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역 나와 서울용강초교 어귀로 들어서니, 전봇대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전에는 보지 못했는데 이참에 새로 만들었나 보다. 가던 길 되돌아가 잘 들어보니,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였다. 누군가 움직이기만 하면 쉴 새 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나팔수! 입 아프겠다.

큼지막한 경고문이 먼저 눈에 띈다.

쓰레기 불법 투기
금    지   구    역

노랑 바탕에 검정 글씨, 그 위로 붉은색 사선을 두 줄 그었다. 불현듯이 고속도로 달리다 본 ‘졸음운전’이 떠오른다. 대문짝만했다. ‘깜빡 졸다 보면 황천길’이라는 표어 옆에 해골까지 그려진 광고판이었다. 눈에 확 띄게 하려고 그랬겠지만, 나만 그럴까? 왠지 뒤숭숭하다. 위화감이 든다.

마포구청에서 설치하고 염리동 주민센터에서 관리하는 CCTV(닫힌회로 텔레비전)이다. 사방 15m까지 연중 24시간 녹화를 하고 있나 보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10만 원이란다. 한마디로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라는 당부였다.

쓰레기 불법 투기자를 감시하는 CCTV!
그런데, 이 동네 살고 있지도 않은 내가 왜 이리 쫄지?
왜 나만 노려보고 있는 걸로 착각이 들지?
맘만 먹으면 내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죄다 밝혀내고도 남겠지.
저러다가 ‘나’의 속내까지 들여다보는 기계가 나온다면?
그날 이후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괜히 힐끔거린다. 야릇하다.

서울용강초교 어귀에 있는 CCTV 경고문
서울용강초교 어귀에 있는 CCTV 경고문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박춘근 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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