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기 위해

살기 위해

오늘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스승 김규동 선생님께서는 내가 가장 혈기 왕성하던 20대 후반에 말씀하셨다.

"김형은 왜 이기려고를 하지 않는거요. 내가 이렇게 김형을 봐왔건만 대체 이기려고를 않소."

그리고 질문하셨다.

역삼동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은 요즘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 제법 맛난 커피숍이었다. 그곳에 앉아 이름난 시인으로 사시는 스승을 경외롭게 바라보는 초롱한 젊은이의 갈 곳 모르는 눈동자를 살피시더니

"저기 문밖에 자동차들이 왜 저리 다들 바삐들 간다 생각하시오. 다 이기겠다는 것이외다. 다 이겨보겠다고 저리들 바삐 움직이다 사고도 나고 죽기도 하고 다 그러는 것이오."

그때도 난 멍하니 그런가? 하며 멍 때리듯 답을 안 듯 갸웃거려 보았다. 그리고 어언 20년은 넘은 지금인 것 같다. 동료들이 무기력하게 잘려나가는 직장에서 나는 내 성질대로 노동법 혹은 근로기준법에 충실하게 갑질이 일상인 용역회사 직원으로 관리소장과 싸워 사직하게 하고 그와 합을 맞춰 못된 짓 다하던 갑질하는 동대표회장과 싸움을 시작했다. 처음은 동료들 분함으로 시작한 싸움이었다. 누가 나더러 싸우라해서도 아니고 그리해서 복을 받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답자고 사람을 보라는 아우성으로 싸우는 것이다. 

싸움에 충실하다보니 이제는 혼자만의 싸움이다. 그래서 이기고 지는 모든 것이 모두 나의 일이다. 사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이제 이기자고 싸움도 하는 것이다. 내가 이기면 덩달아 동료들도 이기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이 초점이 되지 않는 것은 초점을 잃고 살아가는 열악한 사유속에 살고있는 사람 탓도 있다. 내가 이기면 그들이 이기고 내가 져도 그들은 지지 않는 싸움이 다행이다. 하지만 박수만 치며 숨어서 격려하는 그들이 이기기를 기도하며, 이제 싸움이다. 그런 그들을 측은지심 바라보며 이길 길을 도모할만큼 성숙하지 못한 세상에서 우리는 동족이라 여기는 철면피들과 싸워서 이겨야한다. 이민족도 아닌 그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아침이 밝아오면 나는  내가 일하는 일터에서 나는 왕이라며 곤룡포를 입고 아파트 정문에 선다. 그렇게 이상을 꿈꾸는 나는 이제야 스승의 말씀을 이해하며 뒤늦은 인생길 당당하다. 자신의 입을 바꿔 말하는 천한 거지와 싸우는 것에 패배는 없으니 그것이 다행이다.

편집자 주 :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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