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九重葛이라고 부르는 꽃나무입니다. 자료에는 ‘부우겐빌레아’라는 어렵고 생소한 이름으로 나옵니다.
대만에서 九重葛이라고 부르는 꽃나무입니다. 자료에는 ‘부우겐빌레아’라는 어렵고 생소한 이름으로 나옵니다.

가난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변하며 G2로 올라서던 시절, 그 극적인 변화의 시기에 10여 년을 선전에 머무르며 여러 가지 듣거나 경험을 했지만, 주변 사람이 당한 의료사고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더글러스 장모가 림프샘 암으로 판정되어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당시 장모의 나이가 쉰을 막 넘었거나 가깝다는 이야길 들었고, 몸도 건강해서 바로 수술하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닌 듯이 말했습니다. 더글러스 처도 크게 걱정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았고요.

수술한 지 한 달쯤 지나서 수술이 잘못되었다며 가망이 없다는 황당한 이야길 들었습니다. 진료한 병원과 그 진료자료를 보고 수술 집도를 한 병원이 달랐다고 합니다. 더 큰 도시의 큰 병원에서 수술했는데 X-Ray 판독을 거꾸로 하는 바람에 좌우가 바뀌어 수술했다는 것이지요.

수술 후 경과를 보러 병원에 갔다가 병세가 악화한 사실을 알았고, 그때서야 수술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설마 했는데 얼마 안 지나서 장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처가로 떠났습니다. 함께 가려고 했지만, 당시 교통 사정으로 하루 이상 걸리는 내륙이고 몹시 힘들다고 합니다. 만류하는데 가는 것이 더글러스 가족에게 폐를 끼치겠더군요.

장례를 치르고 온 지 얼마 안 되어(기억에는 한 달도 안 됨) 들은 이야기는 내 귀를 의심케 하였습니다. 장인이 장가를 가겠다고 말했답니다.

장모의 장례를 치른 빈의관(殯儀館, 장례식장) 도우미 아주머니가 장례식 내내 장인 옆에 붙어서 호의를 보이며 아양을 떨더랍니다. 가난한 시골 동네에서 드물게도 대만 사위를 본 장인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고. 거기다 당시 선전은 중국 전역에서 별천지로 소문난 도시였지요. 마치 우리에게 6.25 전란 통에 별들이 춤을 추는 밤거리의 홍콩만큼이나 그들에겐 이상향이었습니다. 대만 사위가 그곳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니 황금 동아줄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중국은 거주이전이 매우 어려웠음)

아무리 그래도 체면이 있고 가짜로라도 슬픈 척해야지, 일 년도 아니고, 반년도 아니고, 두세 달도 안 되어 상을 치르자마자 장가를 가겠다고 말했다니. 더글러스의 표정과 어투만으로도 마음은 알 것 같아서 처의 반응을 물어봤습니다.

부녀간에 원래 대화가 없는 집안이었는지 특별히 싫어하거나 반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뒤 종종 장인이 딸네 집에 와서 묵었습니다. 그래서 장모는 본 적 없지만, 장인은 볼 수 있었습니다.

아들이 한참 만화를 볼 나이였는데 장인이 TV리모컨을 독점하고 온종일 말도 안 되는 중국 공산당 찬양하는 연속극만 보고 있다고. 얼마 뒤엔 장인이 그 여자와 함께 선전 사위집에 와서 머물렀는데 함께 마주한 적은 없습니다.

처음에 언급하였듯이 더글러스는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시험이란 시험은 봤다 하면 다 붙는 사람이었습니다. 대만에서 공무원 시험을 보고 합격한 후 공무원 취업을 연기한 상태였습니다.

중국 사업을 접고 먼저 대만으로 돌아가 민간 기업에 취직했다가 다시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현재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만에 들르면 더글러스 집에서 잠을 자곤 하였는데, 장인과 이모(장모라고 안 부름)가 집에 와있다며 자기 집으로 오라는 말을 못 합니다.

더글러스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올 해 논문 심사가 있다고 하여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만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더글러스가 심각하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처가 임신을 했는데 자기 나이는 이미 50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그래서 너희 부부처럼 똑똑한 사람들에게 아이가 생겼다면 신의 축복이 아니냐며, 먼저 처의 의사를 확인했냐고 했습니다. 자기 처는 낳자고 하지만 자기 나이를 생각해보라며 난감하다고 합니다. 저는 신의 뜻이니 축하한다며 출산을 권했습니다.

한국에서 임신한 큰아들은 지금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대만에서 낳은 둘째 아들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 머리가 너무 좋으면 아들딸이 고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큰아들은 반항이 심하고, 둘째는 너무 늦은 나이에 낳아서 그런지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실토합니다.

올해 박사 논문이 통과되면 환갑이 다 되어가는 더글러스 가족과도 종종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 ‘대만 사람과 사업하기’를 모두 마칩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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