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학의 '쉬운역학(易學)' 79. 정명(正名)과 3.1 혁명

김상학 주주통신원l승인2019.01.08l수정2019.01.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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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정명사상은 공자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 공자에 와서 정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네요. 정명의 의미로는 우선 ‘바른 이름. 이름을 바르게 한다. 그 사물에는 그에 맞은 바른 이름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접근을 하면 되겠네요. 서양의 관점에서는 ‘언어철학’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하이데거).'라는 언어철학 명구가 있지요. 인간이 사유하는 방식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할 때 인용을 하지요. ‘사람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보면 그 생각의 한계를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품격도 하는 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어는 그 사람의 생각이고 의식이고 인격이고 사상이다.’ 이런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대화 토론, 비판 논쟁하는 논리적, 합리적, 철학적 학습의 중요성이 거론되는 것이지요.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은 속담이나 격언에도 많이 등장하네요.

언어문자(言語文字)는 생각의 도구이며, 생각을 담는 그릇이지요. 언어문자에는 개념이 담기게 되지요. 그래서 철학이라는 학문은 ‘언어철학’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언어철학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학문의 과학이 정립(鼎立) 된다고 하지요. 그래서 모든 학문 영역의 박사를 통칭해서 ‘철학 박사’라고 부른다지요.

한편 유가(儒家)의 정명주의(正名主義)는 유가학설의 중심적 사상이라 하지요. 여기서 정명이란 각자의 지위를 바르게 한다는 것으로, 천자(天子), 제후(諸侯), 대부(大夫), 서인(庶人), 모두가 자기의 직책에 맞게 모든 힘을 쏟는다는 의미라 하네요. 군신(君臣)과 부자(父子)가 각자 자기의 명분을 지키고 침범하지 않으면 사회의 질서는 확립된다는 생각이지요.

父父, 子子, 兄兄, 弟弟, 夫夫, 婦婦, 而家道正, 正家而天下定矣(주역 家人卦. 37).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도리를 다하면 가도는 바르게 되고, 가도가 바르게 되면 나아가서 천하가 안정될 수 있는 것이다.)

▲ 3.1 운동

첫째, 사물의 실상에 대응하는 이름으로 본다. 이 경우 정명은 사물의 실제와 그 명을 일치시킨다는 뜻으로 동이(同異), 시비(是非), 진위(眞僞)를 분별한다는 논리학의 사실 판단에 해당한다.또한 정명이란 ‘이름(名)을 바로 잡는다(正)’는 뜻으로 주로 명실(名實) 관계에 대한 정치, 윤리적 개념이라 하지요. 구체적으로는 名의 의미에 따라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둘째, 인간의 내면적 덕에 대응하는 명분의 의미로 본다. 이 경우 정명론은 인간의 덕과 그 명분을 일치시킨다는 뜻으로 명분(名分), 귀천(貴賤), 선악(善惡)을 구별한다는 윤리학의 가치 판단에 해당한다.

공자는 자로(子路)라는 제자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고 하였고, 또한 “정치란 바로 잡는 것이다(政者 正也).”라고도 하여 정치에 있어서 정명의 중요함을 피력하였다지요. 전화(戰火)에 휘말리던 춘추전국 시대에 이런 한가한 대답을 했다는 것이 의아하지요. 그것은 말 한 마디로도 전쟁을 멈추고 화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요.

제경공이 정치에 대해서 물었을 때,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고 하여 명분과 그에 대응하는 덕이 일치하지 않음을 지적하였다지요. 이러한 공자의 정명 사상은 사회 성원 각자가 자기의 명분에 해당하는 덕을 실현함으로써 예의 올바른 질서가 이루어지는 정명 사회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 점에서 공자가 바라는 정명은 단순한 명분의 고수가 아니라지요. 예컨대 군자는 명분상 군자이기 위해서는 그 실(實)로서의 인(仁)을 지녀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을 더욱 발전시켜 맹자는 혁명론을 전개하지요. ‘임금이 임금답지 못할 때’ 혁명을 통해 임금도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조선 시대에 <맹자>가 금서(禁書)가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네요. 오늘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실천해야 할 가치가 되겠네요.

己亥년은 3,1 혁명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를 정명(正名)과 더불어 대대적으로 맞이하고 있네요. ‘우리 한국인들은 언제까지 일본에 이토록 매어서 살아야 하는가? 일본 애들 없으면 어찌 살려하나? 일본 콤플렉스뿐만 아니라 외세 식민사대 노예의식에서 못 벗어나고 허덕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기 바쁜 백성들은 먹이 따라 부화뇌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체가 무너졌다는 게 이런 것, 국가 전반에 고질병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착잡한 생각에 젖어 들곤 하네요. 그러면서 내 자신의 정신적 나태를 경책해 보기도 하지요.

아무튼 현실 상황에서는 일제와 관련이 있는 삼일절, 광복절 행사를 잘 치루어 내야겠지요. 역사의식을 지속적으로 고취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겠지요. 마땅히 이번 <3,1 혁명 100주년 기념행사>에 모두 참여 연대해야겠네요. 3,1혁명의 정명(正名)으로 우리 모두 분노의 기도와 함성을 함께 해야겠지요. 불의에 대한 거룩한 분노는 건강에도 좋다고 하네요. 언젠가는 삼일절, 광복절을 극복하고 ‘개천절’을 민족적 거국적 축제 행사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자료>

공자가 말했다.

“술잔(모난)이 술잔 같지(모나지) 않으면, 술잔(모난)이겠는가, 술잔이겠는가!”

子曰: “觚不觚, 觚哉! 觚哉!(고불고, 고재, 고재)”

고(觚)는 두 되들이 술잔이다. 본래 뿔로 만들었지만 뒤에는 금속으로 만들었다. 배 부위에 네 개의 모서리가 있고 다리 부위에도 네 개의 모서리가 있었다. 모두 여덟 모인 셈이다. 불고(不觚)는 고답지 않다는 말이다.

주자(주희)는 공자가 유명무실(有名無實)의 현실을 두고 탄식했다고 보았다. 공자의 때에 이르러 여덟모가 아닌 술잔을 두고도 고라 불렀다. 기물의 본질이 바뀌었는데도 예전 이름을 사용한다면 옳지 않다. 그래서‘고(술잔)가 고답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단, 술잔의 모가 없는 사실만 두고 탄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갖가지 제도의 명(名)과 실(實)이 어긋나 있음을 한탄하면서 술잔을 예로 들어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해석은 공자가 고를 깎을 때 딴생각을 하느라 고의 모양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탄식했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르면 “고는 하찮은 그릇인데도 마음이 전일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거늘 큰일을 함에 있어서야!”라고 자책한 뜻이 된다.

또 어떤 해석은 공자가 술주정을 경계했다고 풀이했다.

옛날에는 술을 마실 때 세 되를 적당하다고 했고 고는 두 되의 양을 담는 술그릇이거늘, 요즘은 고로 마신다면서 실제로는 아주 많은 양을 마셔댔으므로 탄식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주자의 설을 따랐다. 앞서 정이(程頣)도 세도(世道)가 퇴폐(頹廢)하여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한 현실을 탄식한 내용으로 보았다. 사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존재 가치가 없고 나라가 나라의 꼴을 이루지 못하면 정당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 말은 이러한 세태를 안타깝게 여긴 공자의 개탄이 묻어 있는 구절이다. 그런 사정은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의 “信如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진실로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고,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고, 아들이 아들답지 않다면, 비록 곡식이 있다 한들 그것을 먹을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한 말에서 그 심경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실물과 이름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는 것이다.

<참고서적>

우주 변화의 원리. 한동석 <대원출판>, 주역. 최완식 <혜원출판>, 논어. 김석원 <혜원출판>

[편집자 주]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고, 한민족의 3대경서를 연구하고 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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