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중순에 약 2주 정도 개화하는 黃金風鈴木, 브라질 국화라고 하는데 대만의 중남부지역에 많다.
3월 초 중순에 약 2주 정도 개화하는 黃金風鈴木, 브라질 국화라고 하는데 대만의 중남부지역에 많다.
黃金風鈴木
黃金風鈴木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2004년 경 선전(深圳)으로 갔습니다. 선전은 잘 아시다시피 홍콩과 다리 하나로 연결된 경제특구입니다.

인구 30만의 작은 어촌마을인 선전은 1979년에 시로 승격되고 다음 해 중국에서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됩니다. 서방과의 교역 창구인 홍콩의 배후에 생산거점 도시를 만들어 중국의 산업화를 이끌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계획에 따라 탄생한 도시입니다.

지금은 1,300만 명이 넘는 인구에 일인당 국민소득도 3만 불이 넘어가는 대도시이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도로에는 자동차와 소달구지 사람이 뒤엉켜 다녔지요. 여기저기서 차가 튀어나오고 심지어 거꾸로 주행하기도 하였습니다. 90년대 처음 들어갔을 때는 5층 이상의 건물을 못 보았었는데, 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통 벗고 시내버스에 올라타는 사람, 차 안에 가래침 뱉는 사람, 또 냄새 때문에 코를 막아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천지개벽, 상전벽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중국이 변화된 시점이 2008년 북경 올림픽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상해 세계박람회를 기점으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합니다. 2011년 선전에서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준비하며 제가 살던 아파트 단지 앞으로 1호선 지하철이 뚫렸습니다. 그 변화하는 과정을 10여년 살면서 함께하였습니다. 2016년 8월에 선전에 갔다가 11호선까지 타봤는데 지금은 14호선이 공사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선전은 도시 전체가 공원과 같은 느낌이 드는 세계적인 도시입니다. 계획도시로 똑같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여 온갖 빌딩들의 경연장이 되었지요.

木棉花 : 나무에 잎이 다 떨어지고 한창 꽃이 피었음. 꽃이 무거워서 그런지 피면서 떨어지면서.
木棉花 : 나무에 잎이 다 떨어지고 한창 꽃이 피었음. 꽃이 무거워서 그런지 피면서 떨어지면서.

더글러스 부부와 함께 선전에서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우리가 소개하는 5각 글리터 기계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처음 몇 대가 팔려나갈 때까지도 떼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전혀 의심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기계 제작공장 사장은 2년 이내에는 제품 카피가 불가능하다고 했으니 2년만 돈을 벌어도 충분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에는 5대 이하는 팔지 않겠다고 했다가 영세한 중국공장에서 너무 부담이 크다며 3대를 최소 구매조건으로 낮추었습니다.

약 3개월쯤 되었을까요? 절강성 동양(東洋)이란 곳에서 기계를 사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오후에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아침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아침이 지나가도 아직 차 안이라고만 합니다. 대화 내용이 영 의심스러웠습니다. 국내 항공요금이 비싸서 아마도 장거리 밤 버스를 탔으리라고 생각하고 언제 도착하느냐고 물어도 모를 이야기만 했습니다.

점심때가 가까워서 봉두난발 까치 머리에, 듬성듬성한 이를 내보이며, 꾀죄죄한 차림의 늙은 영구가 나타났습니다. 옷차림도 그렇지만 시커멓고 거친 손이 삶이 얼마나 신산했을까 동정심이 일었습니다. 뒤따라 낡은 싸구려 여행 가방을 굴리며 한 젊은이가 들어왔고요.

자기는 시골에 사는 늙은이인데 땅 팔아서 이 기계를 사러 직접 왔다며 한 대 살 돈밖에 없다고 사정을 했습니다. 더글러스가 결정을 못 하고 나에게 묻습니다. 순간 저 노인은 얼마나 절박하면 밤새워 달려와서 젊은 우리에게 애원할까? 가슴이 울컥해졌습니다. 그래서 팔라고 했지요.

그러자 여행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 값을 지불하고,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해도 일정이 바쁘다며 사양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 달 반 정도 지났을까요? 東洋이란 곳에서 우리와 똑같은 기계가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출시되었습니다. 결국 몇 대 팔지도 못하고 한국에서 수입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몇 대 못 팔았지만 기계를 구매한 고객에게 소모품인 절삭용 칼을 공급해야 해서 선전의 공구제작소에 주문을 했는데 만들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열처리를 한 일자형 베드 나이프는 만들 수 있는데 알루미늄 원통형 커팅 나이프는 자기들 기술로는 생산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기계를 카피한 동양의 늙은 영구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자기가 저렴한 가격에 주겠다며 며칠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약속한 날짜에 절강성 이우(義烏) 공항에 내려 주소지로 찾아갔습니다. 찾아간 집은 거의 성 수준이고, 넓은 반 지하가 자기 작업장이라고 하는데 여러 기계와 공구들, 그리고 우리 글리터 기계를 그대로 모방해 만든 기계도 보였습니다. 봉두난발에 여전히 꾀죄죄한 영구가 우리를 반깁니다. 거실로 데려가 함께 차도 마시고 아들을 불러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도 함께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회사로 갔습니다. 정문을 들어서자 잘 정리된 넓은 공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문에서 사무실 및 공장건물까지는 걸어서 이동할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회사는 부인과 아들이 운영한다고 하는데 부인은 물론 세련된 옷차림이었고요.

영구는 기계 겉모습만 보아도 내부 구조를 알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철제 문구류 생산 설비를 일본에서 보고, 그 기계를 자체 제작하여 돈을 벌었다며 처음 설계하여 생산한 기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영구네 회사에선 전기 충전 오토바이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대당 200불(약 20만 원)에 줄 테니 한국에서 팔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더군요. 그리고 이우 공항 청사에 있는 큰 광고판이 자기 회사 광고라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광고판을 보면서 웃을 수밖에 없더군요.

이곳 공원은 매년 설 무렵에 설맞이 꽃단장을 한다.(이른 아침 사진)
이곳 공원은 매년 설 무렵에 설맞이 꽃단장을 한다.(이른 아침 사진)

떼돈을 벌겠다는 헛된 생각은 허황된 꿈으로 끝나가고, 다가올 험난한 중국생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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