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의 독립군은 무얼 먹었을까요?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 은주, 윤주, 성주 3남매 , 진행자인 최불암 씨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 은주, 윤주, 성주 3남매 , 진행자인 최불암 씨

한국인의 밥상프로그램 제작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광복절 특집으로 독립군의 밥상을 만들고 싶다고, 혹시 봉오동에서 독립군들이 먹었던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나는 만주 독립군의 일반적 이미지는 헐벗고 굶주리는 독립군이 연상되지만 그것은 지나친 일반화이고 북간도 봉오동의 독립군은 제대로 된 군복과 무기를 지급 받을 만큼 경제적 뒷받침이 있었고, 봉오동 자체가 식량이 충분했던 곳이라 오히려 잘 먹었다고, 군인들이 잘 먹지 않으면 어떻게 훈련을 하고 전쟁을 수행했겠냐고, 만약 영화 봉우동전투처럼 감자 한 알을 열 명이 넘는 독립군들이 나눠 먹는 장면을 상상한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지금도 전쟁무기는 일반인이 쉽게 구입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1920년대 소총 한 자루 가격이 노동자 한 사람의 1년치 임금 정도였다고 한다. 봉오동 독립전쟁 당시 독립군들이 모두 소총 한 자루씩은 가지고 싸웠고 기관총과 대포도 있었다. 밥도 못 먹을 정도면 어떻게 군인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겠는가, 긴박한 상황이라면 하루 이틀은 굶으면서 싸울 수 있겠지만 독립군을 양성하고 군대를 운영하는 일은 굶주리면서 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10년이 넘는 긴 기간 안정적으로 독립군을 양성한 것은 간도 제일의 거부 최운산 장군이 대러시아 무역업과 다양한 기업 운영으로 벌어들인 모든 재산을 무장투쟁에 오롯이 투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서간도에서 고생한 신흥무관학교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 들어서 만주 독립군은 다 굶주린 걸로 상상하고 있는데 북간도의 독립군은 그렇지 않았다. 서간도는 중국인들의 텃세도 있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 가져간 돈이 떨어져 고생이 심했지만 북간도의 주민들은 대부분 독립군의 지원세력인 조선 사람이었다. 그 중에서도 봉오동은 마적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경단을 운영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다양한 농작물로 풍요로운 곳이었다.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 대전자령전투 등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대한민국 군대가 크게 승리한 독립전쟁은 모두 북간도에서 벌어졌다.

봉오동을 신한촌으로, 무장독립군기지로 선택한 것은 봉오동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크고 맑은 강이 있어 쌀농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봉오동에서 생산된 쌀은 맛이 좋아 황제진상미로 사용됐다는 연변쌀이다. 지금도 봉오동에 갈 때마다 그곳의 밥맛이 정말 좋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쌀이 좋아 그런지 떡도 유난히 맛이 있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식량이 해결되는 곳이었기에 독립군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훈련하며 힘을 합칠 수 있었다.

봉오동은 결사체이자 공동체였다. 독립군들이 최운산 장군이 소유한 광활한 농토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자신들의 먹거리를 스스로 해결했다. 엄청난 규모의 목장에서 소와 돼지를 길렀다. 러시아군의 식량으로 소를 수출했는데 한 번에 수백 마리의 소떼를 무역도시 훈춘까지 몰고 가서 러시아측 수입업자한테 넘기곤 했다고 한다. 나는 봉오동과 독립군의 규모에 대해 설명할 때 무엇을 생각하든 그 몇 백배를 상상하라고 주문하곤 한다. 

봉오동에서는 손님이 오거나 반가운 일이 있으면 소나 돼지를 잡아 함께 먹었다. 명절에만 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다. 먹성 좋은 젊은이들이 늘 함께 움직이는 군대였다. 그들을 제대로 먹이려면 매일 매일이 잔치마당 이상이어야 했다. 소나 말이 돌렸을 커다란 맷돌로 매일 두부를 만들었다. 그렇게  독립군의 밥상에 오를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했던, 지름이 1.5,m가 넘는 대형 맷돌이 지금도 봉오동에 남아 있다. 

봉오동 상촌에 이렇게 큰 맷돌이 여러 개 있었다고 한다.
봉오동 상촌에 이렇게 큰 맷돌이 여러 개 있었다고 한다.

 

1개 소대 이상의 인원이 이동하고 움직이는 것이 일상인 공간이니 장거리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는 병사들을 위한 특별식은 대개 소나 돼지를 잡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기뿐 아니라 내장과 피까지 모두 귀하게 먹을 수 있는 순대도 많이 만들어 먹었다.

제작진은 반가워했다. 할머니 김성녀 여사가 봉오동에서 독립군에게 만들어 먹인 음식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래서 이번 독립군의 밥상은 순대와 만두로 결정했다.

* 독립군의 밥상은 KBS1 (채널 9)에서 8월 12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편집  : 최성주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최성주 객원편집위원  immacole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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