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봉오동에서 4대를 잇다.

먼저 참석자를 소개하고 간단한 경과보고를 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1년의 만만치 않았던 준비과정과 연변에 와서 겪었던 여러 일들을 모두 보듬어 마음에 담았다. 묘지의 주인공인 최우삼을 소개하고 비문을 낭독했다.

비문
비문

국운이 쇠잔해 가던 조선 말기 이 땅에서, 선조들의 삶터와 국권을 회복하려는 높은 뜻을 품고 한 생애를 가열차게 살았으며, 그의 가문 또한 조국을 위해 간난신고를 무릅쓰고 헌신케 한 겨레의 선각자 崔友三 公 여기 잠들다.

道台를 지냈고 貫籍珍山, 崔秀平公15대손으로 1860622일 함경북도 온성에서 諱鎮榮二男으로 태어났고 仁權이다. 1880년경 두만강을 건너 연길에 자리를 잡고 道台로 봉직하면서 조선 사람들의 안위를 살폈다.

은 조청간의 분쟁이 생기자 조선인의 자주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으나 분하게도 패퇴하여 옥고를 치렀다. 1910년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자 일가 4대를 이끌고 봉오동으로 이주하여 독립군기지를 만들고 사관학교를 세워 애국청년을 양성하는 등 독립전쟁 준비에 힘을 쏟았다.

아들들이 연해주에서 독립군부대를 이끌 때에는 군자금을 조달했다. 은 아들 振東, 雲山, 致興 등이 일본군에 맞서 무장독립운동에 헌신하던 1925323일 대한민국의 독립을 여망하며 숨을 거뒀다. 장례는 독립군이 도열하고 예포를 발사하는 가운데 독립군장으로 엄숙하게 치러졌고 여기 봉오동에 묻혔다.”

가림천을 벗긴 후 참석자들이 차례로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우리 5남매는 지난 1년여의 마음고생을 모두 하늘로 띄워 보내며 깊은 감사와 감동을 담아 증조부 최우삼의 묘소에 첫 절을 올렸다.

첫 절을 올리는 증손자들
첫 절을 올리는 증손자들

한국과 중국에 흩어져 사는 증손자들이 함께 절을 올린 후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절을 했다. 그리고 연변의 역사학자들과 문화계 인사들이, 마지막으로 수남촌의 주민을 대표하는 분들이 차례로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간단한 기념식이지만 참석자들 모두 100년 전의 봉오동을 기억하며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음을 기뻐했다. 제막식을 마치면서 최운산 장군의 맏손자인 큰 오빠가 후손들을 대표해서 참석자들에게 감사말씀을 전했다

오늘 저희 증조부 최우삼의 비석 제막식에 함께 해주시기 위해 연변 각지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이곳 봉오동까지 찾아와주신 여러분께 저희 형제들과 6촌 형제들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형제들은 작년 74일 선친의 기일에 모여 저희 집안의 역사가 곧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흐름이니 이것이 더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 9월 처음 방문한 봉오동에서 20년 전 저희 선친께서 찾아놓으신 증조부 연변 도태 최우삼의 묘소를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늘에 계신 증조부님, 할아버님, 선친 세분 모두의 도우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과 보고 때 말씀드린 것처럼 중국에서 한국식 비석을 세우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여의 준비과정 동안 가장 고마운 분이 여기 계신 수남촌의 라철룡 촌장님과 연변대학교 김태국 교수님 이십니다.

이 두 분이 함께 해주셔서 한국에 있는 저희가 이곳에 증조부의 비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라촌장님은 이곳에 비석을 다시 세우고 싶다는 저희의 소망을 실현시켜주시기 위해  길을 내는 어려움도 마다 않는 등 정말 많은 일을 해주셨습니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저희 형제들을 대신해 봉오동을 지키고 발전시키고 계신 라 촌장님과 6촌인 김금철 형님 부부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의 이 자리는 돌아가신 선친의 뜻을 이루어드리고 싶은 저희의 작은 소망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일이 봉오동의 역사와 우리나라 무장독립운동사를 다시 살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기쁘고 감사한 입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막식
제막식

우리 형제들에게 증조부 묘소에 비석을 세운 일은 효도가 아니라 후손인 우리가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위로요 선물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 자부심과 감동이 있다

아무도 중간에 이제 그만 포기하자 말하지 않고 힘을 합쳐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형제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우리는 지금도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최성주 객원편집위원  immacole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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