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3시 <문화공간 온>에서 ‘ 다문화 외국인 창작 네트워크’ 가 주최하고 <창작 21 작가회>와 <한국 몽골 문학 예술인협회> 주간으로 시낭송 행사를 가졌다. 아래에 참관기를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여는글]

<다문화 다문학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문정길 (시인. ‘‘다문화 외국인 창작 네트워크’ )

제2회 <다문화 콘서트>를 기쁘게 준비하면서 결혼 이주여성 및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접 쓴 시와 생활글 등을 낭송하고, 모국의 시를 발표하는 등 다국적 이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문학 행사입니다.

▲ 다문화 회원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

다문화 이주민들의 어려움과 기쁨을 직접 듣고 이해함으로써 참가자 및 일반 시민들이 다문화 가족들과 함께 각국의 문화와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데에도 이번 행사의 취지와 목적이 있습니다.

다문화 이주민들의 감성이 담긴 시와 산문 등을 통해 자기표현과 다민족간 소통 등 가교 역할도 충분히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불어 다문화가족들의 재치 발랄한 상상력과 정서를 맘껏 발휘하게 하여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고자하는 것이 <다문화 다문학 콘서트>의 의미라 하겠습니다.

▲ 다문화 회원이 시 낭송을 하는 모습

본 회의 낭독콘서트는 중국, 몽골, 네팔, 인도,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창작작품과 전통문화 공연 등을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국가의 고유한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또 결혼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쓴 창작시가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이 작품으로 응모돼 그 중에서 엄선한 작품들을 오늘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 다문화 회원들이 시 낭송을 감상하는 모습.

타국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생활에 잘 정착하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용력을 키우는 데 각고의 노력이 있었으리라 여기며, 이와 같은 다문화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커다란 희망이 담겨지기를 또한 기대합니다.

덧붙여, 이번 콘서트에 참가하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격려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국내 문학인 및 사회 각계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에 감사 드리며, 지속적인 성원이 있기를 바랍니다. 

▲ 다문화 회원이 몽골 정통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몽미>   심종숙 (시인, 민족작가연합 사무총장)

몽미는 방글라데시 청년/ 나에게 옴마 옴마 불렀던 그는/ 한국어 능력시험 두 번 치르고/ 일자리 얻어서 온 청년/ 낯선 이국에서 기숙사에 머물며/ 하루 12시간 노동에/ 몸살 나 누운 그는 병석에서도/ 옴마 옴마 나 아파 하면서 / 침대에 이불 들씌우고/ 찍은 사진 보내왔네/ 자꾸 전화와서 귀찮아진 나는/ 몇번 만나려했으나 못 만난 그/ 지금은 어느 공장에서/ 종일 서서 프레스와 시름하며/ 쉴 새 없이 땀을 닦을까/ 몽미여/ 이 땅의 청년들 손가락 잘라먹은 기계 앞에 이제는 네가 서서 일 하는구나/ 우리가 버렸던 노동을 대신하는 너는/ 임금에 울고/ 악덕 사장에 울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져 / 멀고 먼 노동 3권 쟁취의 길/ 서러운 타국살이/ 너는 털코트를 입어도 춥겠구나/

▲ <다문화 다문학 콘서트>에 참가한 다문화 회원들 모습.

<꿈>   오해진(필리핀)  [창작시]

그를 좋아해서 결혼을 했고 /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 걱정되었지만 외국나라로 따라왔어 / 괜찮아, 그가 있으니까. / 그를 사랑해서 / 나를  못나가게 해도 / 내 개인 소지품을 갖고 있어도 / 괜찮아, 날 위한 것이니까. / 그를 사랑해서 / 술을 많이 마셔도 / 집에 늦게 들어와도 / 괜찮아, 자기의 취미를 하는 것이니까. / 그를 사랑해서 / 나를 때려도 / 나를 욕해도 / 괜찮아, 술에 취했으니까. / 

▲ 방글라데시 전통악기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수심>   김시연 시인  (당선작)

바다가 꿈을 꾸지 않는다 / 모래에 부딪힌 등대가 흔들리고 / 닻을 내린 어선이 밀려들고 / 혀를 빼문 새가 수면을 난다 / 아무리 불을 때도 추운 바위는 / 간이 없는 조개를 부등켜 안는다 /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 지나가는 물고기와 가방 속의 소금기와 / 물에 젖은 지폐들, / 줄에 묶여 실랑이는 돈다발을 바라본다 / 바다에는 그린 것들이 많았다 / 해구에 늘어선 이화 나 / 소리를 가르는 불꽂같은 거대한 낮처럼 눈들이 너무 많았다 / 바다가 도무지 꿈을 꾸지 않는다 /                                                          

▲ 다문화 회원 가운데 당선 소감을 피력하는 모습

<민통선 봄>  원숙자 시인 (당선작)

황혼빛을 받아 붉은 트랙터가 노을을 간다. 논둑에 앉아 그리움에 지친 휑한 얼굴의 송 노인, 철책선 너머 뻐꾸기소리가 야속하다. 이 농사지어 북에 두고 온 부모 형제 나눠 먹을 수만 있다면.... 추수를 해도 함부로 내다 팔지 못하고 기다리는 세월, 모 심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저놈의 뻐꾸기, 걸어서 가도 얼마 되지 않는 고향집, 부모 형제 갈 길 없는 이 놈의 신세 알거나 할랑가.

잠시 피해 있으면 금방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통일 되면 한 걸음이라도 빨리 잘려가고 싶어, 남들 돈벌기 쉽다 서울로 떠날 때에도, 또아리 틀듯 이 곳에 자리잡고 도지논 지어가며 살았다, 이제 땅마지기 붙이며 살아볼 만하지만.... 그리움만 차곡차곡 채워진 채 간절한 마음으로 북녘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다시 한 모 한 모 메마른 가슴에 보내기를 한다.

▲ 다문화 회원이 선물을 증정하는 모습.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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