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픈 사랑을

지난날은 어설프고 황당한 삶이었지만, 그래도 한 순간 한 줄기의 희미한 사랑이라도 있었기에 살았지 않나 싶다. 불같이 뜨거운 사랑도 못해본 필자가 사랑을 논한다는 게 참 우습지만, 또한 그런 숨 막히는 사랑을 하지 못해 봤기에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었어도 사랑을 떠올리니 가슴이 설레이는 것은 아직 살아 있음일까 주책일까?
사랑은 나이가 없고 늙지 않나보다. 사실 사랑만큼 중한 게 어디 있고 사랑이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겠는가? 위대하고 진실한 사랑을 하신 분들께는 죄송하다. 그냥 지나가는 서툰 얘기로 보시면 고맙겠다.

▲ 출처 : pixbay, 사랑의 기쁨! 무엇에 비길쏜가?

 

하늘이 높고 바다가 넓다지만

어찌 사랑에 비하겠는가?

폭풍우가 사납고 북풍한설이 매섭다지만

어찌 사랑만하겠는가?

초콜릿이 달콤하고 롤러코스터가 짜릿하다지만

어디 사랑에 견주겠는가?

사랑을 말과 글로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생명들의 축제인 것을

사랑하고 사랑하자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겠는가?

 

어쭙잖고 서툰 사랑

쾌락과 이기적인 사랑

몸과 맘으로 즐기는 사랑

그런 사랑이라도 하지 않음보다 났겠지만

아서라 말어라 그만두어라

사랑은 그리 허툰 장난이 아니더라

섣불리 덤비다간 큰 코 다치고

심신과 정신까지 상함은 물론

치유가 불가할 수 있더라

 

맨발로 칼날을 걸을 수 있고

심장도 도려낼 수 있으며

심신을 불태워 재가 되고

천 길 낭하도 뛰어내릴 수 있는

그런 각오로 사랑하라

그럴 수 없거든 시작도 마라

피골상접과 영혼낭패를 보리라

사랑의 기쁨은 순간이고

끝없는 고통의 연속임을 잊지 마라

▲ 출처: 한겨레, 사랑은 촛불처럼 흔들거리기도 하지만 지키기에 따라 영원할 수도 있더라.

남녀 간의 사랑을

상열지사로 폄하한다지만

사랑 중의 사랑은 남녀의 사랑이요

길이 남을 사랑도 남녀의 사랑이라

쏟아지는 모든 허튼소리는

다 부러움과 시기질투더라

남녀 간의 사랑이 이뤄져야

다른 사랑도 뒤따르니

사랑이 부르거든 주저 말고

100m달리기로 달려가

넘어지고 구겨지고 깨지더라도

말끔히 불태워라

 

암수의 사랑 없이

어찌 생명이 잉태하고

종족이 번식하겠는가

천상의 음악이라 찬미한다 해도

사랑의 속삭임만 하겠는가

아무리 심미적인 그림이라도

어찌 사랑의 그림자를 따르겠는가

사랑은 위대하고 성스러운 것

한 생명이 태어나 해야 할 것은

사랑 말고 그 무엇이 있겠는가

 

살얼음 같이 가슴 조이는 위험한 사랑보다

돌판 같이 매끄럽고 안정된 사랑을 원하는가

사랑은 애간장이 타고 녹아야 제 맛이지

무덤덤하고 변함없다면

어찌 사랑이라 할 수 있고

위험과 고통의 수반이 없다면

무슨 사랑이라 하겠는가

뜨거운 사랑도 때론 아름답지만 않고

초라하고 추하기도 하더라

맑고 순수한 사랑만을 찾지 마라

기다림에 굶주리고 애간장이 타야

사랑의 진한 맛을 보리라

-다음 회에 계속-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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