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대선과 ‘민주시민교육’

국가의 흥망은 교육과 국방에 좌우된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선각자들이 교육구국운동을 전개하고 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관을 양성한 이유이다. 대한민국 군사력은 오늘날 세계 6위에 오를 만큼 강대하다.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방비 지출규모가 480억 달러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군사력은 영국과 프랑스를 제칠 정도로 강대한 반면, 북쪽은 35억 달러로  군사력 순위가 28위에 그쳤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은 그렇지 않다. 교육의 목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데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시민’ 양성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문화된 <교육의 목적>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의 목적>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어린 아이들조차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대학입시에 내몰리는 현실이다.

오늘날 사교육 기관은 공교육보다 4배나 많다. 사교육의 번창은 황폐화된 공교육을 여실히 반증한다. 공교육의 황폐화와 사교육 번창은 강고한 학벌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날 학생들의 경우, 지적 호기심이 학습동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입시경쟁교육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동기에서 입시공부에 매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학교교육이 <교육의 목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데에 실패하는 이유이다.

‘민주시민’을 양성하지 않고서 튼튼한 민주주의를 건설할 수 없다. 가짜뉴스와 정치선동이 난무하는 속에서 중우정치로 전락할 뿐이다. 건강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만이 강력한 민주국가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21세기 ‘민주시민’은 인간 존엄성에 기초하여 자율과 존중, 그리고 연대를 생활 속에 실천하는 시민이다. 다시 말해, 비판적 안목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생활 속에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할 수 있는 시민이다. 나아가 21세기 ‘민주시민’은 정보사회에서 정보 리터러시를 갖추고 기후위기 속에서 생태적 삶을 사회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적극적 시민>이다.

문제는 ‘민주시민’이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학교교육을 통해 꾸준히 오랜 시간을 두고 시민성(citizenship)을 갖춘   ‘민주시민’을 길러낼 때 우리사회를 튼튼한 민주국가의 반석 위에 세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민주시민교육’에서 이미 수십 년 앞서간 북서유럽 국가들의 교육정책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독일은 70년 전부터 ‘민주시민교육’으로 「정치교육」(Politsche Bildung)을 실천해 오고 있다. 1952년 내무부 산하에 설립된 「연방정치교육원」은 ‘학교 민주시민교육’과 ‘사회 민주시민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가장 늦은 영국조차 2000년 들어 ‘민주시민교육’을 <독립교과>로 지정해 초중고 필수의무 교육과정으로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는 도덕 교과와 일반사회 교과를 통합해 2015년부터 초중고 모두 『도덕 시민교육』(enseignement morale et civique, 약칭 EMC)으로 교과 명칭을 통일시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들 국가들에서 18세 이상 청소년 투표율이 증가한 이유이다.

 ‘글로벌기후파업(세계기후행동)의 날’을 맞아  2021년 9월 24일 베를린에서 시민들에게 연설 중인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출처 : 한겨레 신문)
 ‘글로벌기후파업(세계기후행동)의 날’을 맞아  2021년 9월 24일 베를린에서 시민들에게 연설 중인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출처 : 한겨레 신문)

2년 전, 스웨덴 열여섯 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운동가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기후문제를 <기후정의>로 인식해 청소년들이 UN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사건 또한 ‘민주시민교육’이 낳은 소중한 결실이다.

우리사회 ‘민주시민교육’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2022 교육과정」 전면 개정을 통해 반드시 「민주시민교육」을 초중고 ‘공통필수 의무교육과정’으로 배치해야 한다. 나아가 프랑스처럼 도덕 교과와 일반사회 교과를 통합한 『민주 시민』교과를 탄생시켜야 한다. 더 이상 교과이기주의에 얽매이거나 분과학문중심으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순 없다.

그리하여 초중고 학교교육을 통해 건강한 ‘민주시민’을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길러내야 한다. ‘민주시민’ 없이 민주주의는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2 대선 후보들의 어깨는 무겁고 그 책무 또한 막중하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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