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미술관은 서울시에서 지은 시립미술관이다. 노원구 중계동 등나무공원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미술관으로 2013년 개관했다. 그간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지 않는다고 지역주민들이 불만을 표했었는데, 지난 7월 2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화가 작품을 전시하는 <근대의 꿈 : 꽃나무는 심어 놓고>를 개막했다.

이 '한국근현대명화전'에서는 김환기, 박수근, 이대원, 이중섭, 유영국, 천경자, 박노수 등 작가 30여 명이 제작한 회화, 조각, 판화 작품 등 총 7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 시대 순으로 그림 몇 점을 소개해본다. 

▲ 김기창의 해녀

먼저 김기창이 1936년 제작한 '해녀'를 소개한다. 김기창은 친일 동양화가로 유명한 김은호 선생 제자다. 그 자신도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양화가이지만 화풍은 기존 동양화와 많이 다르다. 동양화 특유의 보일 듯 말 듯 은은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진한 색에 노골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이다. 시대적 영향일까? 동양화풍이 그림처럼 크게 요동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이유태의 '탐구'와 '화음'

다음으로 이유태의 '탐구(探究)'와 '화음(和音)'이다. 둘 다 1944년 종이에 제작한 작품이다. 이유태도 친일화가 김은호 선생 제자다. 그의 그림에서는 김은호 선생의 화풍이 온전히 배어나온다. 해방 전 과학을 전공한 여성과 음악을 전공한 신세대 여성을 그렸다. 하지만 여전히 단정한 가르마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조선시대 여인의 모습이다. 특히 '화음'의 여인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화려한 모란을 말끄러미 보고 있다.  

▲ 김환기의 판짓집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김환기 작품도 7점이나 전시되고 있다. 위 작품은 1951년 부산 피난민 시절 그린 '판잣집'이다. 노란 벽에 초록색 판자를 얹은 다닥다닥 붙은 집에서 소근소근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피난살이의 고단함 보다는 이웃 간 따스한 정이 느껴진다. '판잣집'은 김환기 초기 작품에 속한다. 김환기 작품은 일본 유학 시절, 광복 이후 시절, 파리 시절, 뉴욕 시절에 따라 화풍이 많이 달라진다. 종로구 부암동 '환기 미술관'에 가면 시간과 장소가 바뀜에 따라 변화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감상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 이중섭의 '물고기와 노는 두 어린이'

이중섭 그림도 4점 있다. 그 중 ‘물고기와 노는 두 아이’는 1953~54년경 그린 작품이다. 41×31cm 작은 그림으로 이 그림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이중섭은 아내 마사코 사이에서 아이 세 명을 두었다. 하지만 첫째 아이는 병으로 죽고, 가난을 견디지 못해 아내와 아이 둘은 일본으로 보냈다. 이중섭은 홀로 제주도에 남아 가족을 그리며 아이들을 자주 그림에 담았다. 벌거벗은 아이 둘이 천진난만하게 물고기와 노는 그림이다. 이중섭은 너무나 가난해서 물고기, 게 등을 잡아먹고 살았지만 그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생명을 주고 그림에 자주 등장시켰다 한다.

▲ 유영국의 '작품'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유영국 작품도 3점 가량 있다. '작품'이라는 제목을 가진 위 작품은 1953년 그린 것이다. 일본 유학파로 1938년 일본 대표적 전위미술가 단체전 '자유미술가협회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해방 후 한국의 모더니즘 미술을 선도하면서 ‘산’을 주제로 비구상적 형태의 자연을 많이 그렸다. '산' 그림도 전시되어 있다.  

▲ 박노수의 선소운

다음은 동양화가 박노수가 1955년 제4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다. 화선지에 그린 그림으로 작품 이름은 '선소운'이다. '선소운'은 '신선의 피리소리'라는 말이라 한다. 왜 제목이 '선소운'인지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여인 뒤에 있는 관음죽과 한복의 선에서 피리소리를 들은 것은 아닐까? 보통 동양화는 선을 먹으로 표현한다. 이 그림은 정반대다. 검은 한복을 입은 여인의 한복 흰 주름이 빈 공간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눈썹이 치켜 올라간 옆얼굴은 개성이 묻은 단단한 모습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슬리퍼다. 까딱거리는 모습에서 타인의 개입을 거부하는 몸짓이 느껴진다. 맨 처음 소개한 이유태 작품에서 나온 여인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종로구 옥인동에는 종로구에서 관리하는 '박노수 미술관'이 있다. 2011년 박노수가 거주하던 집과 함께 자신의 작품(약 500여 점)과 수집품(수석, 도자기, 고가구, 고미술품 등 약 500여 점)을 종로구에 기증했다. 고즈넉한 분위기도 좋고 노랑과 파랑색을 강조하여 그린 정갈한 동양화 그림도 좋다. 시간 되시는 분은 방문해도 후회하지 않을 듯...

▲ 이대원의 '창변'

다음으로 이대원의 '창변'이다. 1956년 그림으로 캔버스 유화다. 야수파 그림이 연상되는 색채와 대비가 강렬한 그림이다. 어린아이 눈으로 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그리고 있다. 1956년이면 전쟁이 끝나고 한국으로 많은 것들이 쏟아져 들어올 때다. 새장에 갇힌 새가 마치 어찌할 바 모르는 인간처럼 보인다. 밀물처럼 들어오는 화려한 물질문명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표현하고 있는 것만 같다. 

▲ 박광진의 '국보'

1957년 박광진이 그린 '국보'다. 우리나라 보물을 그린 그림으로 전시된 보물과 유리창에 반사되는 빛. 그 너머 배경 그리고 목재 전시관까지 아주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

▲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

1958년 김환기가 파리 시절에 그린 '영원의 노래'에는 항아리, 구름, 달, 산, 매화, 새가 나온다. 둥글고 단순한 선으로 사물을 압축해서 그렸다. 이후 그린 멋진 작품도 전시되어 있지만 직접 가서 보는 재미를 위하여...

▲ 천경자의 꽃무리

세월을 뚝 뛰어 넘어 1975년 천경자 그림 '꽃무리'다.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는 독특한 천경자의 화려한 화풍을 그대로 담았다..

▲ 천경자의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반면 천경자의 1977년 작품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 목이 긴 그녀의 슬픔이 뚝뚝 묻어져 나오는 이 그림은 50세에 22세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고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한창 좋을 나이인 22세에 결혼한 자신을 슬프게 바라본 모습이라니... 그녀의 눈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눈물이 떨어지려 한다.

▲ 북서울미술관(사진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근대의 꿈'은 9월 15일(일)까지 전시된다. 북서울미술관에서 하는 모든 전시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평일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 개관하고, 토, 일, 공휴일은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 개관한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용한 미술관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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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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