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중심가에는 하늘을 멋지게 장식하는 빌딩 숲을 왼쪽에 두고, 바다같이 끝없이 펼쳐지는 미시간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밀레니엄 공원(Millenium Park)과 그랜트 공원(Grant Park)이 있다

▲ 밀레니엄 공원과 그랜트 공원

이 두 공원은 서울 은평구 하늘공원과 노을공원과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를 흙으로 덮어 만든 것이라면, 이 두 공원은 1871년 시카고 대화재 때 생긴 폐기물을 미시간 호수에 버리면서 생긴 매립지에 흙을 덮어 만들었다.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도부터 이 공원에 예술작품을 들이고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과 휴식공간을 만들면서 시카고를 방문하면 꼭 가볼 아름다운 장소가 되었다.

▲ 밀레니엄 공원 입구

밀레니엄 파크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작품은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다. 콩 모양처럼 생겨서 ‘The Bean’이라는 별명이 있는 클라우드 게이트는 2004년부터 2006년에 걸쳐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가 만들었다. 110톤의 거대한 둥근 스테인리스 덩어리는 하늘, 건축물, 사람들을 거울로 비춰주듯 보여준다. 사람들은 각도와 방향에 따라 변해가는 자신과 주변 모습이 재미있어 이리저리 움직인다. 작품과 인간과 주변 모습이 서로 통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발상이 기발하다. 

▲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 하늘빛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두 번째 작품은 '크라운 분수대(Crown Fountain)'다. 대중과 비디오 상이 상호작용하는 작품으로 스페인 작가 ‘호메 플렌사(Jaume Plensa)’가 디자인했고, 2004년 완성되었다. 크라운 분수대는 사물이 투영되는 검은 대리석 바닥과 한 쌍의 커다란 유리 블록 타워로 구성되어 있다. 타워의 높이는 15.2미터나 된다.

▲ 멀리서 본 크라운 분수대(사진 출처 : 위키백과)

두 타워에서는 LED 빛으로 약 1,000여 명 시카고 주민 얼굴을 15분씩 돌아가면서 보여준다. 인종도, 표정도 각양각색으로 75개 다양한 집단에서 지원자를 모집했다고 한다. 밤에는 여행객들이 빛을 따라 움직이며 자신을 실루엣으로 비춰볼 수도 있다. 분수대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5월과 10월에는 조각상 앞 얼굴 노즐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 두 번이나 갔는데 아쉽게도 물이 나오는 것은 보질 못했다. 물이 나올 때 있었으면 깜짝 놀라 깔깔거리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시카고 사회의 다양성과 재미를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보통 대부분 사람들은 밀레니엄 공원에서 위 두 가지 예술작품을 보면서 환성을 보내다 가기 바쁘다. 하지만 이 다리는 꼭 들렀다 갔으면 한다. '밀레니엄 공원'과 '메기 데일리 공원'을 잇는 다리다.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이 다리는 위에서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5백만 달러를 건축기금으로 기부한 에너지 회사 BP의 이름을 따서 ‘BP Pedestrian Bridge’라 이름 지었다 한다. 2004년 완공되었다.

▲ 하늘에서 본 BP 보행자 다리(사진 출처 : 왼쪽은 위키미디아, 오른쪽은 위키피디아)

통로 바닥은 부드러운 색의 나무 보드로 덮여있고, 난간은 스테인리스 스틸 지붕(?)이 대신한다. 전체 길이는 285m이고, 최대 5% 정도 경사라 휠체어도 지나갈 수 있다. 겨울에는 나무 바닥이 얼어 얼음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 보행을 제한한다고 한다. 다리 사이로 시카고 건축물과 저 멀리 미시간 호수까지 볼 수 있다. 다리를 걸어가면서 ‘아.. 다리를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미학적으로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말 부럽다. 갑자기 '서울역 고가도로공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 BP 보행자 다리

밀레니엄 공원에는 이외에도 아래와 같이 무료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The Jay Pritzker Pavilion /야외음악당)'이 있다. 'BP Pedestrian Bridge’를 설계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재료로 썼다. 연못과 조각상을 가진 작은 쉼터도 있고 설치미술품도 곳곳에 있다. 시카고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밀레니엄 공원을 사랑하는 이유다.

▲ 야외음악당, 쉼터, 설치미술품

그랜트 공원 초입에는 유명한 시카고 미술관이 있다. 시카고 미술관은 6편에서 쓰고자 한다. 공원 중간에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라는 ‘버킹엄 분수’가 있다. 지름이 85m나 되는 큰 분수다. 로코코 웨딩 케이크 스타일로 1927년 건축되었다. 4월부터 10월까지 정기 워터 쇼와 저녁에는 컬러 라이트 쇼를 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이 분수는 ‘Kate Sturges Buckingham’이 그의 형제 ‘Clarence Buckingham’을 기리기 위해 75만 달러를 내놓아 만들어졌다. 유지보수 비용으로도 30만 달러를 내놓았다고 한다. 예술품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선 돈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 왼쪽 : 내가 만난 버킹엄 분수 / 오른쪽 사진 출처 : 위키미디아

그랜트 공원은 밀레니엄 공원에 비해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 북적거림도 없어 뒷짐 지고 슬슬 걸어 다니기 좋게 한적하다. 아직도 푸름을 간직한 나무와 노란 단풍으로 은은하게 물들어가는 나무 사이로 조용한 흙길이 길게 뻗어 있고, 수수한 가을 꽃과도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빌딩도 보인다. 붉은 단풍도 간간이 고개를 내민다. 여기가 도심인가 싶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간다. 시카고 여행이 끝나고 여독이 풀릴 때쯤이면 어느새 한 해를 마감하는 겨울 문턱에 가 있겠지?

그랜트 공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미시간 호수다. 공원을 즐기다... 심심하면 호수를 즐기다.... 시카고 사람들은 즐길 것이 가까이 있어서 참 좋겠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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