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David Hockney 작품에는 절대로 잊히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모던하고 강렬한 스트로크와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파랑, 핑크, 초록색의 조화는 그의 작품 특징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사물과 환경을 어떻게 저런 색으로 표현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어 그의 시점에서 하루쯤 살아보고 싶어진다.

▲ David Hockney의 아트와 여행

 

▲ David Hockney의 'More Felled Trees on Woldgate'

최근 David Hockney에게 특별한 감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색환각(chromesthesia)’이다. '색환각'은 청각부호를 받아들일 때 시감각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노래를 들을 때 색깔이 보이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도레미파솔라시에 해당하는 음을 들었을 때 각 음에 해당되는 색깔이 보인다. 또한 음의 크기나 음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다른 색깔이 보인다. 색환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노래가 단순히 아름다운 소리가 아니라 색깔의 향연이라고 말한다. David Hockney 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가, 예술가들도 색환각을 갖고 있다. 아래 그들 작품에서 왠지 소리와 같은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 Melissa McCracken
▲ Daniel Mullen 작품

어떻게 소리와 색을 같이 느낄 수 있을까? 색환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소리를 들으면 시각을 판단하는 뇌 부분이 활성화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청각 그리고 시각을 담당하는 뇌신경이 뇌 발달 중 얽히게 되어 색환각을 유도한다’는 가설이 제일 보편적이다. 다음은 소리를 들으면 색깔이 보이는 음악가의 동영상이다. 좀 부럽기도 하다.  

 

지난번 글에선 시각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간단히 설명했는데, 소리는 어떻게 인식될까? 인간은 공기에서 만들어진 진동 에너지(소리)를 듣는다. 인간은 진동에너지 주파수가 20~20,000Hz 영역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동물은 인간보다 폭이 넓은 7~100,000Hz까지 들을 수 있다. 진동 에너지는 외이, 중이, 내이 이 3단계를 거치고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되어 뇌에 전달된다.

▲ 귀의 구조(zum 학습백과)

외이는 우리가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귀에 해당된다. 깔때기와 흡사하게 생긴 귀는 파장을 모아주며 귓속에 있는 작은 기로를 따라 소리를 중이로 전달한다. 그렇게 모아진 소리는 우리 귀에 있는 고막을 움직인다. 고막은 중이에 위치해 있는 신체에서 제일 작은 뼈, 귓속뼈(중이소골)을 자극하고 소리를 증폭시킨다. 증폭된 소리는 내이에 있는 난원창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달된다. 달팽이관에는 주파수에 따라 활성화되는 세포가 쭉 이어져있고, 자극된 세포는 뇌신경을 통해 뇌로 정보를 전달한다.

청각은 이 3단계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뇌에서 인식될 수 있다. 이렇게 긴 3단계를 왜 거쳐야 하나, 소리가 바로 뇌에 전달될 수 없나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사실 생명체는 그 어떤 단계도 괜히 만들어 내지 않는다.

수영장에 들어가 머리를 물 안에 푹 집어넣고 있으면 바깥에서 하는 말을 또렷이 들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물의 성질이 소리(파장) 대부분을 반사해버리기 때문이다. 내이에 위치한 달팽이관은 사실 액체로 이루어져있다. 따라서 소리를 내이에 위치한 달팽이관으로 직접 전달하면, 소리 대부분이 소멸된다. 하지만 중이에 위치한 중이소골을 자극하여 소리를 22배로 증폭 시킨 다음에 달팽이관으로 전달하면 이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동물은 들을 수 있을까?

▲ 동물이 들을 수 있는 영역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인은 가끔 개나 고양이가 허공을 보며 짖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얘가 이상한가…” 라고 생각하지 말고 둔한 우리 귀를 탓하자. 고양이, 개, 쥐는 인간이 듣지 못하는 20,000~40,000Hz에 속하는 높은 주파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초음파에 속하는 40,000Hz 이상 주파수 소리는 박쥐, 돌고래, 범고래 등이 들을 수 있고 만들 수도 있다. 낮은 주파수(20Hz 이하) 소리는 자연적으로 악기상(惡氣象), 산사태, 지진, 화산, 오로라 등에 의해 발생한다. 특정 동물(고래, 코끼리, 하마, 코뿔소, 비둘기)은 이 낮은 주파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만들 수도 있다.

인간은 높은 주파수를 이용해 초음파 기계 혹은 수중음파 탐지기를 만들어 의학적 혹은 군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폭 넓은 소리를 듣는 동물은 천재지변을 감지할 수 있고, 이에 반응해 갑자기 특이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 코끼리의 깔때기 귀

귀가 널찍하고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는 코끼리는 정말 신기한 동물이다. 코끼리는 귀가 크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코끼리의 깔때기 귀 면적이 넓다보니 작은 소리조차 효과적으로 모아들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코끼리는 낮은 주파수로 소리를 내어 인간 몰래 서로 간 대화를 한다. 낮은 주파수는 길게는 90km 거리까지 전달이 되어 드넓은 아프리카 평원을 가로지를 수 있다. 이는 짝짓기 시즌이 되면 코끼리에게 굉장히 유리하다. 낮은 주파수로 서로 소통하며 멀리 있는 코끼리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게 도와준다.

물속에 사는 동물은 어떻게 소리를 들을까?

먼저 바다 안에 들어갔다고 상상해보자. 제일 먼저 귀가 멍멍 해지고 지상에서 나는 소리가 차단될 것이다. 물안경을 써야지만 앞이 보일 것이다. 더 깊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다.

이처럼 바닷속은 지상과 굉장히 다른 환경을 갖고 있다. 대부분에 빛은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반사된다. 지상에서 나는 소리도 대부분 반사된다. 하지만 물속에서 나는 소리는 지상에서보다 더 빨리 물속에서 전달된다. 바다생명체는 빛이 제한되고 소리 전달이 빠른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특한 진화를 해왔다.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인 돌고래는 귀(외이)가 없다. 돌고래는 눈 옆에 귀가 퇴화한 작은 구멍이 있지만, 사실 듣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럼 돌고래는 어떻게 소리를 들을까?

▲ 돌고래의 멜론

돌고래 머리에는 초음파를 만드는 멜론이라는 구조가 있다. 멜론을 이용해 초음파는 발사되고 다른 물체나 동물을 만나 반사되면 다시 돌고래에게 파장이 전달된다. 돌고래는 아래턱을 이용하여 반사된 파장을 수신하고 내이를 통해 뇌로 정보를 전달시킨다. 초음파는 200m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물체의 정확한 사이즈와 모양을 파악할 수 있다.

▲ 물고기의 옆줄(이미지 출처 : 바이오사이클피디아)

물고기는 돌고래와 달리 머리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옆줄(측선(側線), lateral line) 을 이용해 소리를 듣는다. 옆줄은 인간이 갖고 있는 달팽이관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옆줄은 소리를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정보를 바로 뇌에 전달한다. 따라서 물고기는 몸통으로 소리를 듣는다. 이처럼 해양생물은 지구면적 7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 특이한 진화과정을 거쳤다.

▲ Infra Sound(초저주파 불가청음)~ Ultra sound(초음파)

이처럼 동물은 인간이 듣지 못하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간은 동물이 내는 작고 높은 주파수를 이용하여 이를 의학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음에 의해 동물들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Sonar(소나)는 인간이 만든 초음파 생성 및 감지기이다. 소나는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적군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개발한 도구다. 소나가 만들어내는 초음파로 인해 돌고래와 고래 등은 방향감각을 잃는다고 한다. 또한 소나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선박, 기름을 추출하는 소리 등)로 바다생물들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는 바다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예민한 귀를 갖고 있는 동물은 인간이 만든 소음으로 인해 짝짓기, 이동, 먹이감 포획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비상한 머리로 인간은 먹이사슬 꼭대기에 섰다. 모든 생명체의 삶을 손안에 넣고 쥐락펴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인간만을 위한 발전은 멈추고, 동물들과 웰빙을 공유하는 길로 가야 할 시기가 왔다. '코로나 19'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잠시 세상이 멈춘 시기에 사람들은 산책을 다니며 자연에서 힐링을 얻는다. 이제는 인간이 자연에게 힐링을 돌려주어야할 시기다.

▲ 우리 집 앞 도로에 나온 땅다람쥐

인간의 소음이 줄어들자 동물들은 사람이 차지했던 공간까지 나타나곤 한다. 철학자, 종교인, 우리 조상들은 말을 적게 하고 잘 듣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강조한다. 그 뜻을 좀 더 큰 범위에서 해석하자면, 인간 위주 욕심은 줄이고 다른 생명체의 소리를 잘 들으라는 것이 아닐까? 동물의 다양한 감각들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혹시 David Hockney의 작품을 더 보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통신원  elmo_par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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