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엘에이 손주들에게 주는 할머니의 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할머니가 사는 전남 영암군 구림마을을 처음 방문한 손주들과 월출산 천왕봉과 구정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손자 태호, 딸 운아, 필자, 손녀 한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할머니가 사는 전남 영암군 구림마을을 처음 방문한 손주들과 월출산 천왕봉과 구정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손자 태호, 딸 운아, 필자, 손녀 한아. 

태호! 한아! 한국방문 환영한다! 너희 둘이 드디어 준성인이 되어 여름방학에 한국 방문을 하게 되었구나, 축하한다.

할머니가 전남 영암에서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바람에 너희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먼 길을 오게 되었으니, 할머니는 오히려 ‘사고’에 감사한단다. 할머니 걷기 힘들 때는 태호와 한아의 팔을 차례차례 잡고 다니면서 스킨십도 매일 나눴으니, 너희들의 이번 한국 방문은 우리 모두에게 더할 수 없는 큰 축복이었다.

한 달 방문이라지만 자가격리 2주일 빼고 2주 남짓이었지. 그래서 남은 시간 정말 열심히 한국의 이곳저곳 가보려고 애썼지. 태호는 유치원 시절 베이징에 살 때 한국말 하는 남자들을 만나면 ‘아저씨’라고 부르며 반가워했지. 자기도 엄마처럼 ‘한국사람’이고 싶다며 성을 ‘김’(Kim)으로 해서 ‘태호 케이’(Taeho K)라 불러달라고 했지. 이번에 태호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니 여전히 ‘태호케이’(taehokay)로 쓰고 있더구나.

대도시에서만 살아온 너희들이 남도의 농촌에 오면 지루할까봐 염려도 했는데 월출산 앞의 새파란 논과 밭들, 구림마을의 한옥집들과 토담길, 왕인 박사 유적지 등등 어디든 재미있게 잘 다녀줘서 고마웠어. 태호가 “구림마을 참 좋은데 저쪽으로 5분 거리에 엘에이가 있어주면 더 좋겠어요”라고 했을 때,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단다. 태호다운 기발한 발상!

딸 운아와 손주들이 지난 8월 광주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러 가고 있다.
딸 운아와 손주들이 지난 8월 광주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러 가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광주에 갔을 때는 시커먼 먹구름에 폭우가 쏟아지다가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졌지. 마치 한국 민주주의가 걸어온 길의 어둠과 밝음을 보여준 것 같았어. 이한열 열사의 묘지 앞에 서서 그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얘기도 들었지.

딸 운아와 손주들은 지난 8월 강원도 철원군의 디엠제트 평화·문화관을 탐방했다. 
딸 운아와 손주들은 지난 8월 강원도 철원군의 디엠제트 평화·문화관을 탐방했다. 

한국전쟁과 분단 역사를 한 눈에 보게 해주는 디엠제트(DMZ) 방문을 위해 강원도 철원에 있는 국경선평화학교도 찾아갔지. 백마고지에 대한 설명과 사진을 보는 것도 인상 깊었고, 특히 기억할 장면은 아직도 지뢰가 묻혀 있다는 지역에 실제로 가보는 것이었어.그새 너희들의 유익하고 다채로운 한국여행이 끝났구나. 이제 엘에이에서 새로 시작한 학교에도 열심히 다니고 있겠지. 건강히 잘 자라주어 고맙다. 다시 한번 한국방문 축하한다.

투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 이글은 2021년 9월 10일 한겨레 22면에 실린 글입니다. 
*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11188.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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