌 다음 그것을 휘둘러 새를 쫓는 것에서 ‘팽개치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4) 주뢰(周牢), 주리를 틀다 : 한자어다. 죄인의 두 다리를 한데 묶고 다리 사이에 두 개의 주릿대를 끼워 비트는 형벌(刑罰)을 말한다.

5) 도대체(都大體) : 한자어다. 대체. 대관절. ‘다른 말은 그만두고 요점만 말하자면, 유감스럽게도 전혀’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아주 궁금하여 묻는 말로 본다.

6) 도무지 : 한자어다. 도무지(都無知), 모지(塗貌紙)의 어원에 대한 견해는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애써 보아야 전혀, 아무리 해도,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의 뜻으로 쓰이는 부사이다..

예전 구한말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고 나라를 빼앗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보면 엄격한 가정의 윤리도덕을 어그러뜨렸을 때 아비가 눈물을 머금고 그 자식에게 비밀리에 내렸던 ‘도모지(塗貌紙)’라는 사형(私刑)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도모지(塗貌紙)’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얼굴에 종이를 바르다”는 뜻이 다. 자식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고 물을 묻힌 조선 종이, 즉 창호지(窓戶紙)를 얼굴에 몇 겹이고 착착 발라 놓으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종이에 물기가 말라감에 따라 서서히 숨조차 쉬지 못하게 되어 죽게 되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따라서 ‘도무지’는 이런 끔찍한 형벌에서 비롯하여 ‘전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 민간어원에서 보는 ‘도무지’의 어원 해석이다.
 

7) 흐지부지 : 한자어다. 휘지비지(諱之秘之)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숨기고 감추다. 남을 꺼려서 몰래 얼버무려 넘김’의 뜻이다. ‘끝을 분명히 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겨 버리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흐지부지는 단어의 구조로 보아 ‘흐지’와 ‘부지’로 분석되는 것으로 어원이 한자어라고 본다. ‘애지중지(愛之重之), 감지덕지(感之德之), 전지도지(顚之倒之), 좌지우지(左之右之)’ 등의 한자어들이 있어서 그러한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8) 조카 - 족하(足下) : 한자어다. 아랫사람을 높여 주는 말로 쓰인다.

9) 구석(狗席) : 주역(周易) <문왕 8괘도>에서 서북쪽이 8괘중에 건乾의 자리이다. 12地支로는 술戌자리이고, 술戌은 개띠이므로 곧 개 구狗에 자리 석席, 구석狗席(개자리)이다. 또한 서북쪽은 햇볕이 가장 안 드는 음습한 곳이다. 그래서 동네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형성된다. 그 마을 이름이 ‘개골’이 되는 것이다.

10) 훤하다 : 환웅단군(환단桓檀)의 환(桓)에서 유래. 환(桓)은 하늘의 광명, 단(檀)은 땅의 광명으로 하늘의 빛이 밝아오는 것은 뜻한다.

<참고자료>

상투문화

동북아 민족들 중 유독 한민족에게서만 볼 수 있는 칠성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머리를 틀어 올리는 상투입니다. 상투는 상두(上斗)라고 합니다. 상투를 틀 때 앞으로 4번, 뒤로 3번 꼰다는 것은 북두칠성을 내려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상투는 머리꼭대기에 틀어 올려 꼿꼿하게 세우는 머리기둥으로써 하늘로부터 오는 기운을 받는 장소입니다. 사람의 몸에 세운 솟대(蘇塗)라 볼 수 있습니다.

홍산 문화 유물 중에 발견된 옥고에서 알 수 있듯이, 상투는 태고 시대에 시작되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생활문화입니다. 상투는 내 머리를 삼신 상제님이 계시는 칠성을 향하게 하여 항상 상제님과 한마음으로 살겠다는 의지와 정성의 표현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상투를 시대에 뒤처지는 구습으로 알지만, 사실 상투문화에는 삼신 상제님(하느님)을 받들던 인류의 원형문화인 신교(神敎)의 혼이 담겨 있습니다. 상투문화는 우리와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중국 남방의 묘족에서 확인할 수 있고, 20세기 초 아메리카 인디언과 중미의 아즈텍인에게서도 살필 수 있습니다. 그들과 우리는 문화적으로 혈연적으로 가까운 같은 계열의 한 민족인 것입니다.(네이버에서 인용)

[편집자 주]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고, 한민족의 3대경서를 연구하고 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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