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이야기 20-1. ‘Riboclub’ 학회에 가다

이지산 주주통신원l승인2019.10.01l수정2019.11.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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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일을 하고 있는데 보스 스테판에게서 ‘띵’하고 이메일이 왔다. 9월 22일부터 ‘Riboclub’ 학회가 열리는데 '팅'과 '클라우디아'(우리 랩에 있는 박사 학생 둘)와 같이 갈 수 있도록 학회에 얼른 등록하라는 것이었다.

Riboclub은 생전 처음 들어본 학회 이름이었다. 보통 규모가 크고 인기있는 학회는 이름만 들어도 '아!' 하고 알 수 있는데, Riboclub은 어떤 학회인지 갖고 있던 정보가 없었다. 등록하고 나서 웹사이트를 뒤지고, 보스 스테판을 통해 Riboclub이 어떤 학회인지 알 수 있었다.

▲ Riboclub 홈페이지

Riboclub은 20년 전 처음 퀘벡주 작은 도시 ‘Sherbrooke’에서 시작된 학회다. 세포연구 특정 분야인 RNA(DNA에서 단백질을 만들기까지 중간 단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Sherbrooke에서 모여 연구하면서 만들었다 한다.

RNA 분야 캐나다 과학자들은 미국의 저명한 교수 밑에서 연구를 하다 캐나다로 돌아왔다. 처음 RNA 연구를 시작하러 Sherbrooke에 갔을 때 마치 사막 같았다고 한다. RNA 연구를 위한 장비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고 미국에 비해 RNA 연구가 많이 뒤쳐져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RNA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만나 토의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학회가 Riboclub이다.

20년 전 10명으로 시작했던 학회는 올해 20주년 기념에 약 400명이 참가한다. 학회 중요 참가자는 노벨상을 받은, RNA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한 Phillip Sharp과 Andrew Fire가 있고, 척수성 근위축증을 치료제를 처음으로 개발한 Adrian Krainer 등이다. 모두 RNA 분야 선구 연구자들이다. 사실 이 분들은 나에게 있어 'Spider Man'이나 ‘Iron Man’과 같은 신적인 엄청난 존재다. 이런 특별한 학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보스 스테판에게 감사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 몬트리올에서 Orford까지

드디어 학회 가는 날이 왔다! 학회는 일요일 저녁에 시작하여 금요일 아침에 마무리 된다. 캐나다인인 클라우디아 차를 얻어 타고 팅과 함께 우리는 학회장으로 출발했다. 학회는 ‘Orford’에서 열렸다. 몬트리올에서 동쪽으로 1시간 30분정도 달리면 나오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Orford’에서 북동쪽으로 또 30분 가면 Sherbrooke이 나온다.

▲ 퀘벡의 가을

몬트리올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형형색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보였다. 바삭한 이파리가 주는 가을 냄새가 가슴을 설레게 했다. 팅은 연구자로서 처음 참석하는 학회라며 만난 순간부터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입은 옷이 학회에 잘 어울리는지 수줍게 물어보기도 했다.

▲ 우리 삼총사

즐겁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호텔 Cheribourg에 도착했다. 호텔은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작은 도시와 잘 어울리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하고, Riboclub에서 나눠주는 이름표, 칵테일 티켓, 일정이 적힌 책자, 가방, 펜 등을 받았다. 숙소는 메인 호텔에서 약 30초 거리에 있는 펜션 같은 곳이었다. 일층에 소파 침대가 있고, 위층엔 침대 두개와 발코니가 있었다. 우리는 짐을 풀기 시작했고, 클라우디아가 특별히 챙겨온 와인을 마시며 “Sante!(짠)”을 외쳤다.

▲ 우리가 머문 숙소

학회장은 라운드 테이블과 의자에 하얀 리넨이 씌워져 있어 마치 연회장을 연상케 했다. 자리에 앉으니 곧이어 참석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학회 후원자 대표가 나와 연설을 했다. 그 뒤로 참석자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간단히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첫날은 칵테일파티와 지정된 테이블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일정이었다. 지정된 테이블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총 30개 테이블이 있고, 각 테이블에 교수님 1-2분이 앉고 나머지는 그 교수님을 모르는 학생들이 앉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학회에서 나눠준 이름표 뒷면에 테이블 번호가 적혀있었다. 8시 30분에 각자 그 테이블로 가달라고 했다.

▲ 칵테일 파티

설레는 마음으로 이름표 뒤를 확인하니 눈에 25번이 들어왔다. 칵테일파티에서 와인 한 잔과 카나페를 먹어 그런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5번 테이블로 향했다. 마음이 앞섰던 걸까. 테이블에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고, 삼삼오오 다른 학생들이 앉기 시작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록 다른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비슷한 분야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알게 되었다. 주인공은 좀 늦게 등장해야 제 맛이랄까? 드디어 ‘Benoit Chaot’ 교수님도 등장하셨다.

Benoit Chabot 교수님은 미국 저명한 여교수 Joan Steiz에서 박사후과정을 한 후 캐나다로 돌아와 이 학회를 설립하고 20년 동안 이끌어 오신 분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캐나다 RNA 분야는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가 잘 갖춰졌고, 좋은 논문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학생들은 서로를 돌아가며 소개 했다. 나도 스테판 밑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Benoit Chabot 교수님은 웃으며 스테판은 오랜 친구라며 반갑게 받아 주셨다.

교수님은 예상 외로 수줍음이 많으셔서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셨다. 말씀 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 반대로 조용하셨다. 우리와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셨던 걸까? 갑자기 퀴즈를 내겠다고 하며 검정과 빨간 펜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얼른 뛰쳐나가 펜을 갖고 왔고, 교수님은 흰 종이에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 검정 펜으로 CARBON을 쓰고 빨간 펜으로 DIOXIDE를 쓰셨다. 함께 읽으면 CARBON DIOXIDE(이산화탄소)이다. 그러고선 우리에게 프리즘을 연상해 보라하시고, 색깔에 따라 빛의 파장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셨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와인 잔 가느다란 다리에 CARBON DIOXIDE가 적힌 종이를 갖다 대고 글자를 보는 것이었다. 재미있게도 CARBON은 상하가 뒤집혀 보였지만 DIOXIDE는 좀처럼 뒤집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하여, 빨간색 파장과 검정색 파장이 달라서 그런가 하고 설명할 방법을 찾았다. 이런 모습이 재밌었는지 교수님은 어린아이처럼 싱글벙글 웃으시면서 왜 CARBON과 DIOXIDE가 다르게 보이는지 설명하라고 하였다. 맞추지 못하면 박사과정을 통과 못한다는 농담과 함께... 나를 비롯한 다른 학생 모두 어리둥절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교수님은 신이 나서 DIOXIDE는 상하가 뒤집어도 단어 하나하나가 상하 대칭이어서 뒤집혀도 똑같다는 것이었다. 정답은 빛의 파장에 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단어의 상하 대칭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퀴즈로 분위기는 더 부드러워졌고, 우리는 와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며 연구 외에 각 나라의 문화에 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다. 논문에서만 접할 수 있는 교수님을 이렇게 만나 저녁도 같이 먹고 농담도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일정은 거의 밤 11시 45분에 끝나고 박사 삼총사인 팅과 클라우디아, 나는 신이 나 펜션으로 돌아와 각기 침대에서 수다를 좀 더 떨다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8시 30분경 조식을 먹으러 다시 호텔로 향했다. 조식을 먹으며 일정을 살펴보니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강의가 있었다. 강의 중간중간에 커피타임, 점심, 저녁이 있었지만 빡빡한 일정이었다. 하나같이 좋은 주제 강의여서 빠지지 않고 졸릴 땐 다리를 꼬집어 가며 강의 행진을 계속했다. 이 일정은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후까지 이어졌다.

▲ 학회 강의

혁신적인 결과를 발표한 교수님들도 많았다. 그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교수님 세 분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글이 길어지는 것 같아 지루함을 덜기 위해 교수님 소개는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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