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근의 꼬장꼬장 밥보샘]

“이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 대로변에 걸려 있는 현수막이다. 자세히 보면 쓰레기를 내 놓는 날과 시간이 적혀 있다. 물론 종량제봉투를 사용해야 하고, 무단으로 버릴 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전봇대에는 “방범용 CCTV 촬영 중”이라는 표지판이 따로 걸려 있다.

제법 왕래가 잦은 길이다. 왕복 이차로가 교차하는 삼거리 모퉁이다. 종량제 봉투 3개와 10여 개의 마대가 보인다. 마대마다 스티로폼이 가득 담겨 있다. 폐비닐과 플라스틱도 서너 묶음이다. 마구 버린 것은 아니다. 빈틈없이 차곡차곡 쌓은 흔적이 역력하다. 부러진 삽자루와 빗자루, 그리고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검정 비닐봉지가 보이지만, 저만하면 분리해서 배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밭에서 걷어낸 멀칭용 비닐까지 재활용할 수 있을까?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은 물론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이나 빨대, PVC는 모두 재활용이 불가하다. 플라스틱 용기나 페트병에 붙어 있는 비닐이나 라벨도 떼어내야 한다. 과연 저 봉지 안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만 담겨 있을까? 게다가 저 아래 보이는 공포(?)의 ‘검정 비닐봉지’ 속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그렇게도 모아 둘 곳이 없을까?
수거함도 없이, ‘평화의 시작, 미래의 중심, 고양’에서 하필이면 한길가에다 방치하다니…….
썩 유쾌한 장면은 아니다. 다시 봐도 거슬린다. 너절하다.

 

도로변에 적치된 불법 쓰레기(경기도 고양시 송산로 23번길에서)
도로변에 적치된 불법 쓰레기(경기도 고양시 송산로 23번길에서)

 

제2자유로 가좌나들목 근처 텃밭에서 경작 도로를 나서면, 조금 넓은 도로가 나온다. 일반 승용 차량 2대가 겨우 비켜 갈 수 있는 시골 도로이다. 도로변으로 논밭이 보이고 띄엄띄엄 농가 주택이 보인다. 그곳에 사는 분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쓰레기장으로 보인다.

흰색 비닐봉지 3개는 종량제 봉투가 맞다. 그러나 나머지는 아무래도 재활용과 거리가 멀다. 망가진 책장,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마대, 여행용 가방, 폐장판, 뜯어낸 벽지, 은박 돗자리, 밍크 담요 등 다시 봐도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런데 CCTV는 물론 그 어디에도 경고문은 보이지 않는다.

며칠 뒤 밭에 갔다 오는 길에 보니, 전에 본 쓰레기는 치워지고 새로운 쓰레기들이 여전하다. 지난번 쓰레기를 수거한 걸 보면 분리수거는 공염불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깨진 접시나 화분 한 개 버리려고 해도 따로 폐기물값을 내라고 한다. 아니면 폐기물 포대(PP 마대)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묘하다. 설마 저런 폐기물을 ‘매립’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각’밖에 없다. 종량제 봉투에 담든 말든,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든 말든 어차피 ‘소각’할 테니 일없다는 말은 아니겠지. 소각로 문제는 별개다. 아무려면 “소각로에서 나오는 가스가 공기보다 더 깨끗하다.”는 당국자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사는 거다.

어쨌든 저 쓰레기들이 가는 곳은 뻔하다. 양이 넘치면 수도권매립지로 보낸다지만, 대부분은 백석동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간다. 고양시에서 나온 쓰레기는 고양시에서 처리하는 게 맞다. 죽으나 사나 그곳에서 태워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태울 때마다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난리다.

나는 그 하늘 아래 살고 있다. 이렇다 할 산 하나 없는 일산(한뫼, 一山, One Mount)이다. ‘고양 특례시’ 이전에 공기질이 맑은 도시가 우선이다. 날마다 19개월 된 손주랑 놀이터를 전전하는 나로서는 절실하다.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싶다.

 

도로변에 적치된 불법 쓰레기(경기도 고양시 송산로 334번길에서)
도로변에 적치된 불법 쓰레기(경기도 고양시 송산로 334번길에서)

 

※ 이 글은 고양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 http://cms.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64866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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