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도들 살아나고 - 호주제 폐지운동을 하게 된 배경

'도끼부인' 고은광순 달달한 시골살이(8) 고은광순 주주통신원l승인2020.08.18l수정2020.08.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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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동학도들이 살아나고

벽화자봉팀이 가사목에만 그림을 그리고 떠난 것을 알고서 장녹골에서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얼른 벽에 해바라기를 분필로 그리고 물감을 덜어드렸더니 재미있다며 웃음꽃이 핀다. 삽시간에 화가들이 되셨다.

▲ 벽화자봉팀이 가사목에만 그림을 그리고 돌아가자 장녹골 주민들은 스스로 분발하여 해바라기를 그렸다.

▲ 해바라기는 그리기 쉽다. 동네를 삽시간에 환하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컨설팅 회사 '씨앗'은 리더들 교육, 선진지 견학 안내 외에도 4차에 걸쳐 전체 주민교육을 시행한다. 마을의 자산, 마을 장단점과 기회, 앞으로 필요한 변화 등등에 대해 주민들의 생각을 꺼내도록 돕는다. 주민들 역량강화를 위해 정말 필요한 외부 도움이다. 행복마을만들기 사업을 몰랐더라면, 그들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주민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자기만의 일상에 파묻혀 별로 변화없는 삶을 살게 될 터인데 말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 컨설팅회사 씨앗은 리더들 교육, 선진지견학 안내 외에도 4차에 걸쳐 전체 주민교육을 시행한다. 마을의 자산, 동네의 장단점과 기회, 앞으로 필요한 변화 등등을 함께 이야기하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희망을 꿈꾼다.

▲ 앞으로 이 마을에 필요한 건 무언가?

공동식당과 마을요양소가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 날까지 동네에서 함께 지낼 수 있게.

2남4녀. 지금처럼 초음파기계가 있었다면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넷째 딸. 오빠는 김치를 먹지 않았다. 달걀 프라이, 김, 멸치볶음, 콩나물무침이 오빠의 기본 반찬. 오빠를 위해 딸들은 늘 콩나물 꼬리를 따고 머리껍질을 벗겼다. 바삭하게 볶은 멸치를 좋아해서 딸들은 멸치 대가리를 떼어내고 등덜미 쪽을 손톱으로 쪼개어 반을 가르고 내장과 가시를 발라냈다. (손톱이 아파 손가락을 쥐고 고통스러워했던 경험들 때문에 결혼 후 나는 대가리를 뗄 필요가 없는 잔멸치만 사 먹는다.)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박정희 군사정권은 독재에 저항하는 어떠한 작은 움직임도 허용하지 않았다. 유인물 한 장을 후배에게 전했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과 제적을 몇 차례 당하고 한의학을 다시 공부해 한의사가 되었다. 수십년간 지속되는 한국사회의 고질병 아들선호는 남자만 씨앗을 생산한다는 무식이 법의 근간에 깔려있기 때문에 지속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사가 된 후 환자들을 통해 여전한 아들밝힘증을 경험하면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호주제폐지운동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호주제폐지 운동을 하는 동안 내 어렸을 때 내재된 분노가 성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귀한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알았다. 그 가운데 알게 된 동학 평등사상, 생명존중사상은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사회를 뛰어넘는 고품격의 철학이었다. 여자, 아이들도 하늘이라고 여겼던 동학도들. 생명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모두 귀한 하늘의 성품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귀한 인연으로 만난 명상스승이 명상공동체마을을 만들어보라고 안내해주신 청산이 갑오년 동학농민혁명 본부가 있었던 곳이라니. 스승의 외할머니는 동학접주였던 남편의 아름답고도 훌륭한 이야기들을 외손주에게 반복적으로 되뇌어주셨다고 했다. 청산에서 태어난 짝짝궁 동요작곡가 정순철 역시 해월 최시형 외손주. 성차별의 큰 원인이었던 부계혈통제에 대해 호주제폐지운동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던 내게 부계혈통제가 하찮게 여기는 외(外)가 인연들이 인생후반기에 접어든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도종환씨가 보내준 정순철평전을 받은 후 팀작업을 통해 여성동학다큐소설 13권을 출간했고 그 작업으로 인해 평화운동을 지금까지 가열차게 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인연이란 묘한 것이다.   

청산의 동학은 내 삶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위계문화, 수직구조를 벗어나 차별 없고 생명을 중시하는 고품격 새로운 한반도를 일구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래. 벽화에 동학이 빠질 수 없지. 자봉으로 왔던 한팀장에게 동학혁명군 스케치를 부탁했다. 하얀색으로 옷을 입히니 하나 둘 스멀 스멀 살아나고...

▲ 서울서 온 벽화팀장님이 스케치 해준 곳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니 동학도들이 스멀스멀 드러났다.
▲ 눈코입을 그려넣고 횃불도 그렸다. 촛불시민의 원조가 바로 당신들이었고나야!

눈코입 그려넣고 횃불도 그려넣으니 그럴듯한 동학혁명군 한 무리가 살아났다. 그 옆에 동학노래 가사도 적어 넣었다. "내 안에 하늘 있어요. 당신께도 있지요. 가슴에 항상 새겨요. 때가 왔어요 개벽~ 손에 손 잡고 함께 나눠요. 인내천 아아아아아 이이이~"

동학도들이여, 당신들을 과거에 묻어놓지 않겠습니다. 당신들과 함께 모든 종류의 차별을 거부했던 고품격 동학사상을 한반도에 널리 확산시키는 또 하나의 거점으로 청산을 키워볼랍니다.

 

연재 순서

1) 새 이장이 들어서고 행복마을사업 시작하다,
2) 행복마을 만들기-청소부터 시작하고 나무를 심었다.
3) 마을 단체복으로 앞치마 만들고 행복마을잔치
4) 요가 수업과 벽화 그리기 밑 작업
5) 서울에서 내려온 한 명의 전문가와 자봉 학생들
6) 가사목을 덮은 어두운 분위기의 정체는?
7) 삼방리의 '의좋은 형제'는 다르다
8) 동학도들이 살아나고.
9) 삼방리의 딸 천사도 달라졌다.
10)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은?
11) 생뚱맞은 파도타기?
12) 개벽세상이 무어냐고?
13) (이어집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고은광순 주주통신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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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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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로 2020-08-21 09:08:49

    요사이 천재, 인재 가리지 않고 혹독한 재난의 쓰나미 속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우리의 즐거움과 기다림을 배신하지 않는 도끼부인의 시골살이 8편이 올라왔네요.

    다 읽으시면 아래 관련기사에 고은 통신원의 다른 글도 있고요. 심신을 건강하게 해 주는 감동과 기쁨을 나눕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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