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피카소부터 미로,간딘스키, 자코메티와 조선시대의 달항아리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샤갈 그림은 고교 미술 교과서에서 처음 보았다. 확실치는 않지만 ‘나와 마을’이란 작품이었던 것 같다. 무척 인상적이어서 보고 또 보고 했다.

▲ 나와 마을(1911년 작) /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그 후 90년대 말 미국 뉴욕 어느 미술관에서 샤갈 특별전(?)을 했다. 그토록 보고 싶던 샤갈 그림을 처음 보았다. 2010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또 샤갈 그림을 보았다. 전시된 그림이 많았다. 원 없이 보고도 아쉬워서 도록까지 샀다. 2018년 <한겨레> 창간 30주년기념으로 샤갈전을 했다. 또 갔다. 도록도 사고 싶었으나 품절이 되어 못 샀다. 그만큼 샤갈은 내가 좋아하는 화가다.

 

시카고 미술관 신관 2층과 3층에는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가면 샤갈(Marc Zakharovich Chagall, 1887~1985) 작품 몇 점을 만날 수 있다.

▲ 기도하는 유대인(1923년)과 White Crucifixion(1938)
▲ The Angel and the Reader(1930)와 The Circus Rider(1927)
▲ Plate Three, from The Arabian Nights(1948)와 Saint Jean Cap Ferrat(1949)

대표작은 아니지만 샤갈 냄새가 듬뿍 나는 그림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샤갈은 그만의 파랑을 많이 사용한다. 시카고 미술관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에서도 그의 파랑이 나온다. 나는 이 환상적인 파랑에 매료된 것 같다.  

▲ America Windows(1977)
▲ America Windows(1977)
▲ America Windows(1977)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2) 작품도 제법 된다. 좋게 말해 독특하고, 나쁘게 말해 천하의 바람둥이라 불러도 무방한 여자관계, 그것도 아주 무책임한 처신 때문에 분노를 일으키는 인간이지만 멀리서 봐도 그의 그림은 눈에 띈다. 위대한 화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십대 시절, 피카소는 친한 친구의 자살로 충격을 받아 붓을 놓는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붓을 잡으면서 피카소는 암울한 파란색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거리의 부랑자 등 없는 사람들의 절망을 파란색이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 중 한 작품이 '늙은 기타리스트'다. 그 만의 청색으로 눈이 먼 창백한 노인이 기타 치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내 심장근육도 조여 온다.  

▲ The Old Guitarist(late 1903–early 1904)

1904년 그는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로 간다. 1906년 앙리 마티스를 만나면서 그의 우울한 화풍에 변화가 온다. 밝은 색으로 그린 아래 두 여인은 그가 당시 사랑에 빠졌던 '올리비에'가 아닐까 한다. 

▲ 주전자를 든 여인(1906년)과 반나의 여인(1906년)

1907년 '아비뇽의 처녀들'을 완성하면서 피카소 화풍은 또 변화를 갖는다. 1909년 이후 3년 동안 브라크(Georges Braque  1982-1963)와 교류하면서 새로운 미술 양식인, 입체주의(Cubism)를 선보인다. 사물을 기본적 조형 단위로 분해하고 그것을 재구조화하여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 내는 입체파 그림은 그간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그림이라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1909년 브라크의 입체파 초기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 Braque의 Little Harbor in Normandy(spring 1909)

피카소의 1909년, 1910년, 1915년, 1922년 작품이다. 1909년 작 '여인 두상' 모델은 올리비에라고 한다. 저 위의 두 여인과 뭔가 닮았다.

▲ 여인 두상( Head of a Woman.1909)
▲ Daniel-Henry Kahnweile(autumn 1910)와 Man with a Pipe(1915)
▲ Still Life(February 4, 1922)

피카소는 아내가 있음에도 1927년 46세 나이에 17세 소녀 '마리테레즈'를 쫓아다니며 설득하여 모델로 삼았고 후에 정부로 삼아 아이까지 낳게 했다. 10년 후 마리테레즈를 버리고 다른 연인 '도라 마르'와 살기 전까지 금발 머리 그녀를 그린 작품이 많다. 

▲ The Red Armchair(December 16, 1931)

'Sylvette David'는 피카소가 프랑스 Vallauris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던 시절 만난 프랑스 여인이다. 19세의 그녀는 73세의 피카소를 사로잡았지만 그녀는 누드 포즈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피카소와 거리를 두었다. 아쉬워서 그랬는지.. 그는 조랑말 머리를 가진 그녀를 3개월 동안 약 40점이나 그렸다.

▲ Portrait of Sylvette David(1954),

피카소가 78세에 그린 'Nude under a Pine Tree'은 피카소의 두 번째 부인 '재클린'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그 둘이 결혼한 나이는 재클린 27세, 피카소 72세다. 피카소는 92세까지 살았는데 그녀는 그의 마지막 부인이자 연인이었다고 한다.

▲ Nude under a Pine Tree(January 20, 1959)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인 미로(Joan Miró i Ferrà 1893–1983년)는 초현실주의 스페인 화가이며 조각가이고 도예가다. 솔직히 그의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뭔가 재미있다.

'Portrait of Joaneta Obrador'는 초기에 그린 작품이다. 남자 초상화가 아닌가 하고 자세히 보았지만 여인의 초상화다. 1918년 작품인데 그 당시 여인의 초상화 치고 눈빛과 자세가 당당하고 색깔이 강하다. 야수파에서 입체파로 옮겨가는 시절에 그린 작품 같다. 

▲ Portrait of Joaneta Obrador(1918년 작)

'별이 있는 그림‘은 꼭 만화 같다. 미로는 250개가 넘는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하니 혹 그림책에 나오는 상상의 세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Painting (Figures with Stars), 1933년 작

제목이 'Woman'이라니... 미로에겐 여자가 이리 무서운 존재였나 싶다. 꼭 공포에 질린 괴물 같다.

▲ Woman(1934년 작)

미로는 전통적인 재료와 주제를 넘어서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아래 그림은 아크릴 물감만이 아닌 모래나 자갈 등을 이용하여 거친 느낌을 내고자 했다.

▲ Painting(summer 1936)

 

러시아 모스크바 출생의 간딘스키(Vasilyevich Kandinskiy 1866–1944)는 순수추상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Dorpat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까지 했지만 어린 시절 매료된 색채의 아름다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30세 나이에 그림공부를 시작한다.

그의 초기 작품은 구상에서 순수추상으로 넘어가기 전 작품 같다. 밝은 색채, 발랄한 움직임 등이 평화롭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 Houses at Murnau(1909), Landscape with Two Poplars(1912)

'Painting with Green Center'와 'Improvisation No.30(Cannons)' 그림은 조금 더 추상적으로 변하지만 그래도 색의 아름다운 조화가 느껴져 보기 즐겁다.   

▲ Painting with Green Center(1913)와 I'Improvisation No.30 Cannons(1913)

반면에 1920년대로 넘어가면서 기하학적 추상화로 넘어간다. 사물을 선과 도형의 가장 기본단위로 단순화하여 그렸다 한다.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내 눈으로는 美를 찾을 수 없다. 

▲ Orange(1923)와 Small Worlds IV, plate four from Kleine Welten(1922)

 

스위스 출생의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는 가느다랗고, 차갑고, 얼굴 표정 없는 인물상으로 유명하다. 그의 인물상에서는 현대인의 고뇌, 고독 등이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와 다른 영혼을 가진 외계인 모습 같이 보이기도 하다. 

▲ Tall Figure(1947)

드디어 'Three Men Walking' 뒤로 시카고가 보인다. 시카고 미술관 신관 유리 넘어 보이는 빌딩숲이다. 뒤에 빌딩이 장식해주어 그럴까? 인물상들이 죽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참 적절한 곳에 진열 했다.  

▲ Three Men Walking(1948/49)

갇힌 사각 공간에 힘들게 앉아 있는 모델은 그의 형제 디에고다. 역시 얼굴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침울해 보인다. 본인의 모습일까?

▲ Diego Seated in the Studio Date:1950

 

이 밖에 한 점 한 점 소개하지 못한 그림을 묶어 영상으로 만들었다. 몬드리안, 말리비치, 마티스, 블로흐, 쿠닝, 리히텐슈타인, 워홀, 호크니, 파이팅어 등 작품이다.

 

우리나라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본관 1층의 Chinese, Japanese and Korean Art 실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중국과 일본 작품이 대다수지만 우리 ‘달항아리’가 먼저 눈에 띈다. 순백의 달 항아리는 한국 정서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으로 세계에서도 알아준다고 한다. 그래 그런지 동양관 입구에 떡 자리하고 있다.

조선 시대 ‘달항아리’ (17세기) 작가 미상 작품이다.

▲ 조선 시대 ‘달항아리’

Meditation-Staying-Ⅴ(1994년 작)은 최성재의 작품이다. 조선시대 '달항아리'보다 날렵하지만 전통적인 모습 그대로다. .

▲ 최성재 도예가 작품

Faceted Round Jar(2008년 작)은 이인진의 작품이다. 육각면을 가진 달 항아리로 변화를 주어 현대적인 느낌이 난다. 

▲ 이인진 도예가 작품

중국작가 Yang Yanping이 자연과 계절을 그린 그림을 모아 보았다. 수묵화의 촉촉함이 물씬 풍긴다.

지난 해 10월에 다녀온 시카고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이 많아 2월 되서야 마지막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올릴 수 있었다. 사진을 마음대로 찍게 해준 시카고 미술관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참고기사 : 중년 남성 피카소가 그루밍한 17살 마리테레즈의 ‘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1648.html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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